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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10시 30분쯤 제주도 서귀포시 문섬 앞바다에서 인근 다이버들이 포착한 혹등고래. 어린 개체로 추정된다. 시청자 정유진 제공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에서 해양보호종인 혹등고래가 관찰됐습니다. 우리나라가 주 서식지가 아닌 혹등고래가 제주 바다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드문 일입니다.

18일 오전 10시 30분쯤 서귀포시 문섬 앞바다에서 혹등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인근에 있던 다이버들이 포착했습니다.

서귀포잠수함에서 다이버로 근무하는 김진명 씨는 유난히 너울이 심했던 이날도 바다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바다가 궁금하기도 하고, 좀 더 신경을 써서 보기도 하는 편"이라면서 "이날은 너울이 심해, 바지선에 동료들 외엔 없던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문섬 앞바다에서 인근 다이버들이 포착한 혹등고래.  시청자 김진명 제공
파도가 높고 크게 일렁이는 바다에서 그 순간, 까맣고 거대한 뭔가가 올라오는 것이 김 씨의 눈에 띄었습니다.

김 씨는 "바닷속에서 뭔가 큰 게 올라오길래 '너울이 좀 크게 이나' 하고 봤는데, 검은색이더라"면서 "유심히 보니 고래처럼 튀어 올라서 처음에는 돌고래인 줄 알았는데, 돌고래 크기는 아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김 씨와 옆에 있던 동료는 곧장 카메라를 들고 바지선 끄트머리로 달려갔습니다. 고래와 떨어진 거리는 불과 10여 미터에 불과했습니다. 이들이 문섬 바다에서 마주한 고래는 생각보다도 크기가 더 컸습니다.

시청자 정유진 제공
김 씨는 "영상 속에서는 고래가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 봤을 땐 뭔가가 들이닥치는 느낌에 위압감이 들 정도로 컸다"면서 "바지선 끝으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사진과 영상을 찍는 동안 고래의 앞부분과 지느러미 모습이 뭔가 특이해 보여, 같이 사진을 찍은 동생과 '무슨 고래일까' 궁금해했다"고 말했습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 혹등고래는 바지선과 보트 주변에서 노닐며 해수면 위로 몇 차례 모습을 드러내다가, 이내 바닷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또,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김 씨가 이날 찍은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전문가들이 '혹등고래'로 확인해주면서 서귀포 문섬 앞바다에서의 희귀고래 출현 소식이 화제가 됐습니다.

혹등고래는 긴수염고래과에 속하는 대형고래로, 등 위에 혹 같은 등지느러미가 있어 혹등고래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성체 몸 크기는 10m~15m, 몸무게는 25~30t 정도로, 암컷이 수컷보다 큰 것이 특징입니다.

보통 무리를 이루어서 다니며, 대형 고래로는 드물게 사냥도 협력해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크릴부터 고등어나 전갱이, 멸치 등 크고 작은 물고기까지 다양한 먹이를 섭취합니다.

혹등고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최소관심(LC, Least Concern) 종으로, 해양수산부에서는 2007년부터 혹등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18일 오전 혹등고래가 목격된 서귀포 문섬 앞바다.
김 씨는 "오늘(19일)도 혹등고래가 나올까 해서 촬영 장비를 더 챙겨 나왔는데, 아쉽게도 목격하지 못했다"면서 "언젠가 다시 또 혹등고래를 마주할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 고래연구센터 "혹등고래 어린 개체로 추정…이동 중 우연히 발견된 듯"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해당 혹등고래가 어린 개체로, 우리나라가 주 서식지는 아닌 만큼 다른 지역으로 이동 중에 제주 앞바다에서 우연히 목격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혹등고래는 매우 넓은 지역에 걸쳐서 서식하며, 이동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쪽 매우 추운 극지방과 몹시 더운 적도 인근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서식 특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혹등고래를 목격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올해 1월, 강원도 속초항 남방파제에서는 혹등고래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경리 고래연구센터 연구사는 "고래연구센터에 있는 혹등고래 조사 결과를 봐도 목시조사(눈으로 관찰하는 조사)로는 지난해 가을 포항 앞바다에서 처음으로 확인됐고, 혼획도 세 번 정도만 기록이 남아 있다"면서 "우리나라 바다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종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혹등고래. 게티이미지
일본의 '혹등고래 서식 영역 지도'를 보면, 동해를 비롯한 우리나라 안쪽 바다는 주요 서식지가 아니지만, 오키나와 등 일본 남부 해역에서는 꽤 많이 목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경리 연구사는 "제주 앞바다나 포항 등지에서 혹등고래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일회성 데이터로, 현재로서는 특별한 의미를 둘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축적된 연구 자료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서 혹등고래 발견이 드문 것에 대해) 기존에 우리나라 바다에서 서식하던 혹등고래가 사라진 것인지, 한반도 주변 바다와의 상관관계나 영향, 변화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 "한반도 해역 희귀고래 발견 잇따라…연구·조사 확대 예정"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보리고래, 향고래 등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했던 희귀고래 발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록 일회성이긴 하나, 이처럼 우리나라 바다가 주 서식지가 아닌 희귀한 고래가 잇달아 출현하고 있다는 점은 연구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고래연구센터는 "고래 조사·연구 해역을 넓히고, 현행 선박 목측 조사에서 나아가 항공 목측 조사도 추가하는 등, 전반적인 고래 조사 노력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