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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과거 한 둥지 안에 있었지만 창업주 사후 2세 경영체제로 전환되면서 분리된 기업들이 경영권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사례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그룹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촉발한 경영권 분쟁이 '왕자의 난', '시숙의 난', '시동생의 난' 등으로 이름만 바뀌면서 2년마다 반복되고 있으며, 한진그룹도 유산상속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이 법정분쟁으로 비화했다. 특히 주주이익 실현과는 상관없는 이들 기업의 경영권 분쟁 사례는 다른 나라에 없는 '재벌' 체제의 우리 기업 재배구조의 후진성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서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러나 LG, GS그룹 등 그룹 창업부터 계열분리 후까지 서로 신의를 지키며 상생협력하는 기업들도 많다. ◇ "한뿌리서 났지만 남보다 못하다" = 범현대그룹 계열사들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2세들에게 그룹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영권 분쟁을 거의 2년마다 반복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형제간의 다툼을 기점으로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등으로 갈라졌지만 한시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2000년 3월 정몽구 회장의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정몽헌 회장이 보류하면서 촉발된 `왕자의 난'은 왕회장의 친필서명 논란 등으로 격화되다 3부자 동반퇴진으로 겨우 수습됐다. 결국 현대그룹의 적통을 이어받은 정몽헌 회장은 왕회장의 대북사업을 이어 받았지만 대북송금 특검 수사에 휘말려 2003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 정몽헌 회장 사망 직후 '현대가 지킴이'로 나섰던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대량 매입하면서 일어난 '시숙의 난'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5개월 이상 계속됐다. 이후 최근에는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형수인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 지분 26.68%를 매입하면서 '시동생의 난'까지 촉발됐다. 한진그룹은 고 조중훈 회장이 2002년 타계한 이후 장자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2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4남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이 유산 상속 문제로 날선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메리츠화재와의 보험계약을 해지하면 메리츠증권 조정호 회장은 자신의 한불종합금융 사무실을 한진그룹 소유의 해운센터에서 파이낸스 빌딩으로 이전하는 식으로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면서 감정의 골은 깊게 패였다. 2004년에는 조남호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한일CC골프장에서 대한항공 광고판을 모두 철수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남호.정호 형제가 "조양호 회장이 제대로 유산을 분배하지 않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형제간 다툼은 법정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고 김수근 명예회장이 창업한 대성그룹은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계열 분리된 이후에도 김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영대 회장과 3남인 김영훈씨가 각기 정통성을 주장하는 차원에서 같은 그룹명 사용을 고집해 미묘한 갈등 양상을 보여왔다. 통상 대성그룹 1군으로 불리는 김영대 회장의 대성그룹은 주력 계열사로 석유제 품 도매업체인 대성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3군으로 불리는 김영훈 회장의 대성그 룹은 대구도시가스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 "상생 협력만이 서로 살 길이다" = 일부 대기업의 경영권 분쟁이 무색해질 정도로 계열 분리 전후 다툼없이 상생 협력하는 기업들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LG-GS-LS 등으로 분리된 LG그룹이다. LG는 성공적인 동업과 분가, 분가한 그룹 간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에 속한다. LG는 한 집안이 경영해도 분란이 적지 않을 대그룹을 두 집안이 3대에 이르기까지 공동 경영 및 분리하면서 잡음을 거의 일으키지 않았다. LG는 1세대인 구인회 창업회장과 허만정씨에서 시작해 2세대인 구자경 LG명예회장과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 구본무 LG회장과 허창수 GS회장에 이르까지 3대에 걸쳐 신뢰를 유지한 셈이다. LG는 99년 현 LIG손해보험에서 시작해 2000년 LG벤처투자, 아워홈, 2003년 LS그룹, 2005년 GS그룹이 차례로 분가했다. LG의 동업과 성공적 분리에는 구씨, 허씨 두 집안의 유교적 가풍과 인화 존중 풍토, 오랫동안 큰 변함없이 유지된 구씨와 허씨 두 집안의 지분율, 대주주 일가라도 능력 위주로 경영자를 기르는 내부 시스템 등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0년대 계열 분리를 완료한 삼성그룹은 한솔, 신세계, CJ 등 친족그룹들과 '우호적이지만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은 CJ 독립 초기 '경영지원'을 명분으로 이건희 회장이 삼성 임원을 CJ에 파견한 데 대해 이 회장의 조카인 이재현 CJ 회장이 반발하면서 한때 갈등을 빚기도 했으나 이제는 이러한 '오해'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삼성 관계자들은 밝혔다. 삼성과 친족 그룹들은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창업이념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의 기일을 함께 챙기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오너 가족들은 집안 대소사를 통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공정거래법 등 관계법령의 위반 소지가 없도록 철저한 독립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시비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친족들간 거래는 오히려 다른 기업체들보다 더욱 조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2001년 분리된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은 현재 사업상 교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같은 CI를 사용하고 창업주인 이양구회장의 창업정신을 함께 이어가며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