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방위 개입…국정화는 또 하나의 국정 농단”_슬롯 노래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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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 정부가 헌법과 법률, 민주적 절차를 어겨가면서 국가 기관과 여당은 물론 친정권 인사들까지 총동원해 개입한 또 하나의 국정 농단 사건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고석규)는 7개월여에 걸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청와대가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기획·결정했고, 교육부와 당시 여당(새누리당), 관변단체 등을 총동원해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온갖 불법 행위들이 벌어졌다. 진상조사위는 "국정화 사건으로 민주주의의 헌법 가치는 심하게 훼손되었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역사학자는 물론 국민의 자유와 권리도 심각하게 침해 받았다"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전방위 개입

진상조사위는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국정화를 결정해 추진했고, 김 전 비서실장 후임인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당시 교육문화수석 등이 위법·부당한 수단과 각종 편법을 동원해 강행했다고 결론내렸다.

국정화 작업은 2013년 10월경부터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교과서 검인정 체제 강화'를 위한 조직 설치를 지시한 것이다. 2015년 10월에는 이병기 전 비서실장 지시를 받은 교육부가 '국정화 비밀 TF'를 구성했다. 이때부터 국정화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한 달 뒤 집필진 공모를 거쳐, 2016년 1월에는 편찬기준이 확정되고, 석달 뒤 국정 역사교과서 초고 집필이 끝났다.

(자료: 교육부)
청와대 개입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청와대는 ▲ 불법 여론 조작 지시 ▲ 편찬심의 위원 선정에 개입 ▲ 집필진 선정에 개입 ▲ 편찬기준 수정에 개입 ▲ 홍보비 부당 집행 강요 ▲ 반대 학자 연구비 지원 배제 지시 등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진상조사위 결론이다.

특히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15가지 항목에 걸쳐 국정화 관련 내용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찬과정 관리 부실 점검', '연구진 43명 개인 입장 관철 위해 중요 자료 유출 가능성 차단', '교과서 임시정부 법통 계승-광복 이후 수립과정, 6·25 전쟁, 이·박 대통령 평가, 북한 정권' 등 집필 과정 관리부터 내용까지 구체적인 주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료: 교육부)
바뀐 내용 보니...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개발하던 2015년 9월, 청와대 행정관이 교육부에 21개 '수정 요구'를 담은 문서를 전달했다. 이 가운데 18건이 반영됐다. 편찬 기준은 '교과서 작성 가이드라인'에 해당한다.

청와대는 "새마을운동 성과와 한계를 서술한다"는 문장에서 '한계'를 빼고 '의의'를 넣으라고 요청했다. 이후 실제 편찬기준에는 이전에 있던 '새마을운동을 서술할 때 그 성과와 한계를 서술한다'는 내용이 사라지고 '새마을운동이 농촌 근대화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고 이 운동이 최근 개발 도상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음에 유의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 청와대는 남북의 평화 모색 활동과 관련한 내용도 없애달라고 요구했다. 새 편찬기준에선 "북한의 3대 세습체제를 비판하고 핵 문제는 최근 북한의 동향의 심각성에 관해 서술하며,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 군사도발과 피해상을 기술한다"는 등의 내용이 신설됐다.

2016년 5월 완성된 국정교과서 초고본은 국사편찬위원회 내부 검토에서도 많은 지적을 받았다. 당시 국편 편사연구직 24명이 초고본을 검토했는데, 내용 오류나 통설과는 다른 서술은 물론 교육과정과 편찬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서술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됐다. 비자발적 친일행위는 담고 자발적 친일행위 서술은 누락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일본에 우호적인 근대개혁과 관련한 서술은 '전면개선'이 권고됐다.

외부 검토는 2016년 6월 동북아역사재단,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고려·조선사는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아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고, 현대사는 역사학 전공자 없이 검토가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김기춘·이병기·김상률·황우여...모두 수사 의뢰

진상조사위는 관련자들에 대해 직권남용, 배임,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의뢰하라고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수사 의뢰 대상에는 박 전 대통령, 김기춘·이병기 전 비서실장, 서남수·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 전·현직 교육부 공무원, 민간인 등 25명 안팎이 포함됐다.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이병기 전 실장 등은 각종 위법사항이 동원된 국정화 계획 추진을 지시하거나 적극 가담한 혐의로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고, 황우여 전 장관과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 등은 비밀 TF 운영과 관련해 역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서남수 전 장관 등은 한국교과서연구재단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국정화 여론조사 대행을 맡기고 국정화에 유리한 내용을 포함시켜 직권남용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성실·공정·품위유지) 혐의가 있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명령 따른 것 뿐?..."불법 행위 책임져야"

진상조사위는 국정화 과정에 개입한 교육부 공무원들도 수사의뢰나 징계 처분 할 것을 요구했다.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고 인사상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일반 공무원도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않고, 불법으로 실행에 옮긴다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진상조사위는 그동안의 활동을 백서로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교육정책 결정과정과 집행이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국정화 사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역사적 자료로 남기겠다는 취지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