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해”…정신건강 챙기는 대학가_에마누엘레 아라우조 빙고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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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3학년 김모(25)씨는 작년부터 학내 상담센터인 학생생활연구소에서 9개월째 주 1회 한 시간씩 상담을 받고 있다. 2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졸업과 이후 진로를 생각하게 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고민에 이곳을 찾았었다. 김씨는 "이전에는 내가 도대체 뭘 하는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자존심과 자신감을 되찾았고 내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알 것 같다"며 "상담일은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라고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를 휩쓴 '힐링' 열풍이 몸의 건강을 넘어 마음의 안정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대학가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감지된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 학생생활연구소의 개인 상담 건수는 2013년 1천732건에서 작년 1천899건으로 9.6% 늘었다. 작년 상담 건수를 내용별로 나눠보면 '성격' 관련이 30.2%(573건)로 가장 많았고, '정서'(우울·불안·공포 등) 19.3%(366건), '대인관계' 16.8%(319건), '가족관계' 15.2%(289건), '진로' 9.1%(173건) 등의 순이었다. 경희대 관계자는 "상담 외에도 학생들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도록 도와주고자 특강도 많이 한다"며 "작년에는 행복을 주제로 특강을 했는데 올해도 6주간 워크숍 형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비슷한 고민거리를 가진 학생들과 상담심리전문가가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다른 대학에서도 최근 상담센터를 찾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서울시립대 학생상담센터의 상담 건수는 2012년 1천740건에서 2013년 1천890건으로 약간 늘었다가 작년에는 2천569건으로 35.9%나 증가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가 지원하는 성균관대의 정신건강 프로그램도 전문의 진료와 상담을 합쳐 2013년 274건에서 작년에는 14.6% 증가한 314건에 달했다. 이처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상담센터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이 많아지자 대학들도 이에 발맞춰 관련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추세다. 성균관대는 애초 매주 금요일에만 진행하던 정신건강 진료를 작년 12월부터 수요일까지 주 2회로 확대했다. 김정옥 성균관대 건강센터 과장은 "그동안 취업이나 진로 등에 대한 스트레스로 상담이 필요한 학생이 많았지만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했다"며 "진료 확대로 제때에 필요한 정신건강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대는 수요 증가에 따라 작년 5월 전문 상담가를 한 명 더 늘렸다. 이런 현상은 경제 불황과 취업난으로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보장되지 않는 미래, 대인관계의 미숙함 등 여러 요인으로 대학생, 특히 고학년으로 갈수록 스트레스와 분노를 호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대학생들은 우리 사회의 각종 병리적 사건·사고와 높은 자살률 등을 지켜보면서 상담소 문을 두드리는 것을 과거처럼 부담스러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의 성장을 위해 상담을 받는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