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세상에 공개된 건 간송미술관에 보관중인 '간송본'과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상주본'입니다.
문화재청의 강제집행 가능 판결에 그동안 천억 원에 내놓겠다던 현재 소장자의 입장은 변화가 없는걸까요?
상주본 소장자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김병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 씨.
취재진을 만난 배 씨는 한 서류를 보여줬습니다.
며칠 전 문화재청에서 보내온 상주본 반환요청 공문입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문화재청은) 재판 결과에 따라 (상주본) 그것을 자기들한테 내놓으라는 입장이고, 원래 거기 있던 것도 아니니까 제가 반환할 이유가 없으려니와 저는 그것을 수호해야 하는 입장이고요."]
상주본의 소유권이 법적으로 국가에 있으니 상주본 확보를 위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판결인데요, 배 씨 입장은 단호합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문화재청이 주장하는 그런 소유권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지금 그거를 상의, 검토 중입니다. (상주본이 선생님 것이라는 법적대응인가요?) 그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소유가 국가라는 상주본은 어떻게 지금 배 씨에게 있게 됐을까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08년 7월입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문화재청에 2008년 7월 26일인가 국보지정에 관한 신고를 한 게 있어요. 신고하고 답이 안 오기에 며칠 뒤인 30일 (상주본) 그것을 방송에 공개했던 거죠."]
당시 공개 현장에서 상주본을 직접 살펴본 학자는 지금까지 그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합니다.
[임노직/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관장 : "아 진본이라는 것은 딱 알 수 있었고. 그날 책의 어떤 그 재질이라든가 촉감 같은 거. 폐쇄된 상태에 오랫동안 보관돼 있었던 것 같아요.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 고서 특유의 냄새가 그 당시에 지금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아주 강렬했어요. 복장 유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죠."]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국보급 보물의 발견에 당시 마을도 떠들썩했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여기 동네 사람들 다 알아요. 모르는 사람이 없죠."]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게 귀중한 해례본이라더라, 진짜 역사적으로 귀중한 자료라더라. (동네 사람은) 그걸 아무도 본 사람은 없어. 소문만 무성했지."]
그런데 직후, 상주본이 자기거라고 주장하는 골동품상 조 모 씨가 나타났습니다.
배 씨가 자기 가게에서 고서적들을 사가면서 상주본을 몰래 끼워 가져갔다는 겁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두 사람이 싸움이 붙은 거야. 내놔라. 돌려놔라, 내 거 왜 훔쳐 갔냐, 절도했네 싸움이 붙어서……."]
배 씨는 대법원까지 간 소송에서 증거부족으로 절도혐의를 벗었지만, 그 사이 상주본 소유권은 조 씨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집니다.
결국 조 씨는 사망 전인 2012년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증하는데요, 이렇게 상주본이 국가 소유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