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결혼 나이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1세, 여성은 30.4세입니다.(통계청 자료) 결혼이 늦어지다 보니 노산도 많아지고 난임으로 고생하는 부부들도 많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난임 치료를 위한 휴가 3일을 도입했을 정도인데도 난임 치료는 쉽지 않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감자료를 보면, 난임 시술 여성 환자 8만 6천여 명 가운데 분만에 성공한 사람은 만 6천여 명(19.2%) 정도입니다. 이렇다 보니 요즘 크게 관심을 받는 것이 바로 '난자 냉동 보관'입니다.
"이젠 안심돼요"..난자 보관은 '미래를 위한 투자'
최근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자신의 난자를 냉동해 보관하는 30~40대 여성을 볼 수 있습니다. 30대 중후반 혹은 40대 초반 미혼 여성들입니다. 이들은 난자 냉동 보관이 미래를 위한 보험이라는 입장입니다. 혹시 모를 노산으로 인한 난임 등의 걱정을 덜기 위한 선택이라는 거죠.
직장생활을 하는 35살 미혼 여성을 취재했습니다. 이 여성은 당장 결혼 계획은 없지만, 나중에라도 결혼하게 되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난자 냉동 보관을 선택했습니다.
"아직은 계획이 없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결혼하게 되면 조금 더 건강한 아이를 위해서 보관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주변에도 나이 들어서 임신을 못 하거나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거든요. 일찍 해 놓으면 나중을 위해서는 안심이 되는 부분도 있죠."
다른 34살 미혼 여성은 1년 전 자신의 난자를 냉동 보관했습니다. 점점 나이가 드는 데다 이전에 자궁질환을 앓은 적이 있어 나중에 임신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좀 있고 하다 보니까 결혼이 딱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보관해 놓으니 좀 더 안심되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많이 권하고 있어요. 아직 결혼을 안 한 친구들도 꽤 있고 해서 해 놓으면 좀 훨씬 마음이 편안함이 있을 거라고. 미래를 위해서 한번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돈이 그렇게 비싸다는 생각은 안 들고요."
난자 냉동보관 여성 4년 새 15배 급증
원래 난자 냉동보관 시술은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앞둔 가임기 여성에서 임신 계획이 있을 때 했습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같은 난소 질환이 있는 여성도 임신율을 높이기 위해 난자 보관을 했습니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건강한 여성에서도 자신의 난자를 얼려두는 시술이 늘고 있습니다. 차병원의 경우 난자 냉동을 한 여성이 지난 2014년엔 42명에 그쳤는데, 지난해에는 635명으로 4년 새 15배나 늘었습니다.
43세까지 난자 보관 시술 가능..시험관아기로 임신 시도
냉동 보관된 난자는 이후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을 시도합니다. 나이에 따라 임신 성공률은 30~60% 사이입니다.
여성의 난소 기능은 25살 이후 지속해서 떨어지기 때문에 난자 냉동을 마음먹었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는 게 좋습니다. 35살이 넘으면 난소 기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43살이 넘으면 임신 가능성이 눈에 띄게 줄기 때문에 난자 보관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구화선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상적으로는 35세 이전의 난자가 가장 건강하기 때문에 35세 이전에 오시는 것을 권유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아서 37세 이전에만 오셔도 충분할 거로 생각합니다. 40세에도 임신율이 시험관임신율이 30% 내외는 나오기 때문에 40세에서 43세 사이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난자 냉동보관을 하려면 먼저 피 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 난소 상태를 파악하는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과배란 주사를 맞고 난자를 채취하는 시술을 합니다. 비용은 3백만 원 내외입니다.
난자 냉동보관은 시간과 비용, 번거로움 등을 고려하면 전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그러나 난소의 노화는 절대 멈추지 않습니다. 과정이 힘들고 비싸지만 건강한 아이를 갖고 싶은 30~40대 미혼 여성들이 난자 냉동보관을 선택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