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수·韓 초등생, 펜팔로 ‘따뜻한 우정’_메가 턴어라운드를 위한 베팅_krvip

美 선수·韓 초등생, 펜팔로 ‘따뜻한 우정’_비행사 행운의 내기_krvip

"코디 형아~ 힘내. 파이팅!" 3일 오전 평창 알펜시아 에코슬로프 경기장.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스노보딩 디비전 남자 3조 결승전에서 미국인 지적장애인 선수 코디 필드(Cody Field·20)를 두 팔 벌려 응원한 한국인 꼬마는 대전 어은초등학교 3학년 최우준(9)군 이었다. 이들의 인연은 지난해 11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 게시판에서 스페셜 올림픽 외국 선수와 펜팔을 할 수 있게 주선해주는 '글로벌 교류 프로그램' 공고를 보자마자 아버지를 졸랐다. "예전에 런던 스페셜올림픽에 관한 TV뉴스를 보다가 스페셜 올림픽이 뭔지 질문을 하더군요. '불편한 친구들이 운동 시합하는 거야'라고 대답해주고 넘어갔는데 그게 계속 궁금했나봐요." 영어로 더듬더듬 이메일을 작성해서 국제스페셜올림픽위원회에 이메일을 보냈고, 1월 23일 첫 편지가 왔다. "안녕 존(우준이의 영어 이름)! 내 이름은 코디 필드야. 나는 미국팀 스노보드 선수란다. 콜로라도에 있는 체리 크리크 고등학교를 졸업했어. 지금은 슈퍼마켓에서 일하고 있어…." 함께 보낸 사진 속에서 노란 머리 청년 코디는 자신의 키만 한 큰 스노보드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우준이와 코디는 대회 전까지 대여섯 통의 메일을 주고받으며 '특별한 우정'을 키워나갔다. 둘은 놀라울 정도로 공통점이 많았다. 미국 만화영화 '주먹 왕 랄프(Wreck-It Ralph), 영화 스타워즈, 스파이더맨은 코디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였고, 우준이 또한 대사를 다 외울 정도로 즐겨 봤다. 스키, 축구, 태권도를 좋아하는 우준이와 만능 스포츠맨인 코디는 대화가 술술 통했다. 이윽고 지난달 29일 미국 선수단이 한국 선수촌에 입촌했다. 대회가 개막하고 코디가 스노보딩 디비전 남자 3조 결승전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드디어 두 친구가 만났다. 대전에 사는 우준이네 가족이 코디를 응원하기 위해 4시간을 운전해 평창을 깜짝 방문한 것. "하이, 코디!" 우준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우준이를 알아본 코디는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웃으며 반가워했다. 우준이의 유치원 졸업 사진과 가족 여행 사진, 스키 타는 사진 등을 함께 보며 이메일로는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로 꽃을 피웠다. 우준이의 영어실력과 코디의 모국어실력이 비슷해 의사소통의 불편함은 없었다. "코디 형은 사진보다 머리카락이 노랗고 짧았어요. 형이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즐거웠어요. 장애인이라고 했는데 어디가 다른지 잘 모르겠어요." 이날 만남에서 듣게 된 더욱 놀라운 이야기는 코디의 할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다는 사실이었다. 코디의 친할아버지인 프란시스 호콤브(Francis Hokomb)는 한국전쟁에 파일럿으로 자원입대했으며, 평양에서 임무를 마치고 기지가 있는 경남 진해로 돌아가던 중 비행기와 함께 추락, 1950년 11월 전사했다. 개막 전 경남 진해를 다녀왔다는 코디 아버지 마크 필드(51)씨는 "아버지가 전사한 곳에 서니 슬픔이 밀려왔지만 동시에 매우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우준이와 코디네 가족. 디비전 남자 3조 결승전이 열린 3일 오전 하얀 설원을 내달리는 코디를 한마음으로 목청껏 응원했다. 코디의 기록은 합계 1분50초16초. 조 1위를 달성했다. <<주변의 열렬한 환호 속에서 코디와 꼬마 친구는 그들만의 독특한 인사법으로 기쁨을 나눴다. 마주보고 서서 손바닥을 두번 마주치고, 주먹을 한번 부딪친 후 서로의 오른팔을 교차해 하늘로 쭉 뻗는 '코디표 인사법'. 코디는 우준이에게 스노보드 타는 법을 알려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우준이의 어머니 정하율(38)씨는 "훌륭한 스노보드 선수가 되기까지 훈련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감동적"이라며 "코디를 통해서 사람은 누구나 똑같다는 걸 우준이가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디 아버지 마크 필드씨도 "누나들과 여동생만 있는 코디는 이번에 귀여운 남동생을 얻었다"면서 "한국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우리 가족은 존과 코디가 앞으로도 계속 우정을 이어 나가기를 바란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