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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모(38) 씨는 최근 출산을 앞두고 집을 넓히려고 국민은행 지점을 찾아 주택담보대출을 문의했다가 은행원의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은행 지점에서 주택담보대출 고시금리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6.0~6.4%의 대출 금리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가산금리 부과 등을 통해 신규 대출에 대한 금리를 고시금리보다 높게 적용하고 있어 서민과 중소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사 등은 대출 연체에 대해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예금 금리 인하와 수수료 신설에는 발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험사들이 고객 유치에는 적극적이지만 가입자 보호를 위한 계약 관리에는 소홀한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 은행 금리, 고시 따로 창구 따로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고객에게 고시금리에 2.5%포인트 이상 가산금리를 붙이는 등 대부분의 은행은 신규 대출자에 대한 대출금리를 고시금리보다 높게 적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주택대출 고시금리는 연 3.21∼4.51%이지만, 신규 대출자에게는 4.51% 이상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의 고시금리는 연 3.31∼4.16%이지만, 신규 대출자에게는 4.81∼5.43%가 적용된다.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중소기업.소호 대출금리는 물론 전세자금 대출금리 수준도 고시금리와 다소 격차가 있다. 최근 변경된 근무지 근처에 전셋집을 구한 회사원 김모씨(36)는 신한은행 본점으로부터 유주택자도 최저 5.3%대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김씨가 찾은 지점의 관계자로부터 현재 평균 대출금리가 6.2%대이며 최저금리인 5%대로 대출받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농협은 1년 만기 중소기업.소호대출의 고시금리가 4.13~5.13%라고 밝혔지만, 서울의 한 지점에서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은 보통 5~6등급의 신용등급을 받기 때문에 우대금리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면 대출 금리가 5.33% 정도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한 기기 업체 관계자는 "최근 신용보증기관으로부터 100% 보증을 받아 연 7%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며 "정책금융을 제외하고 4~5% 수준에 중소기업 대출을 주는 은행은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연초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급락하면서 신규 대출을 취급할때 CD에 연동된 고시금리를 적용하면 역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에 종전보다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연체이자에 서민 비명 연 20%에 육박하는 은행 연체이자도 서민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연체이자율은 14~21%에 달하고 있으며 다른 은행도 대부분 최고 19%를 받고 있다.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의 연체이자는 더 높은 실정이다. 대부분 카드사는 25~29.9%의 연체이자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저축은행은 약정금리에 10%포인트 안팎의 가산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대출 이율이 주택담보대출 10~13%, 신용도 7등급 이하 신용대출 30%인 점을 고려하면 연체이자율이 최고 연 40%대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실에 제출한 상위 6개 저축은행의 금리별 신용대출 현황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40% 이상 고금리 대출 건수가 16만1천679건으로 전체 신용대출 건수의 45.6%를 차지했다. 금리 10% 미만의 신용대출 건수는 1만2637건(3.6%)에 불과했다. 한양대 하준경 교수는 "신규 대출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것은 은행의 대출 심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자금중개기능 마비로 돈이 돌지 않는 점 등에 대한 비판이 많은 만큼 당국이 바른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예금금리 인하와 수수료 신설에는 민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미 달러화 여행자수표 판매대행 수수료를 신설하고 다음 달부터 여행자수표 판매 금액의 0.55%를 수수료로 받기로 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X)가 발행하는 여행자 수표에 대해 관리비용을 요구하자 은행들이 부담을 고객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은 이달부터 정기예금이 만기된 이후 적용하는 금리를 0.5~0.9%포인트 인하해 적용하고 있다. 만기 후 1개월 이내 경과 분은 시장 금리 하락으로 1개월 이내 정기예금 금리가 1.7%로 낮아진 점을 반영해 종전 2.0%에서 1.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1개월 초과 경과 분은 기간에 관계없이 1.0%였지만 1년 초과 경과 분에 대해서는 보통예금 금리인 0.1%만 적용키로 했다. ◇보험금 지급은 까다롭게..사업비는 펑펑 보험사들은 보험계약 실적을 올리는데 주안점을 둔 채 계약자 보호와 관련된 계약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자필 서명이 없으면 보험계약이 무효지만 계약상 편의 문제로 가족이나 설계사가 대신 서명을 하는 사례가 빈번한 실정이다. 보험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자필 서명이 아닌 것으로 판명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그런 계약을 해약하려 하면 자동이체 기록 등을 들어 정황상 유효한 계약이라면서 보험료와 이자 반환을 거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보험사들은 사업비를 아껴서 보험료를 낮추는 데도 별 관심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22개 생보사는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순이익이 70.7% 감소했지만 지난 2월까지 사업비 지출 금액이 전년 동기보다 늘어난 업체가 14개에 달한다. 손해보험사들도 지난해 자동차 보험 손해율 하락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작년 3분기까지 자동차 보험 사업비율은 31.8%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