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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수 단체 어큐러시 인 미디어(Accuracy In Media) 누리집에 올라온 사진
하버드 대학생들의 신상이 털렸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 이후 이번 충돌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의 분리주의 정권에 책임이 있다"는 성명을 낸 학생 단체 소속 학생들의 신상입니다.

현지 시각으로 11일, 하버드 대학이 있는 보스턴 시내에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트럭이 나타났습니다. 이 트럭의 전광판엔 이 성명에 이름을 올린 30여 개 모임 회원들의 사진과 이름이 돌아가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하버드의 대표적인 반유대주의자들'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 트럭을 운영하는 주체는 미국의 '어큐러시 인 미디어'라는 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보수적인 비영리 단체로, 예전부터 주장을 펼치기 위해 전광판 트럭을 운영해왔습니다.

하버드의 대표적인 반유대주의자(Harvard's Leading Antisemites)라는 글이 적혀 있다.
하버드 학생단체들의 성명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주말에 나왔습니다. 하마스가 벌인 잔혹 행위가 본격적으로 전해지기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그 내용이 전해지면서 곳곳에서 이 성명에 대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 화살을 쏘아 올린 대표적인 인물이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인 빌 애크먼입니다.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그는 현지 시각으로 10일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썼습니다. "많은 CEO로부터 이스라엘에 책임을 전가하는 성명을 낸 학생들을 고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버드 대학이 그 명단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성명에 동참한 학생들을 고용하지 말자는 취지의 빌 애크먼 소셜미디어 글
그 이후에 올린 글에서는 "만약 여러분이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면 테러 집단의 비열한 폭력 행위를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을 고용하시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교 동아리의 일원으로 KKK단(흑인 인종차별 백인 단체)의 린치(법에 의하지 않는 잔인한 폭력)를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는 성명을 발표한 사람을 고용하시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이 로펌(법률 회사)의 직원이 되기를 원하시나요? 당연히 아니죠."라고 했습니다.

사실상 해당 성명에 동참한 단체 소속 학생들을 고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빌 애크먼의 소셜미디어 글에 공감을 표한 CEO도 현지 시각 12일 오후 12명이 넘습니다.

이런 분위기에다 하마스의 잔혹 행위가 좀 더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지지 철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명에 동참했던 34개 학생 모임 가운데 네 곳 이상이 입장을 철회했고, 일부 모임 임원들은 사퇴를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모임들은 학생 보호를 이유로 명단에서 이름을 삭제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미국 명문대 학생들이라 하더라도 원하는 곳에 취업하고 싶은 마음은 같고, 결국 업계의 압박에 의견을 바꾼 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물론 이런 움직임에 반발이 없는 건 아닙니다. 빌 애크먼의 소셜미디어 글에는 본인도 하버드대 로스쿨 학생이라며, "많은 학생이 그들이 속한 단체가 어떤 일을 하려고 했는지 알지 못했다며 이렇게까지 하는 건 괴롭히기"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하버드대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던 로렌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도 여전히 학생 모임의 성명을 비난하지만, 개별 회원을 처벌하는 건 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은 마녀사냥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내용을 알지 못한 개인에 대한 차별'을 비난하는 내용입니다.

뉴욕대학(NYU) 학생 변호사 협회 회장인 리나 워크먼은 그룹에 보내는 메시지에 "이스라엘은 이 엄청난 인명 손실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채용 제안을 했던 법률 회사인 윈스턴 앤 스트론은 "그의 주장은 회사의 가치와 심각하게 상충된다"며 그 제안을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미 대학과 학생 모임은 사회의 주요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특히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살해 이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벌어지면서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논평이 강화돼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논란이 뜨거운 적은 없었습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폭력사태는 그동안 학교 내에서 학생과 교수진의 갈등을 불러왔던 주요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어느 편에 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문제였는데, 이번 충돌로 수면 위로 드러난 겁니다.

미국 언론들도 사실 관계만 전달할 뿐 논평을 하는 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학 사회까지 갈라지고 있는 미국 사회의 모습이라는 기계적인 평가만 내놓을 뿐입니다. 그만큼 미국 사회에서 그 누구도 논란에 뛰어들기 어려운 문제가 수십 년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 이어져 온 폭력입니다.

만일 그 누구가 그곳에서 폭력 행위가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내왔다면 이번에도 좀 더 자신 있게 나설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빌 애크먼은 유대계로, 윈스턴 앤 스트론 법률 회사는 유대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사건에서 여러 차례 변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