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하원 브렉시트 연기 법안 통과…“의회가 ‘노 딜’ 막자”_파이로 돈 버는 방법_krvip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법안이 의회의 문턱을 가까스로 넘었습니다.

하원은 이날 노동당 이베트 쿠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브렉시트 연기 법안을 찬성 313표, 반대 312표로 1표 차이로 가결했습니다. 이 법안은 오는 4월 12일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지 않도록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시기를 추가 연기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법안은 그러나 구체적으로 브렉시트를 얼마나 연기할지에 관해서는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를 얼마나 연기할지를 결정하면 의회 승인을 얻거나, 의회에 브렉시트 연기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이날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빠르면 다음날인 4일 상원을 다시 통과해야만 최종 확정됩니다.

법안을 발의한 쿠퍼 의원은 "테리사 메이 총리는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책임이 있다. 만약 정부가 시급히 이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의회가 이를 추진할 책임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의사일정 주도권을 정부가 갖는 영국 정치 지형상 정부가 제안하지 않거나 지지하지 않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앞서 EU는 영국 하원이 지난달 말까지 EU 탈퇴협정을 승인할 경우 브렉시트 시한을 당초 예정된 3월 29일에서 5월 22일로 연기해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4월 12일 '노 딜' 브렉시트를 하는 방안과 5월 23일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장기 연기'를 하는 방안을 선택지로 제시했습니다.

메이 총리의 합의안은 이미 두 차례 승인투표에서 의회의 벽에 가로막혔습니다. 메이 총리는 합의안 중 법적 구속력이 있는 EU 탈퇴협정만 따로 표결에 부쳤지만 역시 부결됐습니다. 하원은 별도로 브렉시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두 차례의 '의향투표'를 열었지만 어떤 대안도 의회 과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영국은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오는 12일 '노 딜' 브렉시트를 하거나 브렉시트를 추가 연기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메이 총리는 이날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과 만나 타협점을 모색했지만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영국 하원에 이어 상원이 브렉시트 연기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실제 브렉시트를 연기하려면 EU 나머지 27개 회원국의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EU는 오는 10일 정상회의를 열고 브렉시트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EU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그러나 이날 영국이 12일 이전에 EU 탈퇴협정을 승인해야만 브렉시트를 5월 22일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융커 위원장은 브렉시트 협정이 다시 거부될 경우 오는 5월 23~26일 예정된 차기 유럽의회 선거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며 "더는 짧은 기간 브렉시트 연기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