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알바 아니에요…눈만 맞춰주셔도 힘이 납니다”_혼합 게임 포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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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임시 아르바이트생이 아닙니다. 서비스직업을 가진 엄연한 직장인이에요. 고객들이 눈 맞춰주시고 손인사만 해주셔도 '우리가 제대로 안내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끼고 힘도 납니다" 지난 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3층 주차장 한 구석 '주차요원 휴게실'에서 만난 주차요원 신미희(25·여)씨와 주차도우미 오태영(22·여)씨는 '일하며 가장 보람된 순간'을 묻자 이처럼 입을 모았다. 오태영씨는 주차장 입구에서 일일이 들어오는 차에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주차장 상황 등을 안내 방송하는 '주차 도우미'. 신 씨는 일단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온 차들을 주차 공간까지 인도하는 '주차 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두 여성 모두 롯데백화점 본점 주차서비스를 전담하고 있는 외주업체 '더 맨' 소속의 정식 직원들이다. 6개월 경력의 신 씨는 "대부분의 고객은 인사를 드리고 안내해도 눈도 마주치지 않는데요, 드물게 손을 들어 인사해주시거나 '고마워요'라고 큰 소리로 답해주는 분도 있어요. 그 땐 정말 제 서비스에 스스로 보람을 느낍니다"고 말했다. 반대로 가장 '안타까운' 손님은 안내 지시를 깡그리 무시하는 경우다. 신 씨는 "차가 밀려있어 계속 아래층으로 내려가시라고 안내할 때 짜증내시는 고객들이 많은데요, 그건 저도 이해가 갑니다. 입장 바꿔 저라도 짜증이 날테니까요"라면서도 "하지만 완전히 지시를 무시하고 역주행하거나 맘대로 길을 찾아가는 고객이 있는데요, 제 기분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너무 위험하고 위태로운 행동입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입사 3개월차 주차도우미 오 씨에게는 야외나 다를 바 없는 주차장 입구에서 영하의 기온, 바람과 싸우는 일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오 씨는 "추위가 가장 견디기 힘들죠. 뒤쪽에 히터가 있긴 하지만 밖이라 큰 도움이 안되거든요. 30분만 지나면 정말 온 몸에 한기가 밀려옵니다. 특히 발가락과 손가락 시려운 건 대책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오 씨 뿐 아니라 신 씨에게도 추위는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바깥 기온이 영하 5~10℃에 이를 때 지하 역시 건물 밖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은 옷을 항상 네 겹 이상 껴입고 일한다. 빨간 유니폼 코트(주차도우미)와 패딩(주차요원) 안에 겹겹이 다른 옷들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또 핫팩도 자주 사용하는데, 두 여직원 모두 이구동성으로 "붙이는 핫팩을 오래 사용하다가 화상을 입은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위와 서서 일하는 근무 특성 때문에, 주차도우미는 '1시간 근무-1시간 휴식', 주차요원의 경우 '1시간 20분 근무-40분 휴식' 형태로 일한다. 하지만 근무 애로사항을 말하는 순간에도, 두 여직원은 '백화점의 얼굴'로서 결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최근 현대백화점 부천점에서 고객이 주차요원의 무릎을 꿇린 사건과 관련, 신 씨는 "주차요원과 고객이 마찰을 빚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우리(본점)의 경우 갈등이 발생하는 즉시 관리자(외주업체 과장급)에게 연락을 취하도록 지침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상당 시간에 걸쳐 그렇게 몸싸움이 벌어지고 무릎을 꿇을만큼 상황이 나빠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미뤄 짐작하면, 이번 부천 현대백화점 사건이 커진데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주차서비스 관리 시스템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 씨는 "프로에 입문할만큼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다가 인생의 방향을 바꿔 큰 결심 끝에 얻은 직업으로, 단순히 몇 달만 아르바이트처럼 임시로 일하려는 게 아니다"며 "서비스업 종사자로서 자부심도 있는만큼, 고객들도 저희를 직업인으로서 대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