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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같이 키운 농산물을 그냥 버립니다”…개학 연기에 농가·우유업계 직격탄_베타노 박 보_krvip

"정말 자식같이 키운 농산물입니다. 이 실파는 지난해 8월 파종부터 시작해서 추운 겨울 동안 보살펴서 키운 거예요. 그런데 이걸 그냥 갖다 버려야 한단 말입니다."

경기도 가평군에서 실파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며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 농민은 기자가 현장에 갔을 당시 지난해 8월부터 애써 키운 실파 1.3톤, 액수로는 7백여만 원을 갖다 버리는 중이었습니다. 이 물량 말고도 또 다른 밭에 실파가 추가로 재배돼 있어 이 정도 물량을 몇 번이나 더 버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멀쩡한 파가, 농민들이 애지중지한 농산물이 그냥 버려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농민은 지난해 경기도와 학교 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기로 1년을 계약하고 올 3월 개학부터 농산물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개학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할 수 없게 돼 농산물이 쌓이게 됐는데, 마땅한 판매처도 찾을 수 없어 그냥 버리기로 한 겁니다. 버리는데도 인부들을 동원해 버리는 데도 비용이 '또' 들었습니다.


기자가 현장에 갔을 때 많은 농민들이 비슷한 처지라며 너나 할 것 없이 이야기했는데, 농민들한테서 들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농산물 가격을 당장 못 받아서도 문제지만, 이 다 자란 농산물을 재배하는데 들어간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근로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인부 한 명당 한 달 인건비가 200여만 원, 여기다 종잣값, 비룟값, 시설유지와 보수비용에다 농협 등에서 대출받은 이자 비용까지 더하면 지난 3월 한 달만 급식 농산물 납품을 못 해도 지금까지 수천만 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이달이든, 5월이든 개학을 하더라도, 그동안의 손해를 쉽게 메우기가 쉽지 않다는 게 농민들 이야기였습니다. 특정 농산물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 이상, 농민들 이익은 한정적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급식용으로 유통되는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을 포함해 매달 만6천여 톤에 이릅니다. 정부가 농민들의 사정을 헤아려 남아도는 급식용 농산물에 대해 판로를 확보해준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의문입니다. 정부가 판로를 확보해주기로 한 물량이 8백여 톤, 전체의 2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농민들은 정부 대책의 도움이 크지 않다고 했습니다.

급식용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농가는 물론, 농가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받아 학교에 납품하는 급식 식자재 업체들도 고사 직전입니다. 지난달 매출이 사실상 전무한데다 대부분 영세한 곳이 많아 폐업 위기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농가와 식자재 업체만 문제가 아닙니다. 급식우유업체들도 비상입니다.

지금 마트에 가면 일부 우유는 30% 이상 할인판매하거나, '1+1' 기획 세일을 하고 있는데요,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급식 우유가 사실상 전혀 소비되지 못하자 남아도는 우유를 소비하기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할인에 나선 겁니다.

급식 우유용 원유 생산량은 하루 6백 톤, 200ml짜리 3백만 개가 매일 남아도는 지경입니다. 그런데 원유 생산을 갑자기 줄일 수도 없습니다.

업계에선 급식 우유용으로 생산된 원유를 유통기한이 긴 멸균우유나 탈지분유 등으로 만들어보지만,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고 합니다. 이렇게 바꿔 생산하는데 추가 비용이 들어서 멸균우유나 탈지분유를 팔아봐야 사실상 남는 게 없다는 게 업계 주장입니다. 그동안 대체 상품을 너무 많이 생산해 재고량이 많은데, 아무리 유통기한이 길다고 해도 보관에도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농가에선 "정부가 다른 곳은 다 지원하면서, 농민들은 쳐다보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립니다. 누구보다 어렵다며 농가에선 직접 지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계속된 개학 연기에 급식 관련 농가와 업체들까지 줄줄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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