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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비리가 밝혀진 강원도 삼척의 지역아동센터.
이 기사를 읽고 계시는 독자분들도 집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우리 동네 지역아동센터를 쉽게 찾을 수 있으실 텐데요. 아동복지법에 따라 "지역사회 아동의 보호와 교육 등을 위해" 설립된 시설들을 말합니다.

코로나19로 휴원과 개원을 반복하면서 어수선한 한 해를 보냈던 전국의 지역아동센터들. 이 틈에 강원도 삼척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각종 지원사업을 통해 국고보조금을 부정하게 수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수업 안 했는데' 보조금 타낸 지역아동센터

화력발전소가 있는 삼척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의 대상지입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아동센터는 국고보조금인 전력산업기반기금을 받아 아이들을 대상으로 각종 수업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작된 수업 일지 일부.
센터가 작성한 수업 일지를 보면,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오케스트라 수업이 진행됐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수업은 한 번도 이뤄진 적 없었습니다.

학생 16명과 함께 캐럴을 포함한 세 곡을 연주했다는 것, 심지어 "저학년은 본인들이 아는 곡이어서 재밌어한다"는 등 강사의 평가 모두 위조된 내용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한 달에 4번 있었던 악기 수업을 8번 했다고 부풀리거나, 가보지도 않은 체험장에서 아이들 체험이 이뤄진 것처럼 옛날 사진까지 가져다 서류를 새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최근까지 이 센터에서 일했던 사업 담당자는 수업 일지나 출석부 등을 가짜로 만들어, 본인 서명까지 넣어야 했던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오케스트라 수업을) 토요일에 하지 않았다는 건 아이들도 알고, 저도 알고, 지역사회도 아는데 위조행위를 한다는 데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 소속은 지역아동센터, 업무는 교회 일?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저소득층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내일키움일자리 사업'을 신설해 지원했습니다. 이 돈을 받은 지역의 사회적경제 기업이나 사회복지시설에서 두 달 동안 업무 보조로 일할 사람들을 뽑았는데요.

올해 초만 해도 5명의 사업 참여자가 이 지역아동센터에 소속됐는데, 확인해 보니 일부는 센터 대표인 담임목사가 운영하는 교회 업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센터 인근에 새로 짓는 교회 건축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겁니다.

 취재진이 교회 신축현장에서 만난 내일키움일자리 사업 참여자.
한창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어야 할 오전 시간. 취재진이 교회 건축현장을 찾았습니다.

안전모와 마스크를 쓰고, 현장에서 나온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사업 참여자 한 명을 만났습니다. 코로나19로 내원하는 아이들이 크게 줄어 센터에서 할 일이 없다며, 이 또한 센터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관계자는 이들이 근무 시간에 교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하거나, 센터장과 담임목사의 자녀를 돌보는 일도 했다고 주장합니다.

아예 센터로 출근하지 않거나, 오후 늦게 출근부만 작성한 뒤 퇴근하는 사업 참여자 모습도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이 사업 참여자들 대다수가 교회 전도사나 집사 등 교회와 관련된 인물들로, 센터장이 알음알음 모집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코로나19 때문에" "센터 업무라고 생각해서"

왜 이렇게까지 한 걸까요. 지역센터 측은 코로나19로 수업과 프로그램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먼저 강사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조작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우선 사업비를 집행하고 이후에 못한 수업과 프로그램을 채워넣을 생각이었다는 겁니다.

일자리 지원사업을 통해 채용한 사람을 불법 이용한 것에 대해선, 신축된 교회에 지역아동센터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센터 업무로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결론은 이 모두 불법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을 맡아 수행한 한국남부발전은 보조금 환수를 검토하고 있고요. 내일키움일자리 사업을 한 보건복지부도 교회 신축현장에서 적발된 참여자 2명의 급여 지급을 중단할 계획입니다.

■ '출산휴가 때 실습?'…사회복지사 자격증 허위 발급 의혹까지

이 지역아동센터 비리,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A 씨의 사회복지사 자격증 허위 취득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자격증을 받으려면 사회복지시설에서 현장 실습을 해야 하는데, 실습을 안 해놓고 한 것처럼 조작한 겁니다.

 가짜로 만들어진 A 씨의 사회복지 현장실습 일지 일부.
취재진이 확보한 A 씨의 실습 일지를 보면, 2019년 11월부터 3주 동안 이 센터에서 실습한 걸로 돼 있습니다. 온종일 아이들 발표회 준비를 한 날에도 평소처럼 실습했다고 적혀 있는데,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심지어 A씨는 실습 기간 대부분을 출산휴가로 자리를 비워, 대체 인력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실습 일지와 확인서 등을 허위로 꾸몄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실습했다고 해도,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애초에 재직 중인 곳에서는 실습할 수 없습니다.

센터는 실습 위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A 씨의 임신과 출산이 겹쳤고 인근에 실습할 곳이 없어 배려한 거라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강원도 태백의 강원관광대 학생들 150여 명이 사회복지 현장실습을 허위로 조작한 걸로 밝혀져, 현재 자격 취소 절차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번 보도로 강원도의 지역아동센터까지 개입한 사례가 나온 건데요.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실습기관을 선정하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사회복지사 2급도 1급처럼 국가시험제를 도입하는 등 취득 요건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 "이 뉴스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문제가 된 지역아동센터와 교회 측은 이렇게 취재진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 사안을 보도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이었는데요.

이 질문에 저희는 지역아동센터의 설립 취지를 곱씹어봤습니다. "지역사회 아동의 보호와 교육 등을 위해" 세워졌다는 법 조항 말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국고보조금이 허투루 쓰이진 않았는지, 복지 대상을 위한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제대로 발급된 건지, 뉴스를 시청하거나 이 기사를 읽은 독자들이 이 점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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