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피한 이재용…‘익명’ 속 삼성 직원들 생각은?_돈버는 쉐인앱은 진짜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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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일요일에 호소문…새벽 2시 51분에 문자 발송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삼성전자 홍보팀은 일단 안도한 듯합니다. 일요일에도 나와 '대언론 호소문'을 냈던 삼성전자 홍보팀, 영장 기각 직후인 오늘 새벽 2시 51분에 담당 기자들에게 기각에 대한 입장 문자를 보낼 정도로 열일했습니다.

언론을 담당하는 홍보팀은 그렇다 치고, 실제 삼성 내부 직원들의 속내는 어떨까요? 인증을 받은 해당 회사 직원만 접근할 수 있는 앱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익명 게시판에 높은 추천 수를 받은 글들은 이 부회장 영장 청구 직후 사흘 연속 이어진 회사의 입장문, 특히 일요일 호소문에 냉소적이었습니다.

삼성이 위기라는 호소문에 대해 "위기는 지가(이재용이) 다 만들어놓고 뭔 소리야"라며 비꼬았습니다.

곧바로 진행된 삼성 직원 '익명 설문조사'…52% "구속되면 회사 경영 악영향"

익명게시판 '블라인드' 운용사와의 협의를 통해 간단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실제 직원들의 생각을 물어보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방송 설문조사와 같은 표본추출 기법을 통한 조사는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는 있습니다.

설문 시간은 어제(8일) 오후 6시에서 오늘 오후 1시까지였고 삼성의 각 계열사 직원으로 인증된 2,568명이 참여했습니다. 블라인드의 인증 방식은 해당 회사의 공식 이메일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수시로 재직 여부를 재확인하지만, 퇴직자이거나 일시적으로 이메일을 가진 경우도 포함될 수는 있다는 점 미리 밝힙니다.


냉소 섞인 불만과 비난 쏟아내던 직원들, 설문조사 결과는 '반전'

조사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응답한 직원 중 52%,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 경영에 악영향이 있다"고 답한 겁니다. 영향이 없다는 답은 32%에 그쳤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반영됐겠지만 "경영 위기가 우려된다"는 취지의 일요일 호소문 내용과 결이 비슷했습니다.

'블라인드' 내 삼성전자 직원들만 대상으로 한 결과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761명이 답했는데, 악영향이 있다는 답은 42%, 악영향이 없다는 답이 38%였습니다. '있다 VS 없다'의 간격이 좁혀진 겁니다. 제 '뇌피셜' 분석은 있지만,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엄밀하게 표본을 추출해 조사를 한 설문 결과가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부 직원들도 총수의 구속, 처벌은 경영에 안 좋을 것이란 인식이 각인돼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구속에 대한 찬반 질문 결과도 찬성 20% 반대 60%로 나타났습니다.



경제개혁연구소 "재벌 총수 실형 선고받아도 기업가치 감소 없어"

그렇다면 이런 간단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 삼성이 호소문에서 강조했던, 또는 월요일 아침 상당수 매체들이 '이재용 살리기'에 나선, 총수가 처벌되면 경영은 안좋아진다는 통설(?)은 맞는 걸까요?

경제개혁연구소는 2000년부터 2018년 사이에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총수가 지배하는 35개 기업집단, 319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법원의 판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기업가치는 유죄선고 전후 15일 동안의 계열사들 누적 비정상수익률을 통해서 계산했습니다. 그랬더니 총수에 대한 유죄선고 전후 15일간 계열사의 누적 비정상수익률은 -1%에서 -1.6%로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총수가 실형을 선고받았을 경우에 기업가치는 0.01%에서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거의 줄지 않았습니다. 반면 총수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는 1.4%에서 최대 3% 감소해 기업가치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컸습니다.

그룹 총수에게 실형이 선고된 경우 기업가치 감소는 거의 없었다.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는 기업가치 감소가 상대적으로 컸다.
사법 절차는 계속…이재용 부회장의 앞날은?

이 부회장은 두 번째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앞으로도 지난한 사법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경제민주주의21 같은 시민단체들은 영장 기각은 '재벌 특혜'이며 '유전무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첫 구속 때처럼 영장을 재청구할지도 주목됩니다.

영장 재청구를 피하더라도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은 기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재용 부회장 측이 기소 여부를 가려달라며 요청한 수사심의위원회 결론도 주목됩니다.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릴지는 모레(11일) 결정됩니다.

이번 수사와 별개로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 혐의가 확정된 상태입니다. 형량 산정을 위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재판관이 감경하지 않는다면 징역 2년 6개월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야 합니다.

삼성이 밝힌 대로 이 부회장은 경영자로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사태라는 엄중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한편 앞으로도 이런 사법 절차에 따라야 할 처지입니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총수의 사정이 기업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주식회사의 이념에 맞는 책임 경영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따져봐야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