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부 아닌 정치가 천추태후 조명해 보람” _전대맛집 빙고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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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드라마가 그간 요부로만 알려졌던 천추태후를 여성 정치가로 조명했다는 점에 보람을 느낍니다." KBS 2TV 대하사극 '천추태후'의 신창석 PD는 지난 25일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 촬영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충북 제천 장곡리 부근 들판에서 촬영한, 현종(김지훈 분)과 천추태후(채시라)가 농사를 짓는 장면을 끝으로 '천추태후'는 27일 78회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인이 된 천추태후는 "확실히 이제는 평화의 시대인 듯합니다. 이제는 칼을 든 자보다도 호미를 든 사람이 더 필요한 시대인 듯합니다"라며 "내 시대는 그리 갔으니, 황제는 마지막까지 잘 가꾸어 풍요를 거두세요"라고 말한다. 신 PD는 "좀 더 길게 갔다면 더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고려 초기의 자랑스러운 기개를 그렸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태조 왕건의 손녀이자 고려 5대 왕 경종의 왕후인 천추태후가 강감찬, 서희 장군과 함께 고구려의 옛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 거란과 맞서는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낯선 인물인 천추태후를 조명하는 동시에 그동안 우리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여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사극의 새 지평을 열었다. 드라마는 '고려사' 등에는 요부로 기록된 천추태후를 '한국판 잔 다르크'로 그리며 민족의 자긍심을 높인 인물로 재조명했다. 신 PD는 "우리나라에서는 천추태후를 요부로만 바라봤지만, 송나라 등 중국 기록을 살피면 천추태후는 여자로서 정치를 잘한 인물로 남아있다. 기개가 있는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천추태후는 조선 광해군처럼 '등거리 외교'를 할 줄 알았고, 부유층에게서 세를 더 많이 걷는 등 과감한 세제 개혁도 했어요. 또 남자 못지않게 전쟁터에서 싸움을 한 인물이죠. 우리 드라마는 그러한 천추태후의 모습을 최초로 조명했고, 그 과정에서 고려 초기의 위대한 역사를 그렸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속 천추태후의 캐릭터에 대해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장에서 말을 타고 활을 쏘는 모습은 멋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힘 있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 PD는 "세밀함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천추태후와 당시 고려의 위상을 좀 더 세밀하게 그려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힘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며 "또 천추태후도 후반에는 북벌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고 다른 세력과 화합하는 방향을 모색하면서 조금 유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첫회 시청률 20%에서 출발한 이 드라마는 한때 10% 초반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가 지난달 말 '김치양(김석훈)의 반란'때 23.6%까지 시청률이 반등하는 등 종영을 앞두고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시청률 추이에 근거해 '역시 전투신이 나와야 많이 본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 PD는 "시청자 서비스 차원에서 거란과의 3차 전쟁까지 그리기를 바랐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거란과의 2, 3차 전쟁의 주역인 강감찬을 만족할 만큼 그리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드라마 작업 도중에 김치양 역의 김석훈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으면서 불가피하게 내용을 수정, 김치양의 캐릭터 역시 계획대로 그리지 못한 면도 있다. '명성황후', '무인시대' 등을 연출한 베테랑인 신 PD는 "주말 오후 10시30분 이후 늦은 시간에 방송이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시청률보다 낮았던 면이 있다. 하지만, 편성도,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듯, 연출력이 부족해서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인공 채시라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표시했다. "경쟁작이었던 SBS '찬란한 유산'이 워낙 세서 고전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도 채시라 씨가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고 모두를 격려했습니다. 실제로 천추태후처럼 의지가 강한 배우예요. 채시라 씨를 비롯해 모든 배우가 팀워크로 똘똘 뭉쳤기 때문에 마지막에 다시 시청률을 회복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