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친일의 역사 - `식민지조선과 전쟁미술 展 _베토 카레로는 매일 일해요_krvip

그림으로 보는 친일의 역사 - `식민지조선과 전쟁미술 展 _블랙 베타_krvip

독재 정권하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했던 과거사 청산문제가 최근 정치권은 물론, 우리사회 전반의 중요한 이슈로 떠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과거사`는 식민지배의 실상을 후대에 재점검한다는 `역사`문제의 차원을 넘어, 분단이라는 비극을 겪으며 오욕의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그 잔재가 오늘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의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갖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주최로 지난 1일부터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리고 있는 "식민지조선과 전쟁미술 展"은 그래서 의미있는 전시회가 되고 있습니다. 청산하지 못한 친일(親日)의 잔재, 그 중에서도 일제의 '내선일체'와 '전시(戰時)체제' 홍보에 협력했던 친일미술의 실상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회는 식민통치의 잔혹성이 극에 달했던 1937년~1945년 사이 일제의 '전시파시즘미술' 전반을 개관하고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을 미화 찬양한 '친일미술'의 실상을 반성적 의미에서 살피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친일전람회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반도총후미술전'과 '결전미술전'에 출품, 수상 목록에 이름을 올린 화가들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미술계의 친일문제를 이야기할 때 언제나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운보 김기창의 <총후병사>, <적진육박> 등의 작품과 유관순 열사 등 애국지사의 영정 제작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월전 장우성, 이당 김은호 등의 친일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측은 특히 1944년 제작된 김기창의 <적진육박>은 착검한 채 육박전을 치르러 돌진하는 황군을 묘사해 유족과 학계 일부의 주장과는 달리, 운보가 친일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단순히 친일의 역사가 문제가 아니라, 친일 전력을 가진 예술인들이 이 시대에도 여전히 문화계의 주요 인사로 대접받고 있는 현실에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전시회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전시장 한 켠에는 또 1943년 8월, 일제의 조선징병제 실시 계획 발표에 맞춰 우리 젊은이들에게 전쟁터로 나갈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라는 제목의 연작 시화도 선보입니다. 매일신보에 연재됐던 이 시화에는 김기창, 김인승 등의 그림과 노천명의 시도 실려 있어 씁쓸함을 자아내게 합니다. 전시장을 따라 다른 통로로 이동하면 전시동원체제期 민중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실물 자료들도 전시되고 있습니다. 천명의 여성이 한 땀씩 수를 놓아 만들면 총알을 피해갈 수 있다고 믿었다는 '천인침(千人針)', 무훈띠, 일본군 군복과 지원병입소 기념 깃발, 그리고 강제 동원돼 전쟁터로 보내진 한국인 병사가 고향의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도 눈에 띕니다. 특히 일제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등의 기록으로 가득한 전시총동원 때의 일장기와 그 옆에 나란히 걸린 이완용의 서예 작품 <축시>도 보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전시 기간 : 2004년 10월 1일 ~ 10월 10일 ▶전시 장소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전시 관련문의 : 민족문제연구소 (02-969-0226) [촬영/편집:VJ 김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