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너무 고마워요”…한글이 선물한 제2의 인생_사랑의 비 빙고 카드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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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글날인 오늘, 한글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할머니들의 사연이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환갑을 훌쩍 넘긴 할머니들이 뒤늦게 한글을 배웠더니 제 2의 인생이 열렸다는데요.

어떤 사연인지 이규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파란 조끼를 입은 할머니들이 집 안으로 들어섭니다.

함께 과일을 깎아 먹으며 밤사이 안부를 묻고 난 뒤 투박하지만 한 자 한 자 방문 일지를 적습니다.

뒤늦게 한글을 익힌 후 이웃의 홀몸 노인을 돌보는 지킴이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겁니다.

[이척례/75살/충북 옥천군 : "기분 좋고 뭐 아무것도 모르다가 (한글을) 배워서 글자라고 쓰니까 재밌고 좋고..."]

손자에게 온 생일 축하 편지를 읽고 또 읽는 82살 최 종례 할머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최종례/82살/충북 옥천군 : "너무 기쁘고 세상에 이렇게 아주 이쁠 수가 없어. 손자가."]

한글을 배우고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건 2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편지를 쓰는 일.

홀로 남아 힘들었던 세월의 응어리들을 하나둘 풀어내자 한 편의 시가 됐습니다.

[최종례/82살/충북 옥천군 : "당신 못다 한 거 다 내가 (자식 결혼시키고) 가니까, 당신 따라갈 날이 얼마 안남았다고..."]

최 할머니처럼 뒤늦게 한글을 배운 할머니 23명이 저마다 고단했던 삶을 한글에 담아 시집을 발간했습니다.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던 시인이란 꿈을 이룬 할머니들에게 한글은 단순한 글자 그 이상입니다.

[김길순/85살/충북 옥천군 : "지금은 눈 밝은 어린아이 같아요. 엄청 좋아. 어딜 가도 글을 읽으니까."]

한글을 통해 남은 생을 꿈과 희망으로 채워가는 할머니들의 도전.

한글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규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