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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자주포 위로 북한군의 포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건 오후 2시 34분,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개시한 것은 13분 뒤인 2시 47분부터였습니다. 13분의 시간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북측의 포격 개시후 우리 자주포 부대는 콘크리트 지붕이 있는 진지로 일단 대피했습니다. 먼저 포탄 소나기를 피하고 반격에 나서겠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여기에 군 지휘계통의 사격승인 과정도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 군의 사격은 2시 46분, 북한의 1차 포 사격이 끝난 직후 외부 진지로 이동해 시작됐습니다. <녹취> 신현돈(합참 작전기획부장/지난 24일) : "1분 후에 우리가 곧바로 사격했다는 것은 각 진지별로 위축되지 않고 정확하게 보고 사격을 하고자 노력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포격 이후 우리 군의 대응을 놓고, 여러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상징후를 포착하고도 무시하고, 전통문을 으레적인 것이라며 묵살하는 등 곳곳에서 문제점이 노출됐습니다. 천안함 등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군의 대응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연평도 포격 바로 다음 날, 국회에선 늑장대처 아니었냐는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녹취> 김학송(한나라당 의원/24일 국회 국방위) : "전쟁이 나면 상대가 쏘면 우리는 스톱을 하고 저쪽 포탄이 끝났을 때 우리가 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습니다." <녹취> 서종표(민주당 의원/24일 국회 국방위) : "적이 조준 사격한다면 우리도 대응 사격해야지요. 이번에도. 1차 사격 때는 그럴 수 있다 보자. 2차 때는 항공기로 공격하던지 해야 되는데..." 김태영 국방장관은 사격이 늦은 것이 아니고, 훈련받은 대로 민첩하게 대응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녹취> 김태영(국방장관/24일 국회 국방위) : "우리가 쉽게 생각할 때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 바로 쏘면 그렇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 포탄이 여기저기 낙하하며 피해가는 상황에서는 바로 사격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해안포를 진지에서 꺼내고 병력을 이동시키는 등 이상징후가 포착됐을 때부터 대응사격을 준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갈등이 고조되는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면서 군이 방심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추궁이 이어지자, 장관 역시 일정부분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녹취> 김태영(국방장관/24일 국회 국방위) : "이와 같은 도발을 해올 것을 저희가 명확하게 생각 못한 게 불찰입니다. 미흡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우리 군의 대응사격 무기는 K-9 자주포였습니다. K-9 자주포는 사단급 포병 무기로 최대 사거리 60킬로미터로, 1분에 6발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170mm 자주포 보다 사거리가 길고 발사 속도도 빠릅니다. 위력 역시 북한측 무기 보다 10배나 강력할 정도로 막강합니다. 하지만 K-9 공격에도 약점은 있습니다. 바로 직사화기가 아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곡사화기라는 점입니다. 때문에 북측 해안포를 직접 공격해 타격을 입힐 수가 없는 겁니다. <녹취> 신인균(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 "K-9 자주포가 유일한 대안인데 이제 백령도와 연평도의 상황에서는 유일한 대안인데 효과적인 대안은 아니죠. K-9으로 충분히 타격은 할 수 있지만 탐지를 갖다가 과연 그 시간 내에 할 수 있느냐 이것이 관건입니다." 결국 우리 군은 해안포 직접 타격 대신 북한 병사 막사를 겨냥했습니다. 미리 입력된 좌표를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녹취> 최창룡(해병대 대령/23일) : "해안포를 곡사화기로는 제압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우리들은 그 무도에 막사를 표적으로 해서 사격을 실시한 것입니다." 대응사격 직후 국방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북측 무도와 개머리 진지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무도 방공호가 매몰됐다는 정도입니다. 연평도에는 북측 포병무기를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가 올 2월부터 배치돼 운용중이었습니다. 이름하여 '대포병레이더' AN/TPQ-37, 하지만 육군이 휴전선에 배치해 쓰던 것을 가져온 20년 넘게 사용한 구형 장비입니다. 그마저도 이 레이더는 북한의 1차 포격 당시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북한이 150발의 포탄을 쏘도록 우리 군은 제대로 된 위치조차 파악 못한 겁니다. 때문에 이번 북한의 도발 당시 군이 초기에 효과적으로 대응 못한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미 석 달 전에도 우리 군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난 8월 북한의 해안포 발사 때도 이 레이더가 꺼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셈입니다. 게다가 장비 가동에도 치명적 약점이 있습니다. 예열시간, 즉 부팅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녹취> 신인균(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 "대포병레이더가 사실 구형입니다. 또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AN-TPQ37'은 거기서도 가장 초기형이거든요. 