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분류 작업 배제” 도장 찍은 노사정…달라질까?_포커로 전화하기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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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기사의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해 모였던 택배 노사와 정부, 이른바 '택배 기사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가 오늘(22일) 국회에서 다시 한번 모였습니다.

굵직한 내용들은 이미 지난 주 보도를 통해 알려지긴 했지만, 사회적 합의기구는 오늘 2차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다시 한번 확인했는데요.

[연관 기사] 택배 2차 사회적합의 잠정 타결…내일부터 업무 복귀 (2021.6.16. KBS1TV 뉴스9)

택배는 이제 우리 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서비스가 된 만큼, 지난 택배 파업과 사회적 합의 여부는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합의문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고, 실제로 시민들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 주요 내용 ① "택배 기사, 내년부터 분류 작업 안 한다"

"과로사의 원흉인 분류 작업 공짜 노동, 내년 1월 1일부터 확실하게 없어지도록 합의한 것입니다!"

지난 16일 오후 택배노조원 수 천명이 모인 서울 여의도공원.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노사정 합의 내용을 전하러 무대에 올라오자마자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입니다.

이 같이 택배 기사에게 분류 작업을 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 구체적인 시점을 정한 게 이번 합의의 핵심이었습니다.

2차 합의문에는 "택배 기사의 작업 범위에서 분류 작업을 배제한다"고 명시됐습니다. 지난 1월, 1차 합의문에 간접적으로 쓰여 있던 내용이 보다 명확해졌습니다.

또 이행 시점을 밝히지 않았던 1차와 달리, 2차 합의에선 "택배 기사의 분류 작업 제외는 2021년 내에 완료한다"고 밝혔습니다. 세부적으로 중간 이행 목표도 생겼습니다. 9월부터 한진과 롯데택배는 분류 인력을 천 명 더 투입하고, CJ대한통운은 분류 인력 천 명에 해당하는 노무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택배사는 내년 1월 1일까지 택배를 자동 분류해주는 설비를 설치하거나, 택배 기사 2명 당 분류 인력 1명을 투입하게 됩니다.

■ 주요 내용 ② "주 60시간 근무…초과하면 물량 조정"

택배 기사 업무에서 분류 작업을 제외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분류 작업에 적게는 2시간, 많게는 5시간까지 걸리다보니 노동 시간이 길어지고, 결과적으로 매일 밤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 과로사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분류 작업 제외에 따른 노동 시간 제한도 필수적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사회적 합의 기구는 "택배 기사의 최대 작업 시간은 일 12시간, 주 60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정했습니다.

사실 비슷한 내용은 1차 합의문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역시 이번에 더 구체적인 내용이 덧붙여졌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4주 동안 노동 시간을 평균 내봤을 때 일주일에 64시간을 초과하면 물량과 구역을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 궁금증 ① "택배 요금, 오르나요?"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건 택배 요금이 오르냐는 것입니다. 결국 이 같은 합의 내용은 택배사가 설비 투자와 인력 투입을 해야 하는, 다시 말해 추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택배 요금이 오를까요? 답을 먼저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2차 합의문에서 합의 기구는 분류 인력 투입 등에 필요한 직접 원가 상승 요인이 170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신연수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장은 이번 분류 인력 투입에 따라 원가가 상승한다며, "170원에 해당하는 부분을 택배비 인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소비자 여러분께 상당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가. 분류 인력 투입 및 고용보험, 산재보험 가입을 위해 필요한 직접 원가 상승요인은 170원임을 확인한다. (...)

1) 택배사업자 및 영업점은 가항의 원가 상승요인을 감안하여 요금 현실화를 추진하되 금년 말까지 이행을 완료하며,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여야 한다.

- 택배 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 2차 합의문 중

그러나 이 내용은 택배노조가 기존에 주장했던 노동 시간 감축에 따른 임금 보전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 아닙니다. 합의문에 적힌 대로 순수하게 분류 인력 투입과 7월부터 택배 기사 같은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고용보험료 등이 반영된 것입니다.

사회적 합의 기구 관계자는 지난 16일 회의 뒤 '수수료로 임금 보전을 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된다"며 "수수료 인상과 관련된 건 분류 작업에 '이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게 원가 인상 요인이다' 이 정도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궁금증 ② "이제 파업 안 하나요?"

이번 합의 과정에서 택배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택배를 받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또 택배 파업이 벌어지지 않을지도 우려할텐데요.

택배노조가 파업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월에 타결했던 1차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1월엔 1차 합의문 발표 엿새만에,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택배노조가 파업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2차 합의문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다. 정부는 종사자의 작업조건 개선 및 거래구조 개선 사항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점검, 관리하고 지원한다.

라. 택배사업자, 영업점, 택배기사는 (...) 사회적 합의 이행 목표가 완료되기까지는 합의 정신에 위반되는 행위로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여서는 아니된다.

1차 합의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택배사가 합의 내용을 잘 지키고 있는지 정부가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또 합의 주체들이 목표 완료 전까진 합의 정신에 위반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적었는데, 이는 택배노조가 파업 등을 삼가라는 의미일 뿐 아니라 택배사와 영업점도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 합의문 발표까지 모두 마치면서 파업으로까지 번졌던 과로사 문제와 택배 노사 갈등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듯 보입니다. 다만 합의에 그치지 않고, 실제 택배 기사 과로사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까지 이어지느냐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택배사들이 추가 분류 인력을 투입하기로 한 오는 9월, 한번 더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