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위 ‘경찰예산 끊어라’ 구호 전면에…트럼프는 이념 대결 활용_슬롯하는 방법_krvip

美시위 ‘경찰예산 끊어라’ 구호 전면에…트럼프는 이념 대결 활용_포커 시티 자전거 데크_krvip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경찰 개혁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경찰 예산 삭감'(Defund the police) 논쟁이 점화하는 모양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극좌파의 '경찰 폐지' 운동으로 규정, 이념 대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경찰 예산 지원 끊어라'는 전국적으로 확산한 '흑인 사망' 시위 사태 와중에 각 집회에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와 함께 대표적 슬로건으로 떠올랐습니다.

이 구호는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 도로 한복판에도 등장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의 지시로 백악관과 마주하는 라파예트 광장 앞 16번가에 노란색 페인트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라는 문구가 도로 바닥을 꽉 채운 데서 백악관 쪽으로 10피트(약 3m) 떨어진 곳에 같은 노란색 페인트로 '경찰 예산지원 끊어라'는 문구가 세 줄로 그려졌습니다.

이는 'BLM DC'의 활동가들이 주도한 것으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는 문구가 도로 바닥에 들어선 지 하루 만인 6일(현지시간) 밤에 20분간에 걸쳐 작업이 이뤄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습니다.

이들 활동가는 '경찰 예산지원 끊어라'는 문구를 바닥에 채워 넣으면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는 문구 옆에 그려져 있던 등호(=) 모양 위에 별 세 개가 놓인 워싱턴DC기에서 별을 지우고 아예 등호로 바꿔놓았습니다.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경찰 예산 지원 끊어라'는 두 개의 문장이 서로 연결되게 한 것입니다.

워싱턴DC 측은 7일 오전 활동가들이 지워버린 별을 다시 그려 넣어 워싱턴DC기를 복원했지만 '경찰 예산지원 끊어라' 문구는 그대로 놔뒀다고 WP가 보도했습니다.

'경찰 예산 잘라라'는 구호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놓고는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졸린 조 바이든과 극단적 좌파 민주당 인사들은 경찰 예산 지원을 끊어버리기를 원한다"며 "나는 훌륭하고도 충분한 재원을 지원받는 법 집행을 원한다. 나는 법과 질서를 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급진적 좌파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메인주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그들은 '우리에게는 어떠한 경찰도 필요없다'고 말한다"는 식으로 몰고 간 바 있습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인사들이 범죄에 미온적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우는 데 이 구호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방송인 폭스뉴스도 "시위자들이 경찰 예산을 자르는 아이디어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는 정확한 정의가 없는 슬로건이다. 어떤 이는 경찰청 예산을 빈곤 완화와 범죄 경감 목적으로 전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고 다른 이들은 경찰 조직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나 지지자들은 경찰 조직의 전면적 폐지나 예산 전액 박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BLM 공동 창립자인 알리시아 가자는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주택 공급이나 교육 등을 들며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원에 투자하라는 것"이라며 "세계적 팬데믹을 맞아 우리의 우선순위를 재편해 사람들이 거리 시위로 나서지 않도록 들여다보는 일을 시작할 수는 없는 것인가"라고 되물었습니다.

흑인인 코리 부커(민주·뉴저지) 상원의원은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과도하게 경찰화돼 있고 경찰에 대한 투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정서를 시위자들과 공유한다면서도 자신이 사용할 슬로건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의회 블랙 코커스 의장인 캐런 배스(캘리포니아·민주) 하원의원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경찰 부처를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도시와 주에서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에 더 많은 재원과 투자를 할지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이는 공공의 안전을 다시 그려갈 기회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