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끊긴 난민들…코로나19에 속수무책_라그나로크 슬롯이 있는 갑옷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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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지역 중 한곳이 유럽지역인데요,

특히 프랑스는 난민 문제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파리 연결합니다.

유원중 특파원, 먼저 유럽 국가들은 그래도 미국과 더불어 가장 빨리 백신 접종을 하고 있잖아요?

효과가 좀 나타나고 있습니까?

[기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영국이 특히 가장 빠르게 백신 접종을 벌이고 있는데요.

백신 효과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초 하루 7만 명에 육박했던 확진자 수가 최근에는 만 명 전후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80대 이상 노인들에게서 41% 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백신 효과로 보인다고 영국 당국은 밝혔습니다.

반면 영국발 바이러스가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는 독일, 이탈리아 등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봉쇄 조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앵커]

유원중 특파원, 프랑스에서는 난민들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다면서요, 어느정도입니까?

[기자]

네, 난민들 사이에도 분명 코로나 환자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전체적인 윤곽은 파악할 수 없었는데요.

프랑스는 매년 3만명 안팎의 망명자를 받아들이지만, 공식적으로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만 집계하고 있고, 이는 매우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인데요.

영국행을 시도하는 많은 난민들이 모여 있는 곳, 프랑스 북부의 난민들을 취재했습니다.

3년 전 프랑스 북부도시 칼레의 모습.

화물차에 올라 타 영국으로 가려는 난민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런 시도는 결국 비극으로 마감합니다.

2019년 10월.

영국 냉동 화물차에서 베트남 불법이민자 39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화물차를 이용한 영국행은 크게 위축됐지만 많은 난민들이 '정글'이라고 불리는 집단촌을 형성해 사회 문제가 됐습니다.

영국행 난민들의 집결지, 칼레를 최근 다시 찾았습니다.

코로나19와 브렉시트 영향으로 활기를 잃은 도시에는 난민들도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 많던 난민들은 어디로 간걸까?

이틑날 아침, 취재진은 난민 단속을 하는 경찰 버스를 따라가봤습니다.

경찰들이 종합경기장 주변 수풀 쪽으로 들어갑니다.

고속도로 벽을 따라 난민 텐트 수십개가 보입니다.

취재진 카메라에 신경이 날카로워집니다.

그나마 난민들을 챙기는 사람들은 구호단체의 활동가들입니다.

점심 배식이 시작되자 2백 명 남짓 난민들이 순식간에 모여듭니다.

화물차 단속이 강화되면서 요즘에는 주로 배를 이용해 밀항을 하는데 위험천만입니다.

5개월째 영국에 가기 위해 칼레에 머물로 있는 한 난민.

[오마르/아프가니스탄 난민 : "겨울에 영국으로 가기가 매우 힘듭니다. 파도가 너무 높아요. 여러 사람이 죽었어요. 그래서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리고 있어요."]

경찰은 매일 매일 난민들을 찾아 단속을 하지만 이들을 붙잡지는 않습니다.

[오마르/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 "매일 경찰이 와서 우리를 때리고 스프레이를 뿌리고 텐트와 음식을 뒤져서 버리고 '여기서 나가'라고 합니다. 남쪽으로 가래요."]

경찰의 단속은 한 곳에 많은 난민이 모이지 않게 흩어놓는 게 핵심입니다.

분명히 여기에 살고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난민들. 전 세계가 바이러스 공포에 짓눌려 있지만 어짜피 목숨을 걸고 방랑길에 나선 난민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딴세상 얘깁니다.

칼레와 주변 도시에는 만 명 넘는 난민이 있지만 코로나 환자가 나왔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환자가 없는게 아니라 아무 것도 파악되지 않는 겁니다.

[실로에/구호단체 활동가 :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있죠. 국가의료보험에서 난민 3명이 확진됐다고 저희에게 연락이 왔어요. 근데 누군지 몰라서 결국 못 찾았죠."]

마스크와 손 소독제 같은 걸 나눠주고 있지만 구호단체가 전염병에 대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습니다.

[피에르/구호단체 활동가 : "정부 방역정책은 집에 사는 사람한테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밖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정책을 강요할 수는 없죠. 불가능합니다."]

파리 외곽 도시 생 드니.

고속화 도로에서 나오자마자 줄지어 구걸을 하는 난민들이 보입니다.

교차로나 차량 정체가 있는 곳은 어디에나 어김없이 난민들이 있습니다.

["(어디에서 왔어요?) 보스니아에서 왔어요. (여기에서 혼자 사나요?) 저기 옆에 살아요. 50센트만 주세요. 애들도 셋이 있어요. 부탁합니다."]

사회문제가 되는 것을 우려한 프랑스 정부가 집단촌을 이루고 있던 난민들을 강제로 해산시키자 갈 곳 잃은 난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파리와 파리 주변도시들로 스며들었습니다.

고속화도로 출구 옆 난민이 쳐놓은 텐트가 있습니다.

도로 옆 건설현장 담장 옆에도 보입니다.

사람은 없지만 텐트 옆에는 잘 개어놓은 옷가지가 보입니다.

경찰이 주택가나 공원 등에 난민이 모이는 걸 단속하자 도저히 살 수 없을 것같은 후미진 장소에 난민 텐트가 하나둘 생겨나는 겁니다.

[피에르 : "영국으로 가지도, 여기서 살지도 못하게 합니다. 난민들은 아침마다 경찰의 공격을 당해요. 프랑스는 인권의 나라로 생각됐었죠. 정말 부끄럽습니다."]

체계적인 관리보다 난민을 일단 분산시키는데 주력하는 프랑스의 난민정책.

내년 대선에서 불법이민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게 분명한 상황에서 마크롱 정부가 더 유화적인 난민 정책을 쓰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로에/구호단체 활동가 : "이탈리아에서 지문을 찍은 사람들은 프랑스에서 난민 신청을 할 수 없어요. 그들은 난민 신청국을 선택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너무 힘들죠."]

조국이 망가져 유럽을 떠돌고 있는 난민들.

보건 위생이 취약한 난민들이 전염병 방역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유원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