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업체인 유튜브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브루노 본사 건물에서 현지시간 3일 오후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 용의자 나심 아그담(38)는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적어도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총격 사건은 점심시간인 오후 12시 48분쯤 본사 건물 사이에 있는 야외 정원에서 벌어졌다. 유튜브의 한 직원은 야외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고, 한 여성이 주차장에서 건물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20발 가까운 총성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유튜브 직원 디애나 안스파이거는 여성 총격범이 안경을 쓰고 스카프를 둘렀으며 "아주 커다란 권총을 쏘고 있었다"고 AP에 말했다.
샌 브루노 경찰은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용의자는 현장에서 숨진 상태였다"고 밝혔다. 범행 뒤 스스로 총을 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아그담 외에 공범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부상자 4명 중 총상을 입은 환자는 3명이고, 나머지 1명은 대피 과정에서 발목을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 측은 "3명의 총격 사건 부상자가 들어왔다"면서 이들 중 32세 여성은 중상, 27세 여성은 경상이지만, 36세의 남성은 위독한 상태라고 말했다.
범행 동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아그담이 남자 친구를 겨냥했다는 보도와 유튜브 본사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는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사건 직후 CBS 뉴스와 지역 방송사인 KRON4 등 여러 언론매체는 "용의자가 남자친구를 향해 총을 쐈다"고 전했다. 또 크게 다친 남성 피해자가 총격범의 남자친구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총격범이 피해자 중 최소한 한 명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고, 지역 언론 머큐리뉴스도 아그담이 남자친구를 겨냥했을 가능성을 당국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그담이 평소 공공연히 유튜브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채식주의 활동가와 동물 애호가를 자처하는 아그담은 여러 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채식 요리법과 운동법, 동물 권리 등에 관한 영상을 많이 올렸다. 최근 들어서는 유튜브 측이 자신의 영상 일부를 차단하거나 광고 수익을 배분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유튜브가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을 검열하고 억압한다"는 글을 올렸다. 아그담의 아버지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딸이 유튜브에 화가 났다"며 유튜브가 딸의 영상을 필터링하고 시청 연령을 제한했다고 전했다.
유튜브의 샌 브루노 본사 건물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17㎞가량 떨어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인근에 있다. 엔지니어를 포함해 천 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 모회사인 구글은 긴급 성명을 통해 "지역 당국과 병원에 적극 협조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 보안팀도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건물 소개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사건을 보고받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백악관 대변인은 밝혔다. 최근 17명이 숨진 플로리다 고교 총기 참사 이후 총기 규제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어서 미국 실리콘밸리 한복판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총기 규제 여론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여성에 의한 총기 난사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2014년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2000∼2013년 미국에서 발생한 160건의 총기 난사 사건 중 여성이 저지른 범행은 단 6건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