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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8일) 오전 11시 반쯤, 경남 함안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에 막 도착한 안희주 씨는 "동생이 의식이 없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길을 나선 뒤였습니다.

희주 씨의 동생 안은주 씨는 건강한 배구 선수였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배구를 시작해 19살에는 청소년 국가대표로 발탁되기도 했습니다. 프로배구팀에도 3년 넘게 몸담았습니다. 선수 생활 은퇴 후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배구 인생'을 살았습니다.

배구 강사로 일하던 은주 씨는 "종일 뛰니 목이 칼칼하다"면서 사무실에 가습기를 놓았다고 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도 함께 사용했습니다.

은주 씨는 2009년 말, 언니인 희주 씨에게 '숨이 차서 못 뛰겠다'며 함께 병원에 가자고 했습니다. 대학병원을 가 보니 이미 폐가 2/3 이상 굳어있는 상황. 언니 희주 씨는 "동생이 체력이 워낙 좋으니 늦게 알았던 것 같다"고 말합니다.

■2차례의 폐 이식 수술...5년째 병원에 입원 중

이후 은주 씨는 2015년 10월에 1차 폐 이식 수술을, 2019년 11월 2차 폐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2018년 12월 이후 5년째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희주 씨는 은주 씨가 병상에 누워 화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의 투쟁에 동참하는 것을 보고 피해자 가족으로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어제 낮 12시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희주 씨는 "평생 배구를 한 동생이 누워서 못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던 희주 씨는 이내 "(병원) 전화가 계속 울려서 가야겠다"며 동생이 있는 병원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지난 26일 안은주-안희주 씨 영상통화  장면 ■ 현실성 떨어지는 2차 조정안…"최소한 치료비는 줘야 하지 않나"

1차 수술을 앞두고 은주 씨는 언니 희주 씨에게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친정 가족이 힘을 보탰습니다. 어머니와 남동생이 땅과 집을 담보로 수억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치료비는 10억 원이 넘습니다.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늦었지만 지난해 10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위원회는 지난 10일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담은 2차 조정안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조정안 내용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치료 이후 상태를 기준으로 피해 등급을 정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현재 조정안에 따르면 은주 씨는 폐 이식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지만 '초고도' 등급이 아닌 '고도' 등급을 받게 됩니다. 큰 수술을 하고 폐 기능이 그나마 나아졌다는 이유로 오히려 낮은 등급을 받아야 하는 겁니다.

간병인 지원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은주 씨와 같은 중증 환자들은 하루 24시간 내내 간병인의 보살핌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간병인 지원금은 주 52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책정됐습니다. 희주 씨는 동생 간병비로 한 달에 많게는 480만 원을 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안은주 씨가 안희주 씨에게 쓴 ‘가지 마’ ‘사랑해’ 등 메모 ■ 피해 신고자의 83%가 옥시 제품 썼는데…옥시, 합의에 미온적

그런데도 옥시 측은 최근 조정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어제(28일) 피해자와 유족 단체가 옥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유입니다.

옥시 측은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지원금의 분담 비율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피해자들은 "살균제를 가장 많이 팔아 피해자를 가장 많이 만들었으니 지원금을 많이 내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4천291명의 83%인 3천580명이 옥시 제품을 썼습니다. 옥시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약 415만 개 팔았습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장 많은 피해자를 만든 기업이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최종안이 나오기 어렵다"면서 옥시에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습니다.

기자회견 도중 동생 상태를 확인하면서 병원으로 달려가던 희주 씨는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면서 "동생을 고향으로 데려가는 게 소원이었는데…"라며 말을 흐렸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 단체는 조정위원회 최종안이 나오기로 한 이달 말까지 계속해서 집회를 열며, 제대로 된 조정안을 촉구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