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에 무너지는 中 반도체…폐업, 감원 속출_포커를 치다 가상 화폐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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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 올리는 '반도체 굴기'를 국가 전략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지난해부터 대중 첨단 장비 수출 금지로 제재를 가하면서 중국 반도체 업체의 폐업과 감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중국 반도체 생태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세균 특파원이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 PCB를 전문 생산하는 광저우의 한 공장입니다.

한창 일을 해야 할 시간에 직원들이 회사 정문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습니다.

창업한지 29년만인 지난달 말, 갑자기 폐업을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공장 직원 : "주문이 없어서 사장이 안 하려고 해요. 외부에 빚이 대단히 많아요.몇 억 위안은 될 겁니다."]

이 회사는 한때 삼성과 소니, 파나소닉 등과 거래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영향과 경제환경 악화로 주문이 줄어 폐업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근로자들과 보상금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단딩씽/근로자 : "12월 31일까지 이 공장 땅을 팔아서 돈이 생겨야 우리에게 (보상금을) 줄 수 있어요."]

세계 2위 반도체 패키징 업체인 미국 앰코테크놀로지 상하이 공장도 가동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이곳 앰코 상하이 공장의 주요 고객사는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YMTC입니다.

그런데 YMTC가 미국의 규제로 생산량이 줄면서 앰코에 대한 주문도 줄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근로자 4천명은 이달 초 일주일간 휴가를 가야 했습니다.

공장 증설이 진행 중인 앰코는 현재 공사를 중단하고 감원설로 뒤숭숭한 분위깁니다.

[앰코 상하이 근로자 : "우리 앰코는 요즘 한가합니다. 주말에 자주 쉬죠. 4일 근무하고 이틀 쉬어요."]

중국 제조 2025 계획에 따라 지난 2016년에 세워진 'YMTC'는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면서, YMTC 2공장의 장비 설치작업이 중단됐습니다.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지 한달 만에, 6천 명의 직원 가운데 10%가량을 해고했습니다.

더우기 해고직원에게 이미 지급한 주택 보조금 일부를 회수하고 있습니다.

[장레이/인터넷 경제 평론가 : "결국, 한 달 만에 대량 감원하고 심지어 직원들에게 배상까지 요구했습니다. 직원들은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다가 결국 쓰레기 취급을 당해 한탄했습니다."]

중국 반도체 산업협회는 미국과 네델란드,일본의 반도체 제재가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친강/중국 외교부장/7일 : "(올림픽 육상경기에서) 늘 상대 선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심지어 상대 선수를 패럴림픽에 출전하게 한다면 이는 공평한 경쟁이 아닙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 여파로 지난해 중국 반도체 관련기업 5천 7백여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5만 9천개의 업체가 새로 생겼지만 증가율은 급격히 꺾였습니다.

기술력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왕즈강/중국 과학기술부장/2월24일 : "현재 우리나라는 일부 분야에서 기술적 단점으로 목을 조르는 핵심 기술 문제가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코로나 기간 돈 잔치로 끝난 중국의 반도체 회사는 부지기숩니다.

지난 2017년, 삼성을 따라잡겠다며 1,280억 위안, 24조 2천억 원의 자금 계획을 세워 공사에 들어간 우한 홍신 반도체.

7나노 노광장비 인수식까지 성대하게 치렀지만 지난 2021년, 반도체 하나 만들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우한뿐만 아니라 난징에도 짓다가 만 공장 이른바 '란웨이' 반도체 공장이 있습니다.

지난 2020년 6월 법원의 파산 결정으로 청산 절차를 밟은 뒤 보시는 것처럼 2년 넘게 방치돼 있습니다.

2015년 30억 달러, 4조 원가량을 투자해 8인치 반도체 칩을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1기 공장을 세운 뒤 자금이 끊기면서 현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루이웨이/前 더커마 반도체 회장 : "투자자가 와서 투자하고 싶어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 이 투자자는 번복됐고,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장쑤성 화이안에 세운 또다른 더커마는 더화이로 이름을 바꾼 뒤, 지방정부의 자금 지원까지 받았지만 결국,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린팅후이/타이완국제법학회 부비서장 : "중국의 룽신반도체에 팔렸고, 그들은 약 70억 위안에 낙찰받았죠, 굉장히 수지 맞았어요."]

이처럼 사업 규모가 3천억 원이 넘는 대규모 '란웨이' 반도체 공장이 10곳이나 됩니다.

중국은 이번 양회기간 중앙 과학기술위원회를 당에 신설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챙기기로 했습니다.

또 국가 반도체 펀드와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을 통해 1조 위안, 189조 원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꾸준한 연구 개발대신, 막대한 돈으로 기업 인수를 통해 성장한 중국식 '반도체 대약진 운동'이 미국의 전방위 제재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우한에서 오세균입니다.

촬영:전영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