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아든 타이어…반복돼 온 ‘날벼락’_포키는 게임을 한다_krvip

갑자기 날아든 타이어…반복돼 온 ‘날벼락’_사랑이 담긴 초콜릿 케이크_krvip

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차에서 바퀴가 빠져 반대편에서 달리던 차량을 덮쳤다. 아이들의 방학을 맞아 친가를 방문했던 일가족의 행복한 순간은 그렇게 비극이 돼 버렸다.

23일(어제) 오전 10시 50분경, 경기도 평택시 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면 1차로를 달리던 A(47) 씨의 차량에 거대한 타이어가 날아들었다. 반대편 도로를 달리던 25t 화물차에서 떨어진 것이다. 바퀴 하나의 지름은 1m, 무게는 80㎏에 달한다.



타이어는 중앙분리대를 넘어 달려오던 A 씨의 차량 앞 유리창과 천장을 찍어 눌렀다.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A 씨의 아내는 현장에서 숨을 거뒀고, A 씨와 뒷자리에 타고 있던 두 딸은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화물차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과실치사 등의 협의로 입건했다.

◆ 한 해 평균 45건 … 반복돼 온 '날벼락'

고속도로에서 느닷없이 날아든 물체로 봉변을 겪는 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대구 달성군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을 달리던 화물차가 도로에 떨어진 타이어를 밟고 넘어져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과 2주 사이, 비슷한 사고로 두 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인명 피해가 없더라도 날아든 낙하물에 차량 훼손이 된 경우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반대편 차선에서 날아든 쇳덩이에 앞유리가 다 깨졌다”며 낙하물 사고 경험이 이어진다.

고속도로 낙하물로 인한 교통사고는 지난해 43건 발생한 데 이어, 2016년에는 46건, 2015년에는 48건으로 한 해 45건 정도 발생하고 있다.

◆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해자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올해 1월, 누군가 떨어트린 자동차 부품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를 갈라놨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승용차 운전석으로 화물차 부품으로 쓰이는 판 스프링이 날아들었고, 결국 운전자 B(37)씨가 목숨을 잃었다. 판 스프링은 화물차 바퀴 옆에 달린 충격 완화 장치로, 길이 40㎝, 폭 7.5㎝, 무게 2.5㎏이다.

문제는 현장에서 가해 차량을 찾지 못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속도로 판스프링 사고로 죽은 남편 좀 도와달라”며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유족은 “억울한 사고로 가족을 잃었다”며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는 이런 사고를 어디에 이야기해야 하느냐”며 사고 현장의 목격자를 애타게 찾았다.

결국, 경찰은 현장을 지난 양방향 차량 1만여 대를 분석해 사고 발생 75일 만에 관광버스를 용의 차량으로 특정했다. 해당 버스 운전자는 기억에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나, 경찰은 버스 승객들로부터 “충격을 느꼈다”는 진술을 받아 운전자를 피의자로 특정했다.

◆ 밟은 사람? 떨어트린 사람? 누구 책임?

누군가 도로에 물건을 떨어트렸고, 낙하물을 미쳐 발견하지 못한 누군가가 그것을 밟았고, 그 충격으로 인해 낙하물이 날아가 또 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봤다.

이 사고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서울에서 사업체를 운영 중인 김현준 씨는 낙하물 사고 가해 경험이 있다. 지난해 9월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떨어져 있는 낙하물을 피하지 못하고 밟았다. 당시의 충격으로 김 씨의 차량 타이어가 찢어졌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며칠 후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당시 김 씨의 차량이 밟은 낙하물이 뒤따르던 화물차량에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김 씨는 “낙하물을 떨어트린 것도 아니고, 내 차도 피해차량인데 사고처리를 하라니 다소 억울했다”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사고 처리로 보험료는 올랐지만, 그래도 인명피해가 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앞선 판스프링 사고의 경우도 부품을 떨어트린 사람이 아니라 왜 버스 운전사가 가해자로 지목된 것일까.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물건이 도로에 떨어진 시점도 알 수 없고, 찾더라도 사고 시점과의 시간 차이를 고려할 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낙하물 사고는 무조건 밟은 사람 책임일까? 그것 역시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낙하물이 식별할 수 있고 누구나 피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사고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형사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작은 부품을 보고 피해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그 책임을 지우긴 어렵다는 것이다.

◆ 고속도로 관리 책임은 없을까?

도로 관리 책임이 있는 한국도로공사의 책임을 물을 순 없는 것일까. 판례를 보면 한국도로공사의 책임 역시 찾기 어렵다.


1990년 9월, 경부고속도로에서 낙하물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두고 사고 피해자는 한국도로공사 측의 책임 공방을 벌였으나, 대법원은 “도로 설치 후 제3자의 행위에 의하여 안전에 결함이 발생한 경우에는 도로의 보존상 하자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낙하물이 떨어진 후에도 오랜 시간 방치했다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순찰도 하고 도로 청소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 입장에서 억울한 심정을 알고 사고 예방을 위해 순찰 횟수를 늘리는 등의 논의도 있었지만, 더욱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화물차 적재물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