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잠자는 노인들…요양병원에 무슨 일이?/시사기획 창_포커 머니를 플레이하다_krvip

① 잠자는 노인들…요양병원에 무슨 일이?/시사기획 창_북동부 베팅_krvip

[앵커]

“오늘 개시했습니까?”

요즘 자영업자들이 얼굴 맞대면 나누는 인사입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영업마저 포기하며 애태우는데 반대로 방역 관리 허술한 곳만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죠.

내가 무심코 누린 자유 때문데 누군가의 숨 막히는 시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요.

코로나19 kbs 통합뉴스룸 9시뉴스.

오늘(9일)은 KBS가 기획 취재한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가 가장 큰 곳 중에 하나, 바로 노인요양시설입니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 환자가 치료받는 요양병원이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데요.

지난 3월 20일, 정부가 요양병원 면회를 금지한 지 6개월이 다 돼갑니다.

부모님을 뵙지 못한 불안한 마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고 KBS에도 요양병원 관련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로 요양병원의 간병이 부실하다는 의혹인데 KBS <시사기획 창> 취재진이 일부 요양병원의 운영 실태를 4개월에 걸쳐 취재했습니다.

공익적 목적의 비밀 취재 결과, 상당수 요양병원이 항정신병제를 폭넓게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약으로 잠을 유도하는 이른바 '화학적 구속'이 의심 되는 정황들도 포착됐는데요.

면회가 금지된 병원 안에서 노인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홍혜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요양병원.

취재진은 50대 간병인을 통해 현장 실태파악에 나섰습니다.

한 달 입원비가 3백만 원에 달하는 1등급 요양병원.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긴 날, 에어컨이 고장난 병실에서 노인들은 선풍기에 의지합니다.

땀으로 흠뻑 젖은 베개.

묶여있는 손으로 욕창 부위를 긁으려 환자는 안간힘을 씁니다.

["여기 긁어드려요? 간지러우세요?"]

[("보호자들이 와서 뭐라고 안해요?) 지금 모르잖아, 코로나 때문에."]

회진 시간, 의료진이 한 환자에 대해 논의합니다.

[간호사/음성변조 : "RT(신체 묶기)도 소용이 없어요. 영양제 섞어서 **를 탈까요?"]

잠시 뒤 들어온 간호사.

영양제라며 주사를 놓습니다.

[간호사/음성변조 : "주사 맞자. 왜 콧줄을 빼서. 가만 있으면 되는데. 일을 만들어주네."]

[할머니 : "나 죽었다. 나 죽었다. 아이고 아파라, 왜 이러나."]

[간호사/음성변조 : "할머니 약 더 넣어도 되겠다. 아직 짱짱하네, 목소리가."]

이른바 영양제를 맞은 할머니 상태는 어떻게 변했을까.

15분 뒤, 음성이 잦아들더니, 이내 잠에 빠져 조용해졌습니다.

주사제에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취재진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영상을 본 정신의학 전문가는 투약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연병길/경기도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 "마지막 수단으로 화학적 구속이나 신체적 결박, 이런 것들을 할 수가 있습니다. 증상이 있다고 해서 갑자기 약을 투여한다든지 그래서는 안 되고..."]

지방의 또다른 요양병원. 복지부 적정성 평가 4등급을 받은 곳입니다.

불이 환하게 켜졌지만 노인 환자들이 미동도 없이 자고 있습니다.

큰 말소리에도 인기척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

["(약은 줬어?) 그 엄마들은 약발은 잘 받아."]

약발이 안 듣는 노인은 천덕꾸러기가 됩니다.

[간병인/음성변조 : "밤새 나를 괴롭히더니만 이제 코 골고 자네."]

["(저 할머니는 약 줘야겠더라.) "약을 줬어. 그래도 안 들어."]

요양병원에서 일해본 의료인들은 노인들에게 행동을 진정시키는 항정신병제를 쓰는 일이 흔하다고 증언합니다.

[요양병원 간호사/음성변조 : "일단 주사로 바로 주면 바로 가라앉죠. 말도 천천히 어눌해지면서 서서히 잠이 들거든요. 너무 힘들잖아요. 이 약을 써서 이 할머니를 재워야 된다, 이 어르신 재워야지만 이 병동에 평화가 온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들은 환자의 행동장애가 발생될 경우 약을 처방하고 있으며, 증상이 지속되면 보호자에게 알리고 있다고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KBS 뉴스 홍혜림입니다.

촬영기자:왕인흡/영상편집:김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