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다른 ‘생명의 은인들’…“번쩍번쩍 들어올려 구해줬다”_베타 알라닌 기사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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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처럼 그날 현장에서는 다른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구조 인력이 부족했던 참사 발생 초반에는 시민들이 직접 '구조대' 역할을 자처했는데요.

여기에는, 외국인들의 맹활약도 있었습니다.

이도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대 청년 백 모 씨는 그 날 순식간에 인파에 쓸렸습니다.

넘어져 깔린 채로 15분.

구조될 거란 희망마저 내려놓으려던 그때.

[백○○ : "좀 저도 덩치가 크니까 좀 포기하고 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까 (밖으로) 나와 있는 거예요. 일단 덩치부터가 저희랑 달랐고 딱 봤을 때 외국 분들이 계시는구나..."]

키 182cm의 건장한 백 씨를 단번에 들어 올린 건 주한 미군이었습니다.

당시 이태원 현장에 있었던 미군 3명은 손에 잡히는 대로 사람들을 빼내고 들어 옮겼습니다.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 소속으로 확인된 이들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4~5m 높이로 쌓여 있었다"며 그들을 빼내 응급 처치를 받을 수 있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백○○ 씨 :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했더니 그분께서 '이렇게 연락을 해주셔서 고맙다'고. (그들이 아니었으면)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을 거라고 생각해서."]

파키스탄 국적의 무하마드 샤비르 씨는 친형이 있는 한국에 여행을 왔습니다.

핼러윈 문화가 궁금해 찾아가 봤던 이태원.

생각지도 못한 참사의 현장이 되고 있었고, 샤비르 씨는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경력 7년의 현직 간호사였습니다.

["간호사예요. 다 할 수 있어요."]

시민들과 조를 짜 약 20명에게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그중 4명이 천금 같은 목숨을 구했습니다.

[무하마드 샤비르/구조 활동 간호사 : "제 직업은 간호사여서 더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많은 사람 돕지 못했습니다. 현장에서 떠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 날 이후, 샤비르 씨는 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있습니다.

그나마 트라우마를 덜어준 것이 한국인들의 '인사'였다며 도리어 그들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무하마드 아마드/샤비르 씨 형 : "이태원 가서 한국 사람 만났는데, '우리 아들을 살려주셨어요, 고맙다, 감사합니다'(라고)."]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최경원 권순두/영상편집:양다운/그래픽:서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