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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멘트> 지난주 서울에선 국내 최대의 패션쇼 행사가 열렸습니다. 서울을 세계적인 패션 중심지로 키우겠다며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서울 패션위크’인데요,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패션 강국의 이미지를 해외에 심기에는 부족하단 지적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제 막 세계 패션계를 향해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우리 패션 산업, 그 이면을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저걸 누가 입을까’, 싶은 패션쇼용 의상이 아닌, 실용적인 옷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옷을 구매하는 바이어들만을 위해 마련한 ‘프리젠테이션’이라고 부르는 소규모 행삽니다. 백화점 위주의 우리나라 패션 유통 구조 안에서 마땅한 판로를 찾지 못했던 신진 디자이너들에겐 ‘서울 패션위크’에서 만들어 준 이런 무대가 가뭄의 단비처럼 고마울 수밖에 없습니다. 본격적인 패션쇼를 한시간 여 남겨둔 무대 뒤. 모델들의 메이크업과 머리 모양을 쇼에 맞게 만드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빠집니다. 팽팽한 긴장을 뚫고‘패션쇼’의 막이 올랐습니다. 계절을 반년 가까이 앞서가는 패션쇼 무대엔 벌써 올 가을,겨울 유행할 옷들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화려하기만 할 것 같은 패션쇼 무대에도 경기 침체의 그늘이 언뜻언뜻 스쳐 지나갑니다. <인터뷰> 최창호 (디자이너): "경기가 안 좋으면 다양한 색의 옷을 구입하지 못할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정말 필요한 색, 보통 생각하면 화이트, 블랙, 그레이 그런 것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상관없이 꾸준히 구매하시는 컬러니까... " 서울시가 매년 봄, 가을 두 번씩 주최하는 패션쇼행사인 ‘서울 패션위크’의 패션쇼 ‘서울컬렉션’은 올해로 18회째를 맞았습니다. 서울을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파리나 밀라노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패션 도시로 키우겠다며 ‘서울컬렉션’을 시작한 건 지난 1999년. ‘스파’라는 유명 디자이너그룹이 주최하던 ‘서울 컬렉션’과 뉴웨이브인 서울’이라는 디자이너 그룹 등이 따로따로 열던 패션쇼들을 통합한 겁니다. 서울시가 패션쇼 ‘서울컬렉션’을 포함한 ‘패션위크’에 책정한 올 한해 예산만 50억 원. 하지만, 화려한 패션쇼만큼 그 진행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정상급 디자이너 박윤수씨의 패션쇼 무대. 하지만, 이건 서울시 주최 무대가 아닌, ‘스파, 서울컬렉션’이란 다른 패션쇼 무대에서 선보인 옷들입니다. 그가 속한 디자이너 그룹 ‘스파’의 멤버들이 서울시가 주최한 패션쇼에 단체로 불참을 선언하고 따로 패션쇼를 열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 그룹 단위의 참여를 금지한 서울시의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불참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윤수 (디자이너) : "당분간은 한국 패션을 이끌어온 그룹으로서 그걸 인정해주고, 그런 것들을 인정해주면서 그룹의 개성을 좀 더 살려서 컬렉션이 좀 더 성장되면 그 다음엔 그룹으로 하라고 해도 안 할 거예요." 디자이너 박윤정씨의 지난가을 ‘서울컬렉션’ 무대. 여성 속옷 브랜드를 예술적으로 풀어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참여해오던 무대지만, 올해 서울컬렉션 무대에선 그녀의 작품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박씨가 속한 디자이너 그룹 ‘뉴웨이브인 서울’도 서울시 주최의 패션쇼에 참가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윤정 (디자이너) : "여러 가지 우리 그룹을 유지해오던 맥이 있는데, 컬렉션 자체에서 개인으로 들어가서 ‘뉴웨이브인 서울’멤버가 첫날부터 끝까지 20명이 쫙 흩어지면 협찬을 받아올 수도 없고." 바이어보다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서울컬렉션은 아직 산업적인 면에서는 걸음마 단곕니다. 올해 ‘서울 패션위크’를 찾은 국내외 바이어는 190여 명.