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 관리할 땐 무릎 꿇어야…노조 활동하면 계약 해지”_카지노의 빵집과 제과점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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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을 관리하기 위해 우리 집을 방문한 매니저가 일하는 내내 무릎을 꿇고 있으면 어떨까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LG전자 청소기 '코드제로'의 관리 서비스 '케어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케어십은 매달 일정 비용을 내면 정수기 같은 LG전자의 임대 제품이나 일시불로 구매한 제품을 케어솔루션 매니저가 방문해 점검, 관리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고객 확대를 위해 '코드제로' 제품에 대해서도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코드제로' 케어십의 경우 해당 제품을 하나하나 분해하고 청소한 뒤 다시 조립해야 하는데, 반년 주기로 받는 서비스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문제는 교육 동영상에 나온 강사의 자세입니다. 강사는 'LG 케어솔루션'이라고 쓰여 있는 작은 방석에 무릎을 꿇고 앉아 분해를 시작합니다. 분해와 청소 재조립까지 걸리는 시간은 꽤 깁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제품으로 하는 시연 동영상이 있는데 아예 '빨리 감기' 형태로 제작돼 있습니다. 이것만 해도 20분이 넘습니다. 매니저들은 고객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제품을 관리하려면 1시간 가까이 걸린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다시 말해, 1시간 가까이 고객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서비스해야 한다는 겁니다.


LG전자가 100% 지분을 가진 서비스·유지관리 담당 자회사 '하이엠솔루텍'(일명 'LG전자 케어솔루션')은 매주 월요일마다 회사와 지역별 사무실을 동시에 연결하는 화상 교육 회의와 매니저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새로운 제품의 관리법을 교육하고 공지를 전달합니다. '코드제로 케어십' 역시 앱에 올라온 동영상 강의를 듣고 서비스 방법을 숙지한 뒤 '완료'라는 댓글을 달아야 했다고 합니다.

다른 제품들과 달리 무릎을 꿇고 해야 하는 서비스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점검을 거부하겠다는 매니저들의 댓글이 하나둘 늘어갔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나눠주길래 받았던 회색 방석이 이때 쓰라고 준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매니저들도 있었습니다. 매니저들에게 큰 논란이 되는 서비스지만 고객 확대를 위해 마련된 서비스는 계획대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LG전자 "서비스 위한 효율적 자세일 뿐 강요·지시 아니야. 매니저들 배려해 무릎 방석 제공한 것"

이에 대해 LG전자는 "제품을 분해하고 조립하려면 가장 효율적인 자세이고 교육 동영상일 뿐 강요하거나 지시한 적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실제로 무릎을 꿇고 서비스를 하는지 확인하고 불이익을 준 적은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또 "현장에서 일하는 매니저들을 배려해 무릎 방석을 제공했다"라며 "서비스 자세에 대한 매니저들의 불만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LG전자 케어솔루션 노동조합은 "엄연히 매뉴얼인데 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매니저들이 힘들게 견디고 있는 것은 '무릎 꿇고 하는 서비스'만이 아닙니다. 회사가 시키는 일은 모두 해야 하지만 정작 '직원' 대접은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LG전자의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LG전자 케어솔루션) 소속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 '회사와 근로관계에 있지 아니한다'는 계약서 조항 때문입니다.

LG전자 케어솔루션 노조는 지난달 25일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도 노조를 만들어 활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기는 지난해 10월쯤 발생한 '직수형 정수기 곰팡이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노조는 "정수기 설계 결함으로 단열재 두께가 모자라 응결 현상이 생겨 발생한 곰팡이 문제 수습을 LG전자가 매니저들에게 떠넘겼다"고 주장합니다. "정수기를 완전히 분해해 단열재를 교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강도 높은 수리 작업을 매니저들에게 건당 수수료 3천 원에 시켰다"는 겁니다. "서비스 수리 기사에게 이 일을 맡기면 건당 2만1천 원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매니저들에게 시켜 싸게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입니다. 관리와 점검 업무만 전담하는 매니저의 업무 범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지점입니다. 매니저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LG전자 케어솔루션 측은 수수료를 만원으로 인상했습니다.


"밴드 가입하셨어요? 탈퇴하세요" … 감시·탈퇴 유도까지

그런데 상황이 더 심각해졌습니다. 네이버 밴드 'LG케어솔루션 매니저 모임'에서 '수리작업을 매니저에게 시킨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매니저들을 회사가 찾아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매니저들과 달리 LG전자 케어솔루션 정규직 직원인 지역 사무소장들이 매니저들을 감시하고 밴드 탈퇴를 유도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LG전자 케어솔루션 인사관리 담당자도 밴드 운영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만나고 다녔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입니다.

특히 현재 노조 간부직을 맡은 매니저들에게 인사관리 담당자가 전화해 "밴드장과 친하냐?"며 "앞으로도 계속 일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압박은 해당 매니저가 자신의 밴드 운영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밴드장'이 바뀔 때마다 회사 측은 누군지 파악하려고 했고, 만나려고 했습니다. 이런 행동을 두고 노조와 회사 측의 입장은 엇갈립니다.


