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덫에 걸린 노태우 전 대통령_에골 베팅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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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찬 앵커 :

이번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거액축재 사실이 파헤쳐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역시 지난 93년 단행된 금융실명제였습니다. 노태우 씨는 재임기간 동안 뚜렷한 이유 없이 바로

자신이 흐지부지 연기시켰던 이 금융실명제의 덫에 걸린 셈 이 되고 말았습니다.

임병걸 기자의 보도입니다.


13대 대통령 선거유세 (87년 11월) :

5년 임기 동안 정말 재산 한 푼 늘리지 않겠습니다.


임병걸 기자 :

노태우 씨는 5공의 부패에 실망한 국민들을 향해서 금융실명제 실시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노 씨는 88년 세 차례에 걸쳐서 90년부터 실명제를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89년 4월엔 실명제 실시단이 발족하고 본격적인 진행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90년들어 경기가 침체의 조짐을 보이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실명제 반대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노 씨도 돌연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90년 3월 실명제의 기수였던 문희갑 경제수석과 조순 부총리가 격 경질되고 실명제 반대를 했던 김종현씨와 이승인씨가 경제수석과 부총리에 임명됐습니다.


당시 실명제 준비단장 (통화) :

실명제 안하기 위해 경제수석 경질.


임병걸 기자 :

겉으로는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강변했지만 이미 노태우 씨 자신이 엄청나게 쌓여가는 비자금을 숨기기에는 실명제가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 :

어느 날 갑자기 금융실명제 계획이 90년 봄에 백지화가 됐는데 지금 와서 보면 요즘 사태를 보면 개인적 필요도 있지 않았었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임병걸 기자 :

실명제의 무기연기로 부패와 투기의 근절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희망을 사라지고 노 씨의 가명과 차명계좌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치자금이 쌓여만 갔습니다. 그러부터 5년 뒤 노 씨는 자신이 외면한 바로 그 금융실명제의 덫에 걸린 비운의 대통령이 되고 말았습니다.

KBS 뉴스, 임병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