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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아침, 오세훈 시장의 첫 출근길. 오 시장이 서울광장 앞에 모인 시민들에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대치동입니다! 대치 1지구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에 반대하는 상인들이 바닥에 큰 절을 했습니다. 청사로 향하던 오 시장은 발길을 돌려 "이러시면 안돼요."라며 상인을 안아 일으켜세웠습니다.

대치동 재건축 단지 조합원부터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까지, 모두를 충족시키는 부동산 정책을 펼쳐야 하는 자리가 서울시장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 일주일만에 소집한다던 도시계획위원회, 한때 한달 뒤로 밀려

오세훈 시장의 후보 시절 공약 1호는 '스피드 주택 공급'이었습니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언급하며, 자신이 당선되면 일주일만에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서울시장을 두 차례 지낸 사실을 언급하며, 자신감 있게 강조했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푸는 것부터 시작을 하겠다. 그건 일을 해본 사람이면 들어가서 바로 그 다음주에 도시계획위원회 열어서 바로 방침을 바꿀 수 있다." -3월 8일, 한국일보 인터뷰

하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이번주에 열리지 않았고, 21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통상 한달에 두 차례 정기적으로 열리는데, 앞선 회의는 투표일인 7일에 열렸기 때문입니다.

그나마도 시의회 개원 일정과 맞물려,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첫 도계위는 한때 다음달 12일로 연기됐습니다. 시 의회가 본회의에서 시정질의를 하지 않기로 한발짝 양보하면서, 일정은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방침 변경은커녕 회의 소집조차 시장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 "신중하고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보고해라"

오 시장은 실국별 업무보고가 시작된 이번주, 주택 관련 부서 일정을 하루 앞당기면서 남다른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다만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습니다.

"스피드 주택 공급에 대해서 법규, 절차, 그리고 자체적으로도 빠르게 추진 가능한 것을 분류해서 좀 더 세밀한 실행계획을 정례적으로 보고해달라."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가 있는 지역들은 방지대책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지, 세심하게 고민해달라."
-12일, 주택건축본부 시장 보고

공약인 주택 공급을 지시하면서도, 가격 상승 방지 대책을 동시에 주문했습니다. 오 시장은 전날인 11일 국민의힘과 함께 개최한 부동산정책 협의회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신중하지만 신속하게,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재개발 재건축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 첫 현장점검 장소는 재개발·재건축 아닌 재생 사업지

부동산 첫 현장 점검 장소가 용적률과 35층 층고 완화 등 쟁점이 많은 한강변 재건축 단지가 아닌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13일 방문하려던 장소는 강동구의 가로주택정비사업 준공지였습니다.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기존 골목을 유지한 채 노후 주택 여러 동을 묶어서 정비하는 사업으로, 도시재생 사업으로 분류됩니다. 구역 전체를 전면 철거하는 방식의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소규모 면적을 정비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정비수법입니다.

재개발·재건축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반면, 주택 공급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실제로 이 현장은 연립주택 2동을 한동짜리 아파트로 바꾼 곳으로, 주택 공급량은 54세대에서 71세대로 늘었습니다.

신축한 주택의 면적은 59제곱미터인데요, 오 시장은 비슷한 방식인 모아주택으로 3만 가구의 주택공급을 공약한 바 있습니다. 해당 부서 직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현장 방문은 연기됐지만, 오 시장의 첫번째 부동산 정책이 소규모 정비사업이라는 점은 눈길을 끌었습니다.

■ "일주일은 의지의 표현…규제 완화 두세 달 걸려"

오 시장 취임에 대한 기대감에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급상승하자, 규제 완화 시기에 대한 오 시장의 발언은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일주일 내 시동 걸겠다고 말씀드렸던 건 제 의지의 표현이었고요 실제로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한다든가 시의회에서 조례를 개정해야 할 일들이 거의 대부분인데, 이거 되려면 한두 달, 두세달 다 걸리는 일들입니다."-13일, MBN 뉴스 출연

일주일이라던 규제 완화는 두세달 뒤로 연기됐습니다. 나아가 주변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을 수도 있다는 규제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다음날 인터뷰에서는 규제 완화가 서울시장의 권한을 넘어선, 국회와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임을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이 독자적으로 법안 통과가 어려운 소수정당인 점을 언급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부동산 정책은 일단 시 의회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들이 많고요, 도시계획위원회 개최, 조례 개정은 압도적인 다수가 민주당이기 때문에 확실히 시의회의 협조가 필요한 건 분명한 사실이고요.

공약한 것 가운데 상당부분은 국회에서 처리해야 될 법령 개정이나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 역시 저희가 소수당으로 전락해있기 때문에 사실은 실무적으로는 쉽지 않고.

또 국토부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것 역시 중앙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다른 기조가 있는 거죠. 어차피 업무환경이 그렇게 녹록한 것은 아니고요.
-15일, 조선일보 팟캐스트 인터뷰

오 시장의 발언대로, 부동산 규제 완화는 시장 한명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 추진 환경은 보궐선거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점입니다. 선거 전후 바뀐 것은 오 시장의 말뿐입니다.

■ "급상승한 공시가, 조세저항 수준" 실제 80%는 재산세 인하 대상

같은 인터뷰에서 오 시장은 급격한 공동주택 공시가 상승을 지적하며 '조세저항'을 언급했습니다. 내년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1년간 20% 가까이 올려놨기 때문에, 아마 다른 나라들 같으면 조세저항이 엄청날 겁니다. 그것을 파악을 못한다면 아마 내년 대선도 우리가... 내년에도 큰 선거 두 번 있잖습니까. 대선에 이어서 지방선거까지 있는데 민심이 이렇게 악화된 상태에서 과연 그냥 고집스러운 입장을 유지할지는... 사실은 저는 유연성이 생기리라고 기대하고 있고요." -15일, 조선일보 팟캐스트 인터뷰

그런데 공시가 상승에도, 정부가 공시가 6억 원, 그러니까 시가 9억 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를 감면하면서 세 부담은 도리어 줄었습니다. 공시가 상승에도 서울 주택 80%의 재산세는 감면 대상입니다.

주택 소유자들은 내년 두 차례 선거 전에 재산세 고지서는 받고, 어느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게 될 겁니다. 오 시장에게 남은 시간은 1년 여에 불과합니다. "신중하지만 신속하게"라는 구호를 성과로 만들기엔 결코 길지 않은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