“젊은 세대 부동산 투자 조심하시라”…한은 총재는 왜 경고했나 [주말엔]_웹사이트는 내기를 간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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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의 흔적은 깊었지만, 전반적인 메시지는 선명했습니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에도 딱 잘라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한은이 올해 들어 2월부터 다섯 번 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할 때마다 금리 인하 시기를 묻는 질문은 꾸준히 나왔었고, 그때마다 이 총재의 답변은 한결같았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연말까지는 금통위가 금리 인하보다는 오히려 인상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매파적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시장이 '금리 인상 종료' 시그널로 여기고 움직이는 것을 경계하는 취지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나갔습니다.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작심하고 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 '빚내서 집 사는 투자'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 "금리 1~2% 가능성 크지 않아"

물론 투자는 개인의 몫이고 책임입니다. 이익을 보든 손실을 보든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이지만 통화정책을 주도하는 한은의 수장이 작심하고 거듭 이 문제를 강조하는 데는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총재는 먼저 금융 비용, 즉 금리가 지난 10년처럼 연 1~2%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최근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급증하는 것은 사람들의 인식에 금리가 안정돼 떨어질 거란 예측이 있기 때문인데, 사람들의 기대만큼 그러니까 초저금리 시대라고 불렸던 연 1~2%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낮다는 겁니다.

오히려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관련 각종 정책 규제 완화에 속도 조절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 총재는 "대출이 늘어나고 집값이 안정된 것이 금융 안정에 굉장히 큰 공을 했기 때문에 작년 말에 비해 안정을 가져왔지만 생각한 것보다 가계대출이 좀 더 늘어났기 때문에 그동안 해왔던 규제 완화 정책을 조절해 나갈 순서가 먼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거시적인 정책을 할지는 그 다음에 생각해야 할 것 같다"며 "미시적 대응은 한은보다도 금융위, 금감원 쪽에서 할 것이고 거기에 대한 공감대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젊은 세대, 인플레 경험 못 해"

이 총재가 유독 젊은 세대를 콕 집어 부동산 투자에 유의하라고 한 건 이들이 경험한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10년이 달라질 거란 전망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 총재는 "지난 10여 년간 금리가 굉장히 낮았고 지금 젊은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또 그런 낮은 금리로 갈 거라는 예상을 해서 집을 사셨다면 상당히 조심하셔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집값이라는 것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변화할 수 있는 가격이기 때문에 (제가) 집값을 예측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을 다 고려해서 부동산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가계부채 연착륙, 내가 한은 총재된 이유"

최근 증가하는 가계 부채 배경에는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과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시장 심리 회복 등 집값 상승을 기대한 대출 급증 등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게 당국의 판단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가계부채가 지금 수준 또는 지금 수준보다 더 올라갈 경우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저해할 가능성이 있고 이미 그 수준을 넘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총재는 "부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자율이 지금처럼 조금만 올라가도 쓸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그것이 성장률을 낮추는 영향으로 크게 작용한다"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 수준에 있던 것이 101% 정도까지 내려왔는데 그것이 점진적으로 8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저희들의 목표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제일 처음 한국은행 총재로 부임하면서 취임사에서 제 장기적 목표 중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가계부채 상황을 연착륙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며 "저한테는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키는 것이 제가 한은 총재가 된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하고 그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 금리도 집값도 오르는데…'가계부채' 들썩


당국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가계부채 문제를 모니터링해 오고 있지만 심상치 않은 상황인 건 지표로 감지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 3월 말 대비 9조 5,000억 원 증가한 1,862조 8,00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감소한 이후 3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입니다.

가계 빚 증가의 원인은 가계 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은은 주택 매매 거래가 반등하는 등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늘었고 전체 가계대출과 가계신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0조 1,000억 원 늘며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증가 폭은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컸습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14조 1,000억 원 급증한 1,031조 2천억 원을 기록하며 최대 잔액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 역시 2021년 3분기 이후 최대치였습니다.

최근 상황이 조금 이례적인 것은 현재 금리가 높은 수준이지만 부동산 투자 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금리가 더 오른다고 해도 집 사겠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것입니다.

한은이 지난 22일 공개한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8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한 달 전보다 5p 오른 107로 나타났습니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향후 1년 뒤 집값에 대한 소비자 판단을 0~200 사이의 숫자로 표현한 지표로, 지수가 100을 넘으면 상승보다 하락론이 우세한다는 뜻입니다.

집값 하락보다 상승론에 소비자들이 무게를 두고 있는 건데, 동시에 금리전망수준 CSI도 한 달 전보다 6p 오른 118을 기록했습니다.

향후 금리 수준이 지금보다 높을 것이란 예상이 낮을 것이란 예상보다 많았고, 이런 예상이 전달보다 더 우세해졌다는 의미입니다.

■ "불황에 부동산 띄우려는 유혹 견뎌야"


가계부채를 줄이는 게 당면 과제가 됐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총재도 '가계부채를 성공적으로 디레버리징(부채 감축)한 다른 나라의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딱히) 사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는 "제가 IMF에 있을 때 관심이 많아서 계속 유심히 봤는데 결론적으로 디레버리징 자체를 위기를 겪지 않고 한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며 "정부 부채나 기업 부채와 달리 가계부채를 (국가가) 대규모로 조정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 국제 비교를 통해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가계부채가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나지 않게 하면서 경제 성장을 통해 GDP 대비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그렇게 할 수 있느냐, 그것은 정책 의지와 다음 성장률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책 의지'라는 것은 불황이 오면 제일 먼저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부동산 시장을 띄우고 대출해주고 그래서 또 늘어나고 호황이 되면 좀 줄이다가 또 불황이 오는 건데 그런 유혹을 견딜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50년 주담대' 겨눈 당국, 가계대출 줄까?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지목하고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만기가 늘어나 원리금 상환액이 줄면서 사실상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할 수 있었는데 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급증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은행권에 연령 제한 등 대출 문턱을 높일 것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열흘 사이 주요 은행에서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는 1조 원 이상 급증했습니다. 해당 상품이 출시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엄청난 흥행을 한 것입니다.

관련 상품은 지난달 5일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시중 은행들에서 순차적으로 출시됐는데 초반에는 청년층 주거대책의 일환으로 논의가 됐지만 실제 판매 과정에서 연령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가계대출의 우회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당국이 뒤늦게 연령 제한 필요성 등을 제시하며 은행권을 압박하자 이달 말까지만 신규 대출을 받겠다고 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는데 이게 되레 '늦기 전에 막차라도 타자'는 일부 수요자들의 대출 심리를 자극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은행들은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거나 '만 34세 이하'로 연령 제한을 설정하는 등 보완에 나섰는데 언제는 당국이 팔라고 장려하더니 가계대출 주범으로 지목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인데 장기적으로는 대출자가 상환 능력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50년 만기 상품을 포함해 모든 주담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계산식 개편을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당국이 나서 50년 만기 주담대의 가입 연령 제한을 하지는 않기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 고금리 시대 '뉴노멀' 오나…시장은 벌써 '뉴노멀' 종료에 관심

세계적으로 한동안은 고금리 시대가 '뉴노멀'이 될 거란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은 총재의 발언도, 가계 대출 증가세를 어떻게든 잡으려는 금융당국의 정책 전환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할텐데요.

다만 시장이 여기에 따라와줄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직은 아니다"라는 거듭된 한은 총재의 발언에도 시장에서는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됐고, 내년 상반기에는 금리를 인하할 거란 시각이 여전히 많습니다.

'뉴노멀'을 경고하는 경제 수장들의 목소리에도, 사람들의 관심은 '뉴 노멀이 언제 끝날지'에 가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