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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감사원이 제보를 접수하는 과정에서도 대응이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감사원이 한 내부고발자와 통화한 내용을 살펴보면 20분 정도 얘기하면서 신원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를 15번 넘게 합니다.

용기내서 나섰던 내부 고발자는 이런 압박에 제보를 취하 압박까지 느꼈습니다.

정새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제보 접수 이후 며칠 뒤 감사원에서 제보자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제보 관련 내용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감사원 감사관은 A 씨에게 신원 노출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제보자 A 씨-감사원 감사관 통화/2019년 9월/음성변조 : "조사 나가고 이제 그랬을 때. 규정상으로 이렇게 신분을 노출하기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좀 각별히 신경을 쓰기는 하는데요. 정황상 알 수도 있지 않냐는 거예요, 정황상."]

현장 조사 과정에서 신원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말에 처음엔 형식적인 얘기라 생각했지만 경고는 반복됐습니다.

[제보자 A 씨-감사원 감사관 통화/2019년 9월 : "모를 것 같으세요? 그런 말만 안 하면 모를 것 같으세요? 판단할 때는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는 알 것 같거든요, 저라면."]

20분 남짓 통화하면서 감사관이 신원 노출 위험을 경고한 건 15번이 넘었습니다.

[제보자 A 씨-감사원 감사관 통화/2019년 9월 : "(나름 감사원에서 (제보자 보호)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요.) 그거는, 그거는 글쎄요입니다. (융통성 있게 잘하지 않으실까요?) 그 말은 글쎄요입니다."]

급기야 제보를 처음 하는 A 씨가 먼저 제보자가 드러나지 않는 조사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보자 A 씨-감사원 감사관 통화/2019년 9월 : "숙고를 한번 해 보세요. 정황상 이게 걸리겠는지 안 걸리겠는지 한번 숙고를 한번 해보세요. 신분 보호 하려고 노력은 할 건데. 정황상 드러날 수 있다는 거죠, 정황상. (뭐 이렇게 겁주시니 뭐 저는...)"]

A 씨는 제보 취하 압박을 느꼈습니다.

[A 씨/제보자 : "이거는 어떻게 보면 '제보하지 마라, 내부 신고하지 마라, 내부 신고하면 위험하다' 그런 압박감이 있었습니다."]

A 씨에겐 제보 과정도 힘들었지만 감사원의 처리 과정도 실망스러웠습니다.

2020년 2월 감사원은 제보 내용을 확인하겠다며 해당기관에 자료제출 공문을 보냈습니다.

제보 접수 후 5개월 만입니다.

그런데 자료제출 마감 후 일주일도 안 돼 감사원은 문제없음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감사원은 감사관의 전화 내용은 신원노출 위험을 안내한 것이지 제보 취하를 종용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현장 조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자료를 확보했고, 기존 사업자와 계약 연장이 불가피한 사정을 감안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정새배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그래픽:홍윤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