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화 강세…세계 경제 또다른 뇌관 _포키포키 공포 게임_krvip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1월 첫날의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 속에 유독 일본의 엔화가 나홀로 고공행진을 하면서 일본은 물론 세계 경제에 또 하나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은 한때 90엔 대까지 오르면서 13년 만에 사상 최강세를 기록했는데요. 이후 일본 금융 당국의 개입으로 엔고 현상은 다소 진정되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불안 요인은 여전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엔고 불황에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도쿄 홍지명 특파원을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1> 홍 특파원!, 다소 진정된 걸로 보입니다만 최근의 엔화 강세가 어느 정도였습니까?
<답변 1>
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엔대 중반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엔화는 지난 1995년 한때 달러당 79 엔으로 사상 최강세를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만 최근엔 100엔대 중반에서 비교적 안정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계적 금융 위기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해 지난달 22일 달러당 100 엔이 깨졌고 24일엔 한때 90 엔 대 초반까지 기록하면서 13년 만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지금은 100 엔 대 전후로 회복됐습니다만 일부 전문가는 내년 초 달러당 85 엔대, 유로 대비 100 엔대까지 갈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질문 2> 그런데 다른 통화들에 비해서 이렇게 엔화 만 오르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답변 2>
네, 이렇게 보시면 될 듯합니다. 그동안 일본은 초저금리를 유지해왔고 환율도 상대적으로 약세였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 자본들이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린 뒤 금리가 높고 환율이 강세인 나라의 각종 금융 상품에다 투자해놓은 것이 많습니다. 이런 걸 이른바 엔케리 자금이라고 하는데 약 40조 엔 규모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일본 국내 기관이나 투자가들이 해외 금융 자산 등에 투자해놓은 엔화도 많아서 일본은 세계 최대의 채권국입니다. 이자로 벌어들이는 돈이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국제적인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이런 엔케리 거래가 불안해지자 국제 자본들이 서둘러 이를 해지하고 엔화 갚기에 나선 겁니다.
일본 투자가들 역시 해외 투자 상품을 해약하고 엔을 회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세계에 나가있던 엔 자금이 일본 국내로 몰려들고 일본에 있는 엔 자금은 더이상 빠져나가지 않게 되면서 세계 금융 시장에 엔화가 부족하게 되자 엔고 행진이 시작된 겁니다.
<질문 3> 결국 이 같은 비정상적인 엔화 강세현상이 일본 나아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겠습니까?
<답변 3>
그렇습니다. 먼저 일본의 수출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실물경기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몽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엔화 강세로 일본의 대표기업 소니는 올해 영업 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58% 감소, 즉 반토막 이하가 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또 다른 일본의 상징기업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 9월 중간 결산에서 1980년대 이래 처음으로 주력 북미 지역 영업이 적자로 나타났습니다.
내년도 실적 전망을 하향 수정하고 감산, 감원 등 비상 경영을 선언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엔고가 몰고 온 기업들의 이런 실적 부진은 주식 시장도 강타했습니다. 일본 주가는 지금 다소 회복됐습니다만 지난달 28일 닛케이 평균 주가는 26년 만에 7천 엔 이하로 떨어지는 폭락 장세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년 전 한때 3만 8천 엔대까지 올랐던 걸 감안하면 5분의 1 이하로 떨어진 셈입니다. 주가 폭락에 따라 대형 은행들의 주식 평가손이 커지면서 자기자본을 잠식하게 된 것도 문제입니다.
자기자본을 까먹은 은행들이 법정 비율을 맞추기 위해 증자에 나서게 되고 이렇게 내 코가 석자인 일본 은행에서 엔화를 빌리기는 더욱 어렵게 됐습니다. 이는 결국 국제적인 엔화 자금 유동성을 더욱 악화시켜 엔화 의존성이 높은 국가를 급격한 위기에 빠뜨리고 세계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킬 우려가 높습니다.
한국의 경우 엔 강세는 단기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출 기업들이 환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한국으로선 대일 부품 의존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겠습니다.
<질문 4> 이런 상황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텐데요. 어떤 대책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답변 4>
네.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27일 선진 7개국이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G7은 공동 성명에서 최근 엔화 초강세는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시장에 대한 감독과 협력을 천명했습니다.
<녹취>나카가와(일본 재무장관) : "환율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고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G7 국가가 동시에 시장에 개입하기가 어렵게 되자 일본 경제 단체 연합회장은 일본 단독으로라도 환율 시장에 개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결국 지난달 28일 강세를 보이던 엔화 환율이 회복되기 시작했는데 관계자들은 이날 당국이 환율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주식시장이 공황상태로 빠져들자 더 이상 보고 있을수만 없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일본 정부는 또 지난달 30일 추가 경제대책으로 5조 엔 규모의 재정 지출과 27조 엔 가까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만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질문 5> 최근의 경제 위기 상황이 일본 국내 정치 일정에도 영향을 줬죠. 중의원 해산, 또 총선거 일정도 연기됐다면서요?
<답변 5>
그렇습니다. 일본 총리와 자민당은 당초 이달 초순 중의원을 해산하고 30일 총선거를 치른다는 전략으로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 금융위기에 따라 일본의 상황도 심각한 만큼 해산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연기론이 힘을 얻어왔습니다.
결국 아소 총리는 지난달 30일 추가 경제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의원 해산 일정을 연기할 뜻을 시사했습니다. 세계 금융위기가 몰고 온 엔고가 전후 최장기 경기확대를 구가하던 일본 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새기고 정치 일정까지 바꾸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돈 속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