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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 대신 취미를 택한 김병준 사진작가

건축공학을 전공한 김병준(28) 씨는 대학 4년을 장학생으로 다니다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ROTC 장교로 군 복무를 한 뒤 전역해 바로 대기업 건설사에 취업했다. 계속된 취업난 속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순조로운 행보였다.

하지만 2년 후 그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전혀 다른 길을 택한다.



김 씨는 어차피 불안하게 살 거면 나가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결심이 서자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호주로 떠났다. 견문을 넓힐 수 있는 해외에서 좋아하는 사진을 마음껏 찍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1학년 때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진은 그의 유일한 취미였다.



김 씨는 화장실 청소나 육류 공장에서 포장하는 일을 주로 했다. 일부러 새벽 4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일하는 시간대를 택했고 일이 끝나면 길거리로 나가 온종일 사진을 찍었다. 도심 속 일상이 그의 카메라에 담겼다. 다양한 피사체를 쫓던 카메라는 점점 사람에 집중됐다. 특히 옷을 잘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주 타깃이 됐다. 말 그대로 그림이 되는 데다, 패션에 신경 쓰는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은근히 즐기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촬영하기가 더 쉬웠기 때문이다.



작품 사진

그렇게 3개월 정도 길거리에서 사진을 찍다 보니 우연한 기회에 국내의 한 사진 관련 웹진과 인터뷰하는 기회도 얻게 됐다. 김 씨는 그때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라는 직업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 자신처럼 길거리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사진을 찍는 작가들이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후 패션 사진에 특화한 작업을 이어갔고 수개월 만에 500명 이상의 현지 패션업계 관계자들과 교류하게 됐다. 그가 찍은 사진이 국내외 매체에 팔리면서 조금씩 수입도 늘어났다. 국내 스트리트 웹매거진 빅 3업체인 M사, H사, L사에 고정적으로 사진을 납품하면서 각종 PPL 촬영 작업도 했다. 덕분에 이젠 직장 생활할 때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작품 사진

특히 매년 1~3월과 8~10월 뉴욕과 런던, 밀라노,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4대 패션위크는 김 씨가 가장 좋아하는 ‘일터’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그걸 핑계로 여기저기 여행 다닐 수 있어서다. ‘떠돌이 사진가’라고 불리는 걸 좋아하는 이유다. 1년 4개월간의 호주 생활을 접고 지난해 말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최근 스튜디오 사업자 등록을 하고 동료 2명을 맞이했다. 스튜디오를 안정궤도에 올리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김 씨가 지금의 성과를 내기까지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퇴직금을 털어서 산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통째로 도둑맞기도 했고 호주의 한 흑인클럽에선 의뢰받은 사진을 찍어주고 돈도 못 받고 내쫓긴 적도 있었다. 그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문을 두드렸다. 먼저 그를 찾아준 업체는 없었다. 공들여 찍은 사진이 퇴짜 맞는 건 일도 아니었다. 사진을 전공한 게 아니다 보니 실력을 쌓기 위해 하루 3시간 정도 자면서 공부하는 건 기본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은 만성질환처럼 달고 산다.



최근 스위스 여행 사진

김 씨의 궁극적인 목표는 평생 행복하게 사진을 찍으면서 사는 것이다. 모델과 사진을 보는 사람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라는 그의 철학이 ‘맨땅에 헤딩할 수 있는’ 용기의 원천인 듯했다. 생각만 하지 말고 직접 행동에 나서라는 의미다.



☞ ① “대학 수석졸업생은 토스트 구우면 안 되나요?”
☞ ② “가만히 있는 천재보다 움직이는 바보가 낫다”
☞ ③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닌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