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삼성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일본삼성 윤진혁(57) 대표이사는 20일 주일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세번째 일본에 부임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1979년 반도체 엔지니어로 삼성에 입사한 윤 대표이사는 1984년 삼성전자 도쿄지점으로 발령이 나 8년간 일본을 체험했다. 1983년 2월 고 이병철 선대회장이 도쿄에서 반도체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바로 다음해였다.
당시만 해도 삼성은 일본이 잘 모르는 회사였다. 1990년대 들어 삼성전자가 64M D램 반도체를 앞세워 이름을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을 때에도 삼성은 일본인들의 관심 밖이었다.
이후 윤 대표이사가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근무를 거쳐 1998년 일본삼성 반도체사업부장(이사)으로 부임했을 때는 삼성에 대한 일본 사회의 경계감이 다소 커지는 시기였다. 그래도 일본인들의 대체적 시각은 "일본 기술을 가져다가 모양만 바꿔서 파는 회사"라는 정도였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일본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2004년 이익 1조엔(10조7천867억원)을 올렸을 때다.
일본인들은 자국 회사를 몇개 합친 것보다 많은 이익을 올린 데 충격받은 듯 이후 "삼성을 배우자"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200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삼성 벤치마킹에 들어갔다.
요즘에는 삼성 배우기에 더 몰입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의 취재 요청이나 일본 기업의 벤치마크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1월2일 일본삼성에 다시 부임한 윤 대표이사는 "지난주에도 일본의 큰 회사가 벤치마크를 요청해왔다"고 소개했다.
이미 도시바, 샤프 등 일본 기업들은 삼성의 빠른 의사결정 등을 참고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과거 무시나 단점 들추기에서 자세를 바꿔 인정할 건 인정하는 분위기로 바뀐 셈이다.
삼성은 일본 기업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의 변화를 경계하고 있다.
윤 대표이사는 "과거 일본은 자기 기준을 고집하다가 세계 흐름에서 소외된 채 고립을 자초했다"며 "최근에는 파나소닉과 산요가 합치는 등 활발한 업계 재편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들이 뭉치면 한층 강력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삼성도 일본이 인정해준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게 아니라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더 철저하게 변신하겠다는 각오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