개량이 전혀 안 된 버전입니다. 그래서 그 부팅이라고 그러죠. 전원을 켜는데 한 20분 정도가 걸리고 하기 때문에..." 군의 오락가락한 브리핑도 문제입니다. 당초 우리 군은 북한의 포격 당시 연평도에 있던 자주포 6문이 대응사격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홍기(합참 작전본부장/23일 국방부) : "북측에도 우리가 도발 원점에 대한 집중 사격을 가했기 때문에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문은 포격 피해로 제 기능을 못했고, 그나마 1문도 불발탄을 제거한 뒤에야 대응사격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도발 원점을 집중 사격했다는 군의 해명도 사실과 달랐습니다. <녹취> 김태영(국방부 장관/24일 국방위) : "(대포병레이더가 처음에는 작동 안 됐습니까?) 처음 공격에는 잡지 못했고. (2차 사격에는?) 2차 사격은 잡았습니다." 즉, 북한의 첫 포격 당시엔 발사지점을 찾지 못해 우리 자주포는 미리 좌표가 입력된 무도 진지로만 50발을 응사했습니다. 25분 뒤 비로소 레이더가 개머리 해안포 진지를 포착했고, 30발의 대응사격을 했을 뿐입니다. 합참은 포격 사흘 뒤인 26일, 오전 9시부터 연평도의 대포병 레이더를 계속 작동시키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레이더는 작동중이었는데 적의 최초 공격지점을 파악 못했다는 이해하기 힘든 설명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군이 당일 오전, 북의 도발 징후를 포착해 비상경계에 들어갔다고 언급한 부분입니다. 북한이 미그 23기를 출격시키고 해안포 포문을 여는 가하면 전통문을 보내 위협해 와 우리 군은 무력 도발을 예상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북의 전통문을 통상적인 수준으로 인식해 무시했다는 군 수뇌부의 말들과 달리, 군이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했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왜 사전에 북측에 경고를 하지 않았는지, 북의 도발 즉시 왜 원점인 해안포를 겨냥하지 않고 후방의 막사를 겨냥했는지, 지금까지 군의 설명으로는 이해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번 교전 후, 군과 정치권에서는 교전규칙을 전면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교전규칙은 DMZ와 NLL, 공중을 통한 도발 등 다양한 적의 도발 유형별로 대응지침을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분쟁이 일어났을 때 군에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 지침을 줘 확전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 군은 그 동안 북한이 도발하면 2~3배로 응징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습니다. <녹취> 김태영(국방장관/24일 국회 국방위) : "현재는 저희는 기본적으로 저희 장병들은 교전 규칙에 의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의 사격이 있을 경우에는 바로 그 사격에 대등한 무기체계를 가지고, 2배 정도를 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교전 규칙을 수정 보완하여 보다 강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이른바 비례성 원칙입니다. 하지만 합참 관계자는 이튿날 우리측 교전규칙에는 이런 내용이 분명히 적시돼 있지는 않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합참 관계자(25일 국방부 기자실) : "(김태영 장관이 국방위에서 설명하실 때는 2배 이상 대응하는 식으로 교전규칙이 돼 있다 그렇게 말씀하셨는데요?) 장관께서 2~3배 이렇게 말씀하신 적은 없는 걸로 압니다. (그럼 전달이 잘못된 건가요?) 정확하게 교전규칙에 2배, 3배 이런 문구는 없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교전규칙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유엔사령관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군이 이번 연평도 훈련 때 혹시 모를 북한군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북 해안포를 무력화 할 적절한 무기도 없고, 레이더 역시 완벽한 성능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군과 민간인의 안전을 어떻게 확보했느냐는 겁니다. 우리 군은 북한군의 해안포 전개 등이 있었지만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설마 포격을 하리라고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군의 포 사격 도발 전 황해도 북창기지에서 이륙한 미그 23기 5대가 초계비행 뒤 황주비행장으로 향해 대기했던 사실은 예사롭지 않은 조짐이었습니다. 북한의 경고성 전언문 묵살 역시 논란입니다. <녹취> 김태영(국방장관/24일 국방위) : "과거에도 이런, 여러번 그런 항의성 전문을 보내왔고, 저희도 대응하고 해서 그것이 바로 이렇게 가리라고는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이 난 지 불과 7개월, 때문에 군 수뇌부가 습관적인 방심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틀 뒤, 청와대는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했습니다. <녹취> 임태희(대통령실장/25일) : "사퇴서 수리를 미루어오다가 최근 연속된 군 사고와 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오늘 사의수용을 결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젊은 해병대 병사들의 안타까운 죽음, 휴전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민간인 희생은 결코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전쟁 억지력 확보, 외교적 압박을 통한 북한의 도발 억제, 우왕좌왕하는 우리 군의 대응 시스템 정비 등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들이 많습니다. 정부와 군이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선 안 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