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견 번개, 은퇴식 행사장 _바 도 베토 수마레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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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구경 많이 하셨죠? ⊙앵커: 많이 배웠습니다. ⊙앵커: IMF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평생을 열심히 일하고 또 명예로운 은퇴식을 갖는다는 게 참 이제는 어려운 일이 됐죠. ⊙앵커: 그렇게 사람도 이루기 쉽지 않은 그 꿈을 이룬 개가 있어서 화제입니다. 바로 국내 인명구조견 번개가 그 주인공인데요, 오늘은 정찬필 프로듀서가 번개의 은퇴식에 다녀왔습니다. ⊙훈련사: 인명 구조견입니다. 개가 가더라도 놀라지 마시고 그대로 계십시오. ⊙기자: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내부, 남아있는 생존자를 찾기 위해 구조견이 투입됩니다. 건물 이곳저곳을 샅샅이 뒤진 개는 불과 몇 분 만에 건물 잔해에 깔린 생존자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짖어 생존자의 위치를 알립니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평생을 살아온 개, 번개는 국내 최초의 국내 공인 인명구조견입니다. ⊙KBS 뉴스9(지난 97년 10월): 올해 3살의 영국산 독일 세퍼트인 번개가 한 생명을 구하는 순간입니다. ⊙기자: 번개는 3살때인 지난 97년 산에서 추락한 생존자를 찾아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9살이 된 최근까지 험난한 구조현장에서 쉼없이 그 능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장승희(전번개 담당자): 이루 말할 수 없죠. 그 고통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말을 못해서 그렇지... 그러니까 너무 위험한 장소인데 본인은 가기 싫을 수도 있어요, 개는. 그런데 워낙 사람이 가라고 명령을 내리고 그 명령에 따라야 되기 때문에. ⊙기자: 구조현장을 누비던 7년의 세월, 그 세월 동안 번개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해 왔습니다. ⊙주보현(번개 훈련사): 지금 뒷다리 여기도 안좋고, 이 앞다리도 안 좋습니다. ⊙기자: 험한 현장을 다니고 나이까지 들면서 번개의 양쪽 다리에는 심각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한창 때 자신도 날렵하게 오르내렸던 훈련장 계단, 마치 생각이라도 난 듯 다가가보지만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쳐다보기만 할 뿐입니다. 이런 번개의 처지를 배려해 구조견센터는 번개를 명예롭게 은퇴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일반 가정으로 보내 평범한 애완견으로 여생을 마칠 수 있도록 결정했습니다. ⊙주보현(번개 훈련사): 지금까지 번개가 쇠사슬처럼 힘들고 어려운 훈련을 많이 해 왔는데 이제부터는 체인을 벗어주고 가볍게 살아갈 수 있는 양견으로 생활할 수 있는 그런 길을 터 주는 게 개인적으로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기자: 번개의 은퇴식이 있는 행사장. 번개의 선후배 친구들이 모여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번개는 자신의 은퇴식이 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분위기에 휩쓸려 마냥 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십분 뒤 번개는 7년 동안 정든 구조견센터의 가족들과 헤어져야만 합니다. ⊙장승희(번개 담당자): 우선 못 본다는 게 섭섭해서 눈물이 나는데 두번째는 얘가 사랑 받고 살 것을 생각하니까 행복하기도 해서 눈물이 나고 그래요. ⊙주보현(번개 훈련사): 번개한테 그 동안 고마웠다는 얘기를 진짜하고 싶은데 그게... 그 마음을 이해해 주겠죠. ⊙기자: 드디어 구조견 번개의 생활이 막을 내리는 시간입니다. 그간 한 번도 떼어 놓은 적이 없던 인명구조견 조끼를 벗고 목을 두른 쇠줄을 반납하는 순간, 이제 번개는 의무가 없는 평범한 개가 됩니다. 은퇴식이 끝나자 곧바로 이별의 순간입니다. 멀리 원주에서 찾아온 새로운 주인. 지금 번개는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있겠지만 새로운 주인과도 곧 믿음을 나누며 여생을 보낼 것입니다. 자신들의 선택으로 번개를 보낸 이들, 하지만 번개가 사라지자 끝내 울음을 터뜨립니다. ⊙장승희(번개 담당자): 그냥 그래요. 섭섭하죠. 이제 내일부터는 당장 번개 방에 번개가 없을 거니까... ⊙기자: 평생 사람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온 번개, 그리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떠나 보낸 이들, 진정한 믿음과 사랑을 찾기 힘든 요즘 이들의 아름다운 인연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KBS뉴스 정찬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