밴드에서 활동한 매니저 중 노조 설립에 앞장선 간부급들에 대해 공교롭게 계약 해지 절차가 진행됐습니다. LG케어솔루션의 김진희 수석부지회장과 문준호 사무장의 경우를 볼까요.

강원도로 이사 가게 된 김 부지회장은 관례대로 원래 일하던 경기 지역의 사무소에서 강원도 사무소로 소속을 바꿔 일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에서 김 부지회장의 전입을 받아주겠다던 강원도 사무소장까지 바꿔 버리면서 김 부지회장의 계약도 해지 처리해버렸다"고 합니다. 지역이 달라 일을 못 하게 됐으니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었습니다.

문 사무장 상황은 조금 복잡합니다. 매니저들에겐 서비스 예약에 대한 관례가 있습니다. 자신이 관리하는 제품 가운데 매달 일정량 이상의 서비스를 마쳐야 합니다. 그래서 월말에 고객의 사정으로 급하게 취소된 예약 건은 전산에 취소 처리를 하지 않고 다음 달 초에 서비스를 진행해왔습니다.

또 불가피한 사정으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게 되면 매니저들끼리 서로 품앗이도 해준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지역별 사무소와 회사도 알고 있고 암묵적으로 허용해 온 일이죠. 그런데 문 사무장에겐 이렇게 처리된 2건을 '허위 방문 사기'라며 회사 측의 경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나가지 않으면 그만두게 할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는 소리까지 듣고 스스로 계약 해지서에 서명하게 됐다고 합니다.

노조 간부들은 정수기 논란 때부터 사무소장과 팀장 매니저들을 통해 밴드 탈퇴와 활동 중지를 종용해 온 데다 관례대로, 다른 매니저들에겐 모두 묵인되거나 허락되는 일들을 (회사에 문제를 제기한) 자신들에겐 허락하지 않는 '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매니저들의 업무 배정과 관리 권한이 있는 사무소장의 권력에 일반 매니저가 대응할 방법은 거의 없다"며 "업무를 배정받지 못하면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회사의 대응은 올해 5월 노조 설립이 가시화될 즈음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가입신청서가 돌고 있는 사무소와 가입한 조합원이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파악하기 시작했고 지역별 사무소장들에게 공지를 돌리면서 "노조 가입하면 안 된다"는 '경고'도 전달했다고 합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이런 회사 측의 대응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또 "계약서와 근무 실태로 볼 때 매니저들은 법상 노동자로 충분히 인정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노조법상 노조 가입을 방해하는 등의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상 벌금을 물어야 하는 형사 처벌 대상이며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계약해지가 인정될 경우 원상회복 구제 명령이 내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무소장 경고 3회만으로 계약해지? 이젠 2회만으로 가능"

매니저들의 해고 과정이 이렇게 간단할 수 있었던 근거는 바로 계약서에 있습니다. KBS가 입수한 매니저들의 계약서입니다. 매니저들은 LG전자 케어솔루션 정규직인 사무소장의 경고 3회만으로도 계약이 해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10일 자정에는 매니저들이 사용하는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앱을 통해 배포된 최신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앱을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매니저들은 "'강화된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당장 내일부터 일을 못 하게 되니 어서 서명하라"는 압박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매니저들이 "계약서를 살펴보고 나중에 서명하고 싶다"고 항의하자 현재는 계약서 서명과 별개로 앱 사용이 가능해진 상태입니다.

윤지영 변호사는 해당 조항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계약 해지의 조항을 보면 회사에 문제 제기하는 때도 계약 해지가 가능하게 하고 있어 회사에 어떤 불만도 제기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라 꼬집었습니다.

LG전자 "밴드 탈퇴 종용·노조 가입 방해한 적 없어…계약 원칙따라 진행한 계약 해지 절차를 밟은 것"

LG전자는 이런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전면 부인했습니다. LG전자는 "지난달 25일 노조 설립 통보를 받았고 각 사무소장에게 '매니저의 노조 가입은 본인의 자유의사다. 회사와 사무소는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메일로 배포했다"면서 "밴드 탈퇴를 종용하거나 노조 가입을 방해한 적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노조에서 자회사 인사 관리 담당자가 매니저들에게 연락하거나 만나자고 한 것은 "매니저들이 사용하는 네이버 밴드를 다른 회사 사람들도 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사 영업 방식 등의 정보가 유출되고 있어 만나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면접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계약 해지된 매니저들에 대해선 "원칙에 따라 허위 방문 문제와 지역별 매니저 필요 인력 차이로 인해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고 해지 절차를 밟은 것"이라며 "노조가 주장하는 관례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계약서 갱신 문제 역시 "계약서의 여러 조항을 세부적으로 조정하고 명확히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계약서 서명을 진행한 거지 특정 의도를 가지고 매니저들을 압박하기 위해 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노조는 오늘(18일) 오전 10시에 LG전자 본사가 있는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에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와 갑질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 교섭 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