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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사고의 최대 의문점 가운데 하나가 침몰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왜 탑승객들, 특히 학생들이 대피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사고 초기에 계속된 선실에 머무르라는 안내방송이 그 이유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승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배가 기울기 시작한 오전 9시.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는 세월호에 '퇴선 준비' 즉 탈출을 지시합니다.

하지만 이런 지시와는 달리 15분이나 지나도록 배 안에선 선실에 머무르라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녹취>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면 더 위험해요."

선장이 배를 탈출한 9시 30분 즈음까지도 비슷한 방송은 반복됐습니다.

<녹취> "선실이 더 안전하겠습니다."

실제로 상당수가 방송을 믿고 대피하지 않았다는 게 탈출한 학생들의 얘깁니다.

<인터뷰> 김주희(단원고 학생) : "(방송에서) 움직이면 더 쏠리니까 가만히만 있으라고 계속......그래서 가만히 있었어요."

일반 탑승객은 150명 중 104명, 3분의 2가 탈출했지만, 학생 구조자는 325명 중 75명, 4분의 1도 채 안됩니다.

학생답게 지침을 충실히 따른 탓에 더 큰 화를 입은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옵니다.

<인터뷰> 김홍경(구조 승객) : "대피하지 마라, 그 자리에 있어라했지 어디로 대피하라, 그런 방송만 했어도 애들이 알아서 높은 쪽으로 가니까 많이 올라왔을 텐데."

탈출 준비 방송이 나온 것은 10시가 넘어서로 추정됩니다.

이미 배가 기울고 물이 차 사실상 대피가 힘든 때였습니다.

재난사고에서 생사를 가르는 이른바 '골든타임 30분'.

잘못된 안내방송으로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금쪽같은 시간은 헛되이 지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KBS 뉴스 이승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