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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군 생활 중 신병교육대대로 파견을 나간 A 씨. 그때까진 이 파견 기간에 인생을 뒤흔들 만한 끔찍한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문제가 터진 건 파견 나흘째 밤입니다. 함께 파견을 와 옆자리에서 취침하던 상병 B 씨가 새벽 무렵 A 씨의 왼쪽 눈 부위를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렸습니다. 잠을 자다가 무의식적으로 때린 것이었으니, 어떠한 원한 관계도 다툼도 없었죠.

그런데 이 폭행으로 다음날 A 씨는 왼쪽 눈에 망막진탕을 진단받았습니다. 망막에는 구멍이, 안구에는 염증이 생기는가 하면, 망막 아래 출혈도 있었습니다. 치료를 위해 수술까지 받았지만, 결국 이듬해 왼쪽 눈의 시력이 영구히 저하됐다는 후유장해를 진단받았습니다.

B 씨는 당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상세불명의 수면장애'를 진단받고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처방받아 먹고 있었는데, 파견 당시에는 약을 미처 가져오지 않아 복용을 중단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결국 A 씨는 수면장애를 앓던 B 씨에게 폭행을 당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된 겁니다.

■ "'수면장애' 장병에 적절한 조치 했어야"…수억 원 손해배상 청구

A 씨는 2016년 1월 서울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해, '재해부상군경'으로 인정받고 매월 보상금을 지급받게 됐습니다. 이어 B 씨와 국가를 상대로 법원에 2억 7천만 원 상당의 정식 손해배상 소송도 냈습니다.

국가는 군부대 내에서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장병들의 군 복무를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수면장애가 있는 B 씨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폭행이 발생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입니다.

A 씨는 또 국가가 폭행 직후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조치하지 않아 영구적인 시력 저하를 겪게 됐다며, B 씨와 함께 치료비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청구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 법원 "'수면장애' 앓던 가해자, 책임능력 없어"…청구 기각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김병철)는 A 씨가 B 씨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국가를 상대로 한 청구에 대해선, A 씨가 이미 재해부상군경으로 등록돼 보훈청에서 보상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헌법상 이중배상금지원칙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가 배제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문제는 B 씨에 대한 청구였습니다. 재판부는 B 씨가 '수면장애'를 앓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 A 씨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폭행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B 씨가 행위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책임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겁니다.

재판부는 "B 씨가 수면 상태에서 A 씨를 폭행한 것으로 보이고, 폭행 직후에도 수면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A 씨는 B 씨가 폭행 직후 옆으로 쓰러진 채 그대로 잠을 자고 있었다고 진술했고, B 씨는 수사 과정에서 일관되게 자신이 한 행위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B 씨에 대해 신체감정을 실시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B 씨에게 수면장애가 사건 발생 이전부터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며, 사건 발생 당시 B 씨에게 해당 질환의 증상이 발현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법원에 감정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해당 전문의는 이어 "이러한 경우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의식적인 행동이 아니므로 고의성 및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 결정을 할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타인의 손해 발생을 피하게 할 수 있는 사리변식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정황을 받아들여, A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