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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학 입시는 주로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치른다. 직업계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등을 졸업한 학생들은 곧바로 취업을 한다. 하지만 이들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배움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고등교육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했다가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려는 사람이나 성인이 된 뒤 대학에 다니려는 사람들을 위해 정부는 ‘평생교육 단과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평생교육 단과대는 평생교육원 등과는 달리 일반대학과 똑같이 ‘학사 학위’를 부여한다. 다만, 입학 대상자는 재직자나 30세 이상의 성인이 된다.



최근 이화여대 점거농성 사태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비롯됐다. 학생들은 평생교육원이나 사이버대학 등 재직자들이 다닐 수 있는 교육과정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굳이 학사 학위를 주는 단과대학을 신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대’라는 이름을 내세워 비싼 등록금을 챙기려 한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학생들은 또 뷰티나 웰니스 등 여성의 성역할을 고착화하는 전공을 개설하겠다는데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직장인 대상의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대학 본관을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이화여대가 설립하고자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인 미래라이프대학은 수능 점수 없이 재직 경력과 면접으로 모집한다. 또 근무 경력 일부는 학점으로 인정된다. 이화여대는 오는 9월부터 학생을 모집해 2017학년도부터 4년제 학위 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학교와 이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각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부로부터 30억 원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졸속으로 추진된 사업”이라며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학교 측은 “고등교육을 받을 능력을 갖춘 고졸 직장인에게 진학의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를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불만은 입학 형평성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자신들은 바늘 구멍과 같은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왔는데 평생교육 단과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1일 오후,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과 관련한 대학평의원회 등 앞으로의 일정을 중단하고 널리 의견을 수렴해 반영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농성이 장기화되자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지난 1일, 의견 수렴을 위해 추후 설립 일정을 중단하겠다며 농성을 풀고 대화하자고 나섰다.

학교 당국이 진작 학생과 교수, 동문 등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벌였더라면 지금과 같은 갈등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는 “이번 결정이 보직자 및 소수의 관련자들을 제외하고는 의견 수렴은 차치하고 그 내용조차도 알려지지 않은 채로 급조됐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의사 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갈등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2일 오전, 이화여대 교내에서 재학생들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며 졸업장 반납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도 대화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이제부터라도 현안에 대해 진지하게 토의해 합의를 도출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에도 사회 생활 경험이 있는 성인 학생들을 위한 단과대학이 있다. 또한 평생 학습과 직장인의 학위 과정도 설치돼 있다.

각자의 소질이나 가정 형편에 따라 먼저 취업을 한 뒤 진학할 수도 있고 혹은 반대로 바로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한 뒤 취업할 수 있다.

다양한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부여하는 게 우리 사회의 책무이다. 기존의 틀만이 옳다고 고집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