이 가운데 해외 바이어는 90여 명에 불과합니다. 3천여 명의 바이어가 찾는 ‘밀라노 컬렉션’이나 4만여 명이 방문하는 걸로 추산되는 파리 의상 박람회인 ‘프레타포르테’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숫잡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와 정상급 디자이너 그룹사이에 의견조율이 안 되면서 ‘국내 대표 패션쇼’로서의 서울 컬렉션 위상도 흔들리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정연준 (서울시 문화산업정책팀장) : "개인별로 와서 각 개인별로 각자 스케줄에 맞춰서 자기 작품을 프로모션 하는 기회의 장이 되고자 추진 방향을 바꾼 것이기 때문에 일단 들어오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고, 기존 방식대로 그룹의 이해를 반영해서 사업을 추진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대 앞에서 옷 장사를 하면서 패션 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던 디자이너 최범석씨. 독학으로 디자인을 배운 그는 10년여 만에 국내 패션업계에서 입지를 굳힌 디자이너로 성장했습니다. <인터뷰> 최범석 (디자이너) : "원단시장 문 열면 문 닫을 때까지 계속 있었거든요. 계속 돌아다녔어요.매일,매일. 왜냐, 너무 모르니까. 그걸 알아야 옷을 만들 텐데, 너무 몰랐어요. 옷을 팔아만 봤지 만들어 본적이 없었잖아요." 직원 40여 명을 거느린 회사의 대표가 됐지만, 그는 또다시 혼자 힘으로 세계무대에 도전했습니다. 올 봄, 뉴욕의 패션쇼 무대에 자신의 옷을 선보이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인터뷰> 최범석 (디자이너): "혼자 다 뚫어야죠. 누가 도와주면 쉽게 했을 텐데 누가 도와주지 않더라구요. 사실 한국 브랜드를 미국 PR 업체에서 잘 받아주지 않아요. 직접 찾아가서 내가 이런 옷을 만들고 있고, 난 너희들과 일하고 싶다는 것을 비춰야 같이 하게 되지." 서울컬렉션 무대에도 서봤지만, 아직은 국내 잔치에 머물고 있어 실제 구매로는 거의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최범석 (디자이너) : "서울컬렉션과 뉴욕 컬렉션, 파리 컬렉션이 다른 건 우선 우리나라에서 하는 건 우리나라 프레스(언론)들만 오잖아요. 외국 프레스 몇 명, 그런데 뉴욕컬렉션이나 파리컬렉션은 전부 외국 기자들이잖아요. 바이어도 전부 외국 바이어고. 잘 찍은 영화, 잘 만든 음악을 너무 적은 사람들에게만 보여주면 아깝잖아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섬유도시인 대구, 대구시는 대구를 이탈리아의 ‘밀라노’ 같은 세계적인 패션산업의 중심지로 만들어 죽어가는 섬유산업을 부흥시켜 보겠다며 밀라노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추진했습니다. 밀라노 프로젝트의 하나로 230억원을 들여 만든 ‘한국패션센터’ 건물입니다. 지난 주말, 이 건물 2층에선 엉뚱하게도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거의 매주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녹취> 결혼식 업체 관계자 : “분위기 너무 좋아요. 대구에서 이런 거 하는 데 없어요. 서울은 이런 식으로 하는데... 패션쇼장이다 보니까 조명이나 모든 시설이 잘 돼 있어요.“ 이곳에서 지난해 열린 패션쇼는 20여 회가 전붑니다. 그나마 학생들의 졸업작품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활용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건물부터 화려하게 짓고 보자’는 식의 탁상 행정이 낳은 결괍니다. <녹취>패션센터 관계자 : "계속 2층 공간을 너무 놀린다고(비워둔다고)....뭔가 해라,문화사업을 하든지, 뭘 하든지 해서 놀리는(비워두는) 공간에 저리로 받던지 여기 사업해서 자립도를 형성해서 패션센터가 자립해야될 것 아니냐.“ 10년 동안 모두 8천7백억 원이 넘는 예산을 퍼붓고도 이렇다할 성과를 못 내고 있는 ‘밀라노 프로젝트’의 씁쓸한 단면입니다. 잘되면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산업인 패션산업, 서울과 대구시 모두 세계적인 패션 중심지를 표방하며 패션 산업 육성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두 곳 모두 안팎의 사정으로 제대로 된 결실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패션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는 민과 관의 조화와 치밀한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