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처럼 숨막혀요” 36도 육박한 서울은 ‘가마솥’_포커 사운드 박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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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온 지 20분밖에 안 됐는데 찜질방에 1시간은 들어가 있는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혀요."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 한복판에서 만난 중학생 김재연(16)양과 이민주(16)양은 열기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기말고사가 끝나 쇼핑하러 경기도 양주에서 명동에 쇼핑하러 온 이들은 "너무 더워서 빙수를 먹으러 가야겠다"며 바쁜 걸음을 옮겼다. 낮 최고기온이 36도에 육박한 서울은 이들의 말처럼 거대한 찜질방을 연상케 했다. 서울에서는 전날 폭염주의보가 발효되고 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난 데 이어 이날 낮에는 폭염이 절정을 보였다. 그늘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비가 오듯 흘렀다.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이 오아시스의 신기루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날 낮 광화문광장이나 청계광장, 서울시청광장 등 도심의 유명 관광지에는 폭염으로 인해 평상시 주말보다는 유동 인구가 확실히 적은 모습이었다. 행인들은 반바지에 반소매 차림에 양산을 쓴 사람도 많았다. 연신 부채질을 하는 사람들도 더위를 쫓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서울시청 앞 광장 바닥 분수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면서 물장난을 치는 어린이들에게는 무더위가 싫지 않은 듯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김형진(40)씨는 "도서관을 들렀다가 박물관을 갈까 했는데 나온 지 1시간도 채 안 돼 너무 더워 벌써 지쳤다"며 "바람도 불지 않아 불가마 사우나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모전교를 비롯해 청계천 다리 아래에는 뙤약볕을 피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발을 담그고 담소를 나누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김현자(63·여)씨는 "오늘 가족들이랑 모처럼 나들이를 나왔는데 너무 덥다"면서 "경복궁에 가려다 너무 더워서 냉커피를 마시며 청계천에 앉아있는데 그런대로 휴가온 것 같은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명동 한복판에서 꽝꽝 얼린 생수를 파는 노점상은 몰려드는 손님으로 손이 쉴 틈이 없었다. 노점상 A씨는 "원래 1천원인데 반값인 500원으로 싸게 파니 손님이 몰려든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찜통 같은 집에서 나와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즐기러 나온 이들이 많아 도심 카페마다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성업중이었고, 찬 음료나 빙수를 파는 매대마다 더위에 지친 이들이 길게 줄을 섰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문서작업을 하고 있던 대학생 김진규(29)씨는 "제출할 과제가 있는데 집에서 선풍기를 틀고 쓰다가 버티기 어려워 시원한 카페로 나왔다"며 "노트북 열기에 땀이 비 오듯 흘렀는데, 시원한 냉기 속에서 작업하니 능률도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더위에 찜통 같은 서울을 벗어나 지방으로 나들이를 떠나는 이들도 많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차량 27만대가 수도권을 빠져나갔다. 이후에도 추가로 17만대가 수도권을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나들이를 떠나는 차량이 몰리면서 영동고속도로나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 오전에 차량이 몰려 오후 1시께 절정에 달했다"며 "당일치기로 나들이를 떠났다가 돌아오는 차량은 오후 6시께 상행선에 가장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