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역사왜곡 노골화 _포럼 포커 마인드 게임_krvip
[김청원 해설위원]
일본 정부가 고등학교 교과서에마저도 ‘독도가 일본 땅’임을 명기하도록 지시하는 등 왜곡을 강요한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웃 나라와의 관계 회복은 안중에 없이 앞뒤 재지 않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듯한 일본의 행태에 답답하고 착잡한 심정을 갖는 이들이 한두 사람이 아닐 겁니다.
일본 문부 과학성이 내년 새학기부터 사용될 고등학교 역사와 공민, 지리 교과서를 검정하면서 독도를 놓고 ‘한국과 교섭 중’이라 기술한 검정본에 대해 일본의 영토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시마네 현에 속해 있으나 한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로 고치도록 지시했습니다.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가 된 여성’이라고 쓴 검정본도 일본이 가해자가 될 우려가 있다며 ‘일본군의 위안부가 된 여성’으로 바꾸도록 하는 등 창씨개명, 신사 참배 등20여 군데를 자기네들의 입맛대로 고치게 했습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고등학교 교과서에까지 ‘독도가 일본 땅’임을 기술토록 지침을 내린 것은 처음이며 왜곡의 정도가 지난해 인접국의 분노를 샀던 중학교 교과서보다 더 심각하다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검정 방식에 있습니다. 일본은 왜곡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때마다 교과서 기술은 저자와 편집자의 자유일 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 되뇌어 왔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견해대로 쓰지 않으면 검정에 통과될 수 없고 통과되지 못하면 교과서를 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본 내에서도 검정방식을 바꾸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교육계와 언론들은 이래선 국정 교과서와 다를 바 없다며 검정은 검열이 아닌 만큼 사실과 통설의 차이를 고치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검정을 독립적인 제3자에게 맡기고 문부성은 검정 불복 시에만 관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처방도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막무가냅니다. 진실을 수용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나라나 교과서에 ‘자신들의 조상은 위대했고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적어 후손들을 가르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이웃 나라를 침탈한 부끄러운 과거를 지낸 일본으로선 이같은 기술이 불가능합니다.
역사 왜곡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일본이 우경화로 치닫고 우익 성향의 인물들이 내각을 장악하면서 역사적 도발이 심화돼 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일본이 지난해 중학교 교과서에 이어 외교청서에 독도의 영유권을 명시하고 올해 고등학교 교과서에 이를 기술토록 한 것은 ‘독도가 일본 땅’임을 공식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강력히 대응해 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인내가 필요한 대응이어야 한다는 점에 우리의 고민이 있습니다.
‘한번 해보자’는 식의 섣부른 대응으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삼으려는 일본의 덫에 말려들 순 없습니다. 확고하면서도 냉철한 논리를 통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