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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갑자기 온 세상이 붉은 불덩어리로 돌변했다. 고막이 찢어질 정도로 웅장한 굉음이 천지를 진동시켰다. 그러고는 사방이 온통 깜깜한 암흑세계로 변해 버렸다."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1개월 전 일본 히로시마(廣島)로 징집된 스물한살 청년 곽귀훈씨는 평생 잊지 못할 악몽 같은 광경과 마주했다. 미국의 B-29 폭격기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리틀보이'(Little Boy)를 투하했다. 그는 눈 깜짝할 새 숨진 수많은 병사를 뒤로하고 토굴에 숨어 가까스로 방사능비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었다. 23일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인 원폭 피해자인 곽씨의 경험과 이후 대일 보상 운동을 담은 회고록 '나는 한국인 피폭자다 - 원폭피해자 곽귀훈의 삶과 투쟁'이 최근 출간됐다. 곽씨는 일제강점기 강제 징집과 피폭에 이어 한국과 일본 정부의 외면까지 삼중의 고초를 겪었다. 그는 일찍이 1950년대부터 신문에 '히로시마 회상기' 등을 연재해 한국인 원폭 피해자 문제를 제기했다. 1998년 일본 외 지역에 거주하는 원폭 피해자에게도 피폭자 수당 지급권을 인정해 달라는 '피폭자 확인 소송'을 일본 법원에 내 2002년 최종 승소하기도 했다. 그전까지는 피해자가 일본을 벗어나면 권리를 박탈하는 일본의 행정명령 때문에 한국 거주 피폭자들은 차별을 받았다. 책은 곽씨가 소련이나 만주 전선으로 배치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일본 히로시마에 가게된 사연과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다른 군인들과 갈등을 겪은 경험, 패색이 짙어진 일본군 분위기 등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폐허가 된 히로시마. 곽씨는 "지옥이 있다면 이런 광경이 지옥의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바람이 불면 시체가 타는 악취가 사정없이 몰려 왔다"고 회고했다. 강제징집 전 사범학교 학생이던 그는 해방 후 교육자가 돼 동국대 사범대 부속 중고등학교 교장 등을 지냈다. 책에는 곽씨가 한국인 피폭자 문제에 관심을 호소하며 일본 언론에 게재한 기고문, 지난 2002년 '피폭자 확인 소송'의 소장과 판결문 등도 번역돼 실렸다. 올해 구순을 맞은 그는 컴퓨터로 원고를 직접 작성하는 열정을 보였다. 곽씨는 "90세가 됐으니 평생 한 일을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년 4월부터 책을 썼다"며 "사선을 넘나들다 홀로 살아남은 당시의 경험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