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절 연휴 유커 맞이에 ‘들썩’…그런데, 정말 올까? [특파원 리포트] _체육관에서 체중을 늘리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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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절 연휴 앞두고 유커 맞이 '들썩'…그런데, 정말 올까?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중국에서는 국경절과 중추절 연휴가 시작됩니다. 마침 지난달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이번 연휴 기간 중국인 단체 관광객, 이른바 '유커'가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드 사태에 코로나까지 겹치며 2017년부터 올해까지 장장 6년여 동안 관광업계의 큰손, 유커를 맞이하지 못했던 관광업계가 오랜만에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2016년 약 807만 명으로 전체 외국 관광객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이듬해 사드 사태가 터지며 거의 반 토막이 났습니다. 그 이후 코로나까지 닥치며 올해 1월~7월 누적 중국 관광객 수는 77만으로 전체의 14%를 차지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럼 당장 29일부터 유커가 돌아와 과거 수준을 회복할 수 있는 걸까요?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현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주최로 'K-관광 로드쇼' 가 열렸습니다. 그 일환으로 여행사·면세점·숙박업 등 한중 양국 관광업계 관계자들 약 250명이 한국 관광상품 개발을 위한 제반 사항을 협의하는 자리도 마련됐습니다. 이 B2B 행사 현장에서 중국 여행사 관계자들을 만나 유커가 정말 돌아오는건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 "한국에 화장품 말고 무슨 매력이 있죠?"

유커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관광버스를 타고 면세점을 돌면서 고가의 명품을 사고, 명동에서 화장품을 싹쓸이하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좀 추가한다고 하면 한국 드라마에 나온 촬영지나 음식을 먹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정도가 될 겁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유커의 발길이 끊긴 지난 6년간 유커들은 달라졌습니다. 한국으로의 관광이 어려워진 사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이 새로운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습니다. 한국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요? 현장에서 만나본 중국 여행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매력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사 고객들의 한국 여행을 향한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겁니다.

중국 여행사 관계자 루0 :
"한국은 여러 번 갈 만큼 매력이 크진 않습니다. 비즈니스 수요 말고 정말 여행 그 자체만 놓고 말하자면 일본보다 매력이 떨어집니다. 저희 고객들을 보면 몇 번 다녀온 다음에는 다시 갈 필요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한국에서 중국인들이 구매할만한 것은 화장품뿐입니다. 다른건 특별한게 없습니다. 그리고 화장품은 일본에서도 가성비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꼭 한국에 가야 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중국 여행사 관계자 A :
"최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거리도 가깝고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하기도 좋아 인기가 많습니다. 한국은 한중 관계가 예전보다 나빠진 상황으로, 중국 일반 국민들은 애국심이 강한 편이라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국가에 가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최근 들어 한국의 물가가 많이 오른만큼 상대적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로의 여행이 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특히 한국을 일본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일본에 대해서는 음식, 전자제품 쇼핑, 섬세한 건축물 관광 등 일본만의 매력 포인트와 장점이 떠오르지만, 한국은 화장품 외에 특별한 것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며 난감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중 관계도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한 중국 여행사의 관계자 A 씨는 업계에 한중 사이 정치적 문제로 인해 중국 정부가 다시 한국 관광을 제한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방면에서의 우려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중국인들의 애국심에 대해 언급하면서 최근 양국 관계가 예전만 못한 것이 관광 수요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커도 변화…한국, 중국 신중년 잡아야"

유커가 변화했으니 한국도 변해야 합니다. 새로운 유커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여행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또 다른 중국 여행사 관계자 B 씨는 여기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듣자 그 답으로 은퇴한 중국 중·노년들의 인기 앱 '메이폔(美篇)'을 보여줬습니다.

모델처럼 차려입고 화보 같은 사진을 연출하거나 야외활동, 미술 등을 즐기는 중·노년들의 일상 이모저모를 보여준 B 씨는 이들이 바로 '신중년'이라며, 중국 국내 여행업계에서도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새로운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한국보다 은퇴가 빨라 50대에 일을 그만두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시간과 경제력을 모두 갖춘데다 젊은 층보다 단체여행에 대한 수요까지 높은 이들 신중년을 새로운 유커로 만들어야 한다는게 B 씨의 설명입니다.

중국 여행사 관계자 B :
"중국의 '신중년'을 맞이해야 합니다. 1965년 이후 출생해 은퇴한 사람들은 드론 촬영, 모델 쇼, 참선(명상), 다도, 꽃꽂이 등을 체험하고 배우고 싶어 합니다"

14억 중국 인구가 가진 각양각색의 수요를 B 씨의 말 한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을 겁니다. 유일한 답은 아니겠지만, 손님인 유커가 변화했으니 우리 관광업계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시기적으로도 기회는 있습니다. B씨의 여행사는 최근 제주도 여행 등을 홍보하는 행사를 자체적으로 개최하고 고객 유치에 나섰습니다. 260여 명가량이 한국행을 예약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현장에서 만나본 중국 여행사 관계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일본 오염수 방류의 영향으로 중국 내부에서 반일감정이 커지며 한국이 일종의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일본행 여행을 취소하는 고객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올해 200만 목표"…유커, 언제 돌아올까?

문화체육관광부는 유커 회복세와 관련해 "국경절 연휴로 효과가 체감될 것이라고 본다"며 "상반기에 중국 관광객이 54만 명 들어왔는데 하반기 목표치로 150만을 잡아 올해 2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설명처럼 중국 정부가 단체관광을 다시 허용한 것이 지난달이니 이번 달 말과 다음 달 초 국경절 연휴를 시작으로 유커가 돌아와야 합니다. 하지만 막상 한중 양국 업계 관계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복세가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하루아침에 유커 맞이 준비를 마치기엔 6년의 공백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올해 여름 방한 중국 관광객 수는 사드 사태 전인 2016년의 1/4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단체관광 재개와 이번 국경절 연휴로 유커 회복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6년간의 공백을 단기간에 회복하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의 장유재 부회장은 갑자기 많은 물량이 들어오게 되면 한국 쪽에서도 호텔 예약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솔직히 말하면 100% 완전하게 준비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측 여행사의 B씨 역시 갑작스럽게 한국으로의 단체여행이 재개되며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비싸진 물가로 인한 비용 상승과 비자발급 편의성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등 현실적인 과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기자가 만나본 양국 관계자들 모두 유커의 회복세가 탄력을 받는 시점을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로 길게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6년간 한국을 떠나있던 유커의 마음을 다시 돌려놓는 겁니다. 장 부회장은 e스포츠,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전통문화 관광상품, 스포츠 관광, 자동차 레이스 관광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달라진 유커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광상품이 필요하다는 점에 양국 관계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