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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숙명여대 작곡과 학생들이 소속 교수들의 졸업작품집과 오선지 강매, 폭언 등 전횡을 폭로하면서 시작된 숙명여대 작곡과 사태가 사제간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2개월간 수업정지 처분을 받은 해당 교수들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학교 배후설을 제기했고,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한 채 이들의 해임을 요구하며 학내 시위를 벌이는 등 학과는 파행 운영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대학의 음악 전공생들은 22일 "학생들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한 사립대 성악과에 재학 중인 A(21·여)씨는 "교수가 자기 공연에 제자를 동원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학생들은 가기 싫어도 최대 10만원짜리 표를 사 참석해야 한다"며 "어떤 학교는 1인당 10∼30장의 표까지 할당해 공연장을 채우도록 한다"고 전했다.

A씨는 "교수가 정해진 레슨시간을 다 채우지 않거나 마음대로 시간을 바꿔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자기가 지도하는 제자만 수업성적을 잘 주거나 오디션에 통과시키는 일도 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학 작곡과 재학생 B(23·여)씨는 "결혼한 남자 강사가 여학생한테 '같이 자자'고 하고서는 소문이 두려워 취직자리를 알아봐 주고 무마하려 한 적도 있었지만 문제제기는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B씨는 "음악계 취업은 보통 교수 소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교수한테 트집 잡히면 졸업은 물론 사회생활이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숙대 작곡과 학생들 역시 해묵은 문제에 대해 침묵하다 뒤늦게 용기를 내 이를 공개적으로 증언까지 했지만, 후환에 대한 두려움까지 떨치지는 못했다.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재학생들은 "솔직히 두렵다"며 "문제의 교수들이 해임되지 않는다면 졸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풍토는 도제식 교육 구조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음악, 미술, 무용 등 예술전공은 대개 입학 후 한 지도교수에게 맡겨져 졸업할 때까지 실기레슨을 집중적으로 받는 형태로 진행된다. 학점 등 학생에 대한 평가가 주관적이고 취업 역시 교수를 거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교수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지난 4월 성추행과 개인교습 논란으로 직위 해제된 서울대 성악과 박모 교수의 제자들이 지도교수의 무고함을 호소하며 학내 시위를 벌였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됐다는 시선이 많다.

음대 안에서 거듭되는 파열음을 바라보는 학계와 음악계는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작곡가 류재준씨는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논란을 겪은 숙대 교수들이 해임되면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 논하는 한심한 작태도 벌어지고 있다"며 "대학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학생들이 집단으로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동안 도움을 구한 그들의 요청을 사회가 철저히 무시했기 때문인데, 학계에서 관심을 두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예술대학·학회총연합 의장인 오세곤 순천향대 교수는 "우선 교수들이 각성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교수한테 개별 실기레슨을 받지 않더라도 공식 커리큘럼으로도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예술대학의 제도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숙대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우선으로 해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숙대는 작곡과 학생들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한편, 윤리강령을 신설하고 내부 규정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