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양과 질 모두 문제…한국 경제의 ‘뇌관’_포커 게임에서 살해된 보안관의 사진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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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1천100조원에 육박한 점은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가계부채가 여전히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가계대출 비율이 늘고 있는데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장기적으로 가계 빚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다만 금융감독당국은 아직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하우스푸어(내집빈곤층) 구제책과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은행권의 고위험 가계대출 대손충당금 적립 강화 등을 통해 전방위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비은행 가계빚 늘고 기준금리 내리고…가계부채 '경고등'

15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질 부채는 1천98조5천억원으로 2011년의 1천46조4천억원보다 52조1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가계신용과 소규모 개인기업 대출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계약 기간이 지나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전세금 등 '사실상의 가계 빚'을 합치면 부채는 더 늘어난다.

최근에는 대출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가계대출 비중이 늘어나는 등 양적인 측면 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가운데 비은행권 대출의 비중은 2006년 29.9%에서 지난해 34.4%로 늘었다. 상호금융이 2.1배, 여신전문회사가 1.6배, 보험이 1.5배, 저축은행이 1.2배로 가계대출 규모가 각각 늘었다.

특히 비은행권 가계대출 차주 가운데는 채무상환능력이 낮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빚 상환 부담을 매우 크게 느낄 다중채무자들도 많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2월 펴낸 '거시경제금융안정보고서'에서 "비은행권 가계대출 비중이 늘어나면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저금리 전환대출, 서민우대금융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
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가계부채가) 전체적인 증가율은 둔화됐지만 비은행 쪽 증가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까지 겹쳐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당장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이자를 아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출이 더 쉬워지면서 가계빚이 늘어나는 현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달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린 직후 기자회견에서 "유동성 측면에서 보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그렇게 크게 가계부채 총량을 늘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연착륙 해법 '총동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캠퍼스 금융토크' 행사에서 학생들이 가계부채의 위험성에 대해 묻자 가계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상환 구조 등을 바꾸고 있다"며 "상환이 어려운 사람을 위주로 여러가지 지원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의 말처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바꾸고자 활용 가능한 해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우선 프리워크아웃 시 기존 대출 취급 시점의 대출 한도를 계속 적용할 수 있도록 6월부터 담보인정비율(LTV) 규제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 5억원짜리 집을 사면서 3억원을 대출(LTV 60%)받았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4억원으로 떨어졌다면(LTV 75%) 프리워크아웃 시 LTV 초과분에 대한 원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은 캠코(자산관리공사)가 6월부터 부실 주택담보대출채권을 사주고 원금상환 유예나 장기분할상환 전환 등 채무조정을 해준다.

85㎡ 이하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연소득 5천만원 이하, 대출 2억원 이하 등 일정 조건을 갖춘 대출채권은 주택금융공사가 매입해주고 은행금리 수준의 이자만 받으며 원금상환을 최장 10년간 유예해줄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LTV 80%를 초과하는 고위험 LTV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은행권에 고위험 가계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을 강화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LTV는 소득 등 상환 능력과는 별개의 개념이지만 차주가 빚을 갚지 못할 때 은행이 대출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와 관련 있다"며 가계부채 연착륙과 금융사의 건전성 강화를 위한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