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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이었다. 미국에서 치러진 지난 대통령 선거에 과연 러시아가 개입했느냐가 치열한 논란이 되면서 미국 대통령의 탄핵 여부까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그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별도로 만났다. 올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양자 정상회담이다.

초미의 관심을 받아 온 만남에서 두 사람의 정상회담은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긴 2시간 15분 동안 대화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이 회담에서 시리아 휴전에 대해 합의했지만, 북한을 비롯한 다른 분야에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와 푸틴 두 정상은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7일 오후 5시쯤부터 G20 정상회의 장소인 ‘함부르크 메세 컨벤션홀’ 14번 회의실에서 양자회담을 열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처음 만나자마자 '영광'이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포토 세션을 겸한 모두발언에서 "푸틴 대통령과 나는 여러 다양한 일들을 논의해왔다"면서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많은 좋은 얘기를 나눴고, 지금 또 대화할 것이다. 앞으로도 분명히 계속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관련된 모든 사람을 위한 매우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길 고대한다"고 희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과 함께해 영광(It’s an honor to be with you)"이라고 말한 뒤 오른쪽 옆에 앉은 푸틴 대통령에게 손을 건네 악수를 했다.


그런데 '영광'이라는 단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례적으로 인사말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푸틴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말해온 만큼 그의 발언은 적절한 것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CNN 방송과 폴리티코 등 미국 주요 언론은 '영광' 발언을 머리기사로 부각해 두 정상의 회동 소식을 전했다.


[관련 링크] CNN 보도

한편,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근한 인사말에 "우리는 그동안 전화로 여러 차례 매우 중요한 양자 및 국제 이슈에 관해 얘기했다"면서 "그러나 전화통화로는 절대 충분치 않다. 양자 문제와 극심한 국제 이슈들을 해결하려면 우리는 절대로 개인적 만남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당신을 직접 만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면서 "당신이 말한 대로 오늘 우리의 회담이 긍정적 결과를 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특유의 자세로 아래에서 손을 뻗은 트럼프의 손을 푸틴이 위에서 내려 잡는 모양으로 악수를 나눴다.


러시아의 타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오른손을 내밀어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왼손으론 악수하는 푸틴 대통령의 팔꿈치를 여러 차례 가볍게 치며 친밀감을 표시했고, 조금 뒤엔 나란히 서서 대화를 나누며 푸틴 대통령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동영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러' 美 대선개입' 거론 압박…푸틴은 "증거 대라" 부인

한편 두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동석했던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거론하며 압박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의혹을 부인했다고 회담이 끝난 후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의 개입에 관한 미국인의 우려를 제기하는 것으로 회담을 시작했다"며 "두 정상은 그 주제에 대해 매우 활발하고 긴 대화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압박'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부인하면서 '증거'를 요구했다고 틸러슨 장관은 설명했다.

이어 틸러슨 장관은 "두 대통령은 양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의 문제에 집중했다"며 "어떻게 앞으로 미 선거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할 의도가 없다는 약속을 보장할 것인가, 사이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판단할 틀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에 두 정상의 대화가 집중됐다"고 말했다.

[관련 링크] 워싱턴포스트 보도

트럼프·푸틴의 2시간 16분…미·러 외무수장 '딴소리'

그러나 회담에 함께 배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다른 설명을 내놨다.

별도의 브리핑을 연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는 미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게 전부"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푸틴 대통령의 분명한 발언을 들었으며 이를 받아들였다는 게 라브로프 장관의 설명이다.

이에 AP와 AFP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선 개입 의혹을 부인한 푸틴 대통령의 '선언'을 수용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트럼프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를 즉각 반박했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누가 "딴소리'를 하는 걸까?

"매우 분명한 '긍정적 케미스트리'(positive chemistry·긍정적 궁합)가 있었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 간) 매우 분명한 '긍정적 케미스트리'(positive chemistry·긍정적 궁합)가 있었다"며 회담이 매우 건설적이었다고 평했다.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의혹과 우크라이나, 시리아 사태 등을 둘러싼 긴장에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면한 두 정상이 좋은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설명이다.

틸러슨 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할 말이 아주 많았다"며 "두 정상 가운데 누구도 대화중단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보낸 참모가 회담을 마무리할 것을 권했지만, 그때부터도 1시간 이상 더 진행됐다고 한다.

틸러슨 장관은 "두 지도자는 매우 급속히 결합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틸러슨 장관이 말한 '케미스트리(chemistry)'라는 말은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부에서 쓰기 시작한 이른바 "디스"와 "케미"의 케미와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디스는 'disregard:무시,묵살'에서 비롯된 말이고 '케미'는 'chemistry:화학적 결합'에서 나온 말이다. 하나는 나랑 맞지 않는다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잘 통한다고나 할까.

특히 케미스트리는 두 사람 사이에 화학적인 작용이 있고 둘이 서로 끌려서 매우 좋아한다는 것을 뜻한다. 대게는 이성적인 사이에 감정적인 끌림이 있을 때 사용하기 때문에 'Love chemistry:사랑의 화학'이라는 말로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두 정상이 화학적 결합을 느낄 만큼 가까워져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러시아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는지를 따져 묻고 강력히 부인하는 상황이 과연 전개됐을까?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흐지부지’…美 정치권 맹비난

이날 두 정상의 첫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얼마나 따져 물을지가 큰 관심이었다.

대선에서 패배한 미국 민주당 측이 이 문제의 제기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러시아와 내통해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특검 수사의 압박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회피하고 싶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첫 정상회담에는 이례적으로 6명만이 참석했다.
그런데 이날 두 정상의 회담은 이례적으로 소수만이 참석했다.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 틸러슨과 라브로프 장관, 그리고 통역 2명 등 6명 만이 함께 한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할 때는 그동안 적어도 두 나라의 국가안보보좌관과 양국 대사, 그리고 최고국가안보비서관 등 수뇌부들이 모두 참석하는 것이 관례다. 그만큼 다루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정상의 첫 만남은 그렇지 않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라브로프 장관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 엑손모빌 회장 출신의 틸러슨은 외교에 관한 한 초보자와 다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의 은밀한 만남이 과연 무엇을 논의하기 위한 것인지 의구심을 던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 러시아의 지난해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트럼프 캠프 유착설은 과거보단 미래를 얘기한다는 이유로 흐지부지 넘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선 폴란드 방문에서도 러시아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러시아일 수도 있지만 아무도 모른다"고 말을 흐렸다.

미국 민주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트럼프가 유착 의혹이 있는 러시아 대통령 푸틴에게 만나서 영광(honor)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문제 삼았다.

미 민주당 상원의장 척 슈머는 “우리의 신성한 선거에 대한 개입 의혹은 동의냐, 아니냐로 결론지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트럼프를 비난했다.

트럼프가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단순히 언급하는 수준에서 그칠 게 아니라 푸틴을 더 강력히 몰아붙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한때,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대통령 탄핵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두 대통령이 거듭 부인해온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이번엔 제대로 따졌을까 아니면 오히려 숨겼을까? "함께 해서 영광"이고 "긍정적인 케미스트리"로 급속히 결합한 사이에…