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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기도 고양에 우리나라 최대의 버드나무 군락지가 있습니다.

국제 습지보호 협약인 '람사르' 등록을 추진 중일 만큼 보전 가치 높은 '장항습지'인데요.

생태교란종인 가시박의 습격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류란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강과 서해가 만나는 하구의 장항습지입니다.

철마다 새들이 찾아오고 갖가지 생물이 어울려 사는 곳입니다.

국내 최대의 버드나무 군락지이기도 합니다.

우리 정부가 람사르 등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금 들어가 보니 기괴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온통 거적을 뒤집어쓴 듯한 모습.

[박평수/고양시 환경단체 대표 : "'가시박'이고요. 보시다시피 버드나무를 전부 덮어가지고..."]

이 습지의 주인인 버드나무를 생태교란 외래식물인 '가시박'이 휘감고 뒤덮었습니다.

갈색의 메마른 풀의 장막이 습지 여기저기에 울룩불룩 솟아있습니다.

가시박에 뒤덮인 버드나무는 햇빛을 받지 못해 말라 죽어갑니다.

["이미 다 고사가 된 거예요. 고사가 되고 나니까 무게를 못 이겨서 이렇게 부러지는 거죠."]

육지식물인 들깨도 여기저기 자라고 있습니다.

["(들깨? 밭에서 나는 작물이요?) 네."]

물이 드나들던 습지가 제 기능을 잃고 딱딱한 땅으로 변하는 '육화(陸化)'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강물이 흐르던 곳도 땅으로 변해 수백 미터의 갈대밭이 새로 생겼습니다.

[박평수/고양시 환경단체 대표 : "한강유역환경청에서는 '지자체에서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지자체에서는 '권한이 없다'고 하고... 도대체 어디에다 하소연을 해야될지 모르겠습니다."]

관리 공백을 틈타 생태교란 종에 점령당한 채 장항습지는 점차 습지 아닌 육지로 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