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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최고 수준의 배송 서비스 뒤에는 보호 받지 못한 채 위험에 내몰린 배달원들이 있습니다.

비정규직, 임시직, 초단기직 등 다양한 형태로 일하고 있는데, 노동자로 인정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손은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0초 안에 콜을 잡으세요."]

휴대전화 앱이 울리자 재빨리 주문을 선점합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받아 배달을 마치기까지, 분초를 다투는 아찔한 운행이 이어집니다.

[최대송/배달원 : "15분 안에는 도착해서 물건을 받을 수 있게끔... 업체들 경쟁은 엄청나게 심하죠."]

한번 배달에 받는 돈은 3천 원.

시간당 너댓 건은 채워야 생계가 유지되니, 한시도 쉬지 못합니다.

배달 노동자들은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보험 등 여러가지 보호를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근무 중 팔이 부러진 이 배달원은 '플랫폼 노동자'란 모호한 신분 때문에 산재신청을 포기했습니다.

[공○○/배송대행앱 배달원/음성변조 :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으려고 하는 게 산업재해보험이잖아요. 그게 안 된다는 건 인간으로서 존중을 못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배달원 일부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유통업체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평가를 잘 받기 위해 하루 배송 250여 건, 12시간 넘는 엄청난 노동을 감당하기도 합니다.

[비정규직 배달원 : "죽을 둥 살 둥하면서 (목표를) 채우지 않습니까? 얘네 100 충분히 소화하네. 110으로 늘려. 보상은 없이 (일이) 계속 늘어납니다. 우리를 단순히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는구나."]

필요할 때만 초단기 노동자를 구해 일을 맡기는 '긱 이코노미'가 배달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지만, 고용의 질 악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김재민/서울노동권익센터 연구위원 :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분들을 계속해서 소외시킬 경우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노동조건은 계속 열악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치열한 경쟁 속에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된 배달원들.

스스로를 '유령'이라 자조하며 노동자로서 대우 받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손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