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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는 항상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가. 은행들은 한국의 금융위기를 일으킨 핵심 장본인중 하나이면서도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중소기업도 정부시책에 따라 저금리, 대출 만기연장 등 각종 혜택을 입었다. 은행과 기업의 이런 이익을 위해 가계가 부담을 대신 떠안아야 했다. 그래서 10년래 최대의 대출 가산금리를 내야 했다. 이 것이 중기대출과 가계대출 간 가산금리가 역전되고 은행들의 순이익이 빠르게 회복된 이유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금융위기 이후 일제히 예금금리를 내리면서도 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하거나 가계대출에 더 높은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등 금리 정책이 비슷한 것은 담합의 소지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공정거래 당국이 적극적인 담합조사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가계대출 가산금리 대폭 인상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9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산금리(대출금리-양도성예금증서금리)는 월평균 3.07%포인트로 작년 같은 기간의 1.59%포인트에 비해 1.48%포인트 급등했다. 반면 중기대출 가산금리는 작년 1~9월 1.77%포인트에서 올해 1~9월 3.00%포인트로 1.24%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가계대출과 중기대출 가산금리 상승폭 차이가 0.24%포인트에 달하고 있다. 은행들은 그동안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 등을 고려해 가계대출보다 중기대출에 대한 가산금리를 높게 적용했지만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인 작년 11월부터는 오히려 가계대출에 더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9월말 현재 가계대출 연체율이 0.55%인데 반해 중기대출 연체율은 1.72%로 3배를 웃도는 등 중기대출의 신용위험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중기대출에 적용될 가산금리 일부가 가계대출로 전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은도 최근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은행의 가계대출 가산금리 확대 결과로 가계대출은 중기대출과 달리 3월 이후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가 잔액기준 대출금리를 웃돌고 있다"며 "은행들이 금리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 축소를 자체 흡수하기보다는 가산금리 확대를 통해 주로 가계에 전가하는 행태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1∼9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부문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2006년 1.46%포인트 ▲2007년 1.52%포인트 ▲2008년 1.52%포인트에서 올해 2.52%포인트로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예금이자 하락과 대출이자 증가 등으로 가계가 추가로 떠안은 금리 부담은 무려 1%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와 달리, 은행의 이자 수익은 늘어나고 있다. 올해 3분기 국내 18개 은행의 이자이익은 7조8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6천억원(8.3%) 증가했다. 가계대출 이자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은행들이 수익성이 낮은 중기 대출을 외면하는 등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가계의 실소득이 줄어들어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 은행들, 개인 고객은 봉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결국 은행들이 개인 고객을 만만하게 봤기 때문이다. 수익을 내려면 대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정부가 보증을 서는 등 특별 관리하고 있으니 금리를 인상할 수 없고, 대기업은 대출 금리를 올리면 채권 시장 등으로 옮겨가 버리므로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정부 입김으로 CD 금리가 내려가면서 역마진이 발생한 것을 신규 대출에서 만회하자니, 중기 대출은 못 건드리겠고, 대기업은 어쩔 수가 없고, 그래서 가계 대출 금리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한은의 김일환 금융안정분석팀장은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예금과 대출의 만기 차이로 인해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더 빨리 내려가기 때문에 은행들은 순이자마진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금리에 가산금리를 붙인다"며 "아무래도 가계대출이 가산금리를 붙이기 쉽고, 60%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기 때문에 안전하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가 확대되면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금리를 높일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됐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시장원리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결정했다면 더 어려운 상황이 오기 때문에 정부가 나섰고, 중소기업은 금리 면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봤는데 그 부담이 가계로 옮겨져 불특정 다수 가계가 희생을 분담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은행 경쟁체제 유도해야" 은행들이 주먹구구식 CD금리에 막대한 가산금리를 얹어 가계에 대출금리 부담을 떠넘기고, 예대마진을 통해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수익을 챙기는 구조는 금융계 안팎에서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기적 대응책은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당국이 금리 수준에 개입하는 게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지만, `관치 금융'의 부작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들이 조달금리를 투명하게 반영해 대출금리를 결정하려면 국내 은행업계의 독과점화와 암묵적인 `금리 담합'을 먼저 타파하는 중장기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덩치만 키운 2~3개 은행이 전체 은행산업을 좌우할 정도로 비경쟁적인 구조를 먼저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구조에서는 금리가 시장 원리에 철저히 입각해 결정될 수 없다"며 "은행권이 앞으로도 인수ㆍ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게 과연 국민 경제를 위해 바람직한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이 공정 경쟁이 가능하도록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당국이 은행들의 대출금리 담합 문제를 조사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이 감독 실패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 금융회사의 수익성 회복에만 치중하지 말고,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회사 건전성 사이에서 적절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김 교수는 주문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은행들은 자산(대출)과 부채(예금)의 금리에 대한 반응 차이가 너무 커 지나친 가산금리와 예대마진 문제가 야기된다"며 "이 차이를 완화하도록 감독 당국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대출금리 결정구조의 불합리성에 대한 지적을 수용해 금융연구원 주최로 23일 공청회를 열고 여러 가지 조달금리를 조합하는 바스켓 방식의 중장기 대안들을